해떨어지고 불이 켜진다, 상인들 목소리 더 커진다 “떨이요, 떨이!”
해떨어지고 불이 켜진다, 상인들 목소리 더 커진다 “떨이요, 떨이!”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7.06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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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찾아왔다. 햇볕이 따가워 낮에는 외출조차 힘들 정도다. 냉면, 콩국수, 아이스크림 등 시원한 음식이 인기를 끄는 계절.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수분과 당분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과일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보양식이다. 다양한 과일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오랜만에 향긋한 과일 향을 맡으러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을 찾았다.

며칠 동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더니 이날은 화창하다. 비온 뒤라서인지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듯 맑고 깨끗하다. 덕분에 따가운 햇볕은 덤이다. 막상 길을 나서려니 더위 때문에 겁이 난다. 해가 좀 뉘엿뉘엿해지면 가볼까….

 

 

저녁 6시가 다 된 시간.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얼마 안 있으면 시장 문이 닫힐 시간. 부랴부랴 길을 나선다. 에어컨 빵빵 틀어놓은 시원한 버스를 타고 가서 청량리에 내린다. 언제나 인산인해인 청량리시장. 때마침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여름 제철 과일들이 빼곡한 청과물시장은 더 붐빈다. 청량리와 제기동 일대엔 시장들이 몰려있다. 이전에 한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일단 경동시장과 서울약령시장이 인근에 거대한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청량리 쪽에는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을 필두로 청량리전통시장, 청량리수산물시장, 청량리야채시장, 건어물시장 등이 늘어서있다. 북쪽으로는 홍릉시장도 인접해있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전통시장 밀집지역이다.

 

 

청과물도매시장은 수산물시장 바로 건너편에 있다. 커다란 간판이 눈길을 끈다. 시장에 가면 사람도 많은데다 날씨까지 더워 불쾌지수가 높을 줄 알았지만 아니올시다, 이다. 최근에 설치한 아케이드 덕분에 에어컨이 없어도 선선하다. 워낙 잘 정돈돼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칠 일도 없다. 신선한 과일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여름하면 역시 수박만한 게 없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수박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이다. 한 아주머니가 수박을 두드린다. 통통통. 잘 익은 소리가 난다. “이걸로 주세요!” 상인은 안에서 노끈을 꺼내 들고 가기 쉽게 그물망처럼 수박을 엮어준다. 수박은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아 그냥 잘라먹어도 맛있고 주스, 화채 등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효자 과일이다. 5000원, 1만원, 1만5000원 등 크기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참외도 수박 못지않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샛노랗다. 막 피어난 개나리꽃 같다. 잘 익었다는 표식이다. 특유의 향이 폴폴 올라온다. 얼마나 달면 꿀참외라 이름 지었을까. 크기에 따라 4~7개까지 5000원씩이란다. 참외는 항암작용, 조혈작용, 빈혈예방, 이뇨작용, 탈수와 갈증 해소에 좋다고 한다. 낮은 칼로리 덕에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어서 인기다.

붉은 색의 찰토마토도 질세라 고운 빛깔을 뽐낸다. 토마토는 불에 익혀서 먹어도, 갈아 마셔도, 생으로 먹어도 좋다. 파란 것보다 빨간 것이 건강에 더 좋다. 빨간 토마토에는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다.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열을 가해 조리해서 먹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크기에 따라 한 바구니에 2000~4000원 정도 한다.

 

 

천도복숭아 등 갖가지 복숭아도 진을 치고 있다. 복숭아는 여름철 최고의 피로회복제다. 복숭아라고 해서 다 같은 복숭아가 아니다. 먼저 황도복숭아는 피로 물질을 제거해주며 당뇨 완화에 도움이 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혈당 관리에 좋다. 천도복숭아는 백도나 황도보다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아스파르트산이 월등히 많다. 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이외에 살구, 자두, 포도, 키위, 바나나, 체리, 아보카도, 오렌지, 자몽, 사과 등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이곳 청과물시장은 도매와 소매를 겸한다. 저녁인데도 도매 코너의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있다. 도매상은 보통 새벽장사를 하지만 요즘엔 찾는 사람이 덜해서인지 저녁까지도 문을 열고 있다.

 

 

입구 쪽으로 나오니 야채들이 보인다. 수분 가득한 오이, 푸릇푸릇한 얼가리배추, 방금 따온 듯한 상추와 쑥갓 등 쌈 채소들이 싱싱하다. 알록달록한 과일들을 보다가 푸른 채소를 보니 눈이 편안해진다.

대로변의 노점 할머니는 쭈그린 채 고구마와 감자를 차곡차곡 바구니에 담아 진열한다. “자아, 떨이요! 떨이!!” 하루 종일 장사를 해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없다. 노점에선 주로 할머니들이 야채 등을 판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장사를 한다. 전부 허리가 휜 모습들이다. 안타깝다.

 

 

시장에는 손수레를 끌고 나온 노인들과 중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많이 보이지만 퇴근하고 온 직장인들, 젊은 학생들도 자주 눈에 뜨인다. 특히 외국인들이 눈길을 끈다. 세 외국인 남자가 나란히 과일이 가득 담긴 봉지를 들고 시장 곳곳을 누빈다. 외국인들에게도 꽤 알려진 모양이다. 능숙하게 가격을 깎기도 하는 걸 보면 한두 번 시장을 찾은 것 같진 않다.

요즘 들어 시장에 젊은 상인들이 많이 보인다. 손님을 이끄는 목소리도 한결 우렁차다. 덕분에 시장에 활기가 넘쳐난다.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시장인 것 같다. 점포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들지 않는다. “떨이!”를 외치는 상인들의 목소리 더 커진다. 활기찬 여름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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