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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학문과 실학사상, 바르게 평가하자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7.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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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참다운 학자들만이 다른 학자의 학문 세계를 올바르게 평가해줄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학문 세계에 대하여도 다산과 동시대를 살았던 뛰어난 학자들의 평가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하는 자료를 통해서 살펴보면 다산과 직접 만나거나 편지를 통해 다산의 학문을 평가한 학자로는 대표적으로 세 사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석천 신작(申綽:1760∼1828)입니다. 신작은 다산의 『상례사전(喪禮四箋)』과 『매씨상서평(梅氏尙書平)』이라는 저서를 읽어보고 “재주가 뛰어나고 문장 또한 체제를 얻었으며 경전 주석에 대단히 박식하고 정밀하다. …”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신작은 남인이던 다산과는 당파가 다른 소론계 학자였습니다.

두 번째는 노론계의 대표적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대산 김매순(1776∼1840)과 연천 홍석주(1774∼1842)였습니다. 두 사람 또한 다산의 예서(禮書)와 상서(尙書)에 대한 주석서를 평하면서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습니다. 당론에 매여 다른 당파의 학자에게 칭찬을 안 하던 때에 그런 평가를 내린 점이 더욱 의미가 큽니다.

앞의 세 분 학자들은 대체로 다산의 경학(經學)에 대한 평가였는데 경학 이외의 경세학(經世學)에 대한 평가를 겸해서 내렸던 학자가 또 세 분이 있습니다. 성리학의 대가로 호남의 학자인 노사 기정진(1798∼1879), 경화세족의 한 사람인 해사 홍한주(洪翰周:1798∼1868), 매천 황현(黃玹:1855∼1910)인데 매천은 진사로서 포의였지만 역사에 밝은 우국지사였습니다. 앞의 세 분은 다산이 생존해 있을 때의 평가이고, 뒤의 세 분은 다산이 생을 마친 뒤의 평가였습니다.

기정진과 홍한주는 같은 해의 출생인데 철종 말엽(1862)의 상소문에서 기정진은 다산의 『목민심서』를 읽고 “백성들을 괴롭히고 병들게 하는 이유와 나라를 좀먹게 하는 실제 내용이 그 책 안에 있다”라고 말하여 세상을 구제할 내용의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홍한주는 1863년경에 저술했던 『지수염필』이라는 책에서 다산의 학문이 ‘유용지학(有用之學)’이고 ‘실학(實學)’이었다고 학문의 성격까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 다산 정약용

매천 황현은 『매천야록』이라는 책에서 홍한주와 큰 차이 없이 ‘지무실용(只務實用)’라는 표현으로 오직 실용의 학문에 노력을 기울였고, 다산의 학문 모두는 ‘유용지학(有用之學)’이었다는 평을 내렸습니다. 조선왕조 시절의 학자였던 다산에 대하여 조선왕조에 살았던 학자들의 평가가 가장 믿을 수 있기 마련입니다. 주자학과는 다르게 새로운 경학이론을 밝혀내 경학자로서의 평가가 그런 정도였고, 경세학에서도 ‘실용지학(實用之學)’, ‘유용지학(有用之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면 다산은 1930년대보다 70년 이전에 이미 실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요즘 ‘실학’은 없던 개념인데, 1930년대 말 조선학을 말하다가 새로 나온 명칭이 ‘실학’이었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데 홍한주나 황현 등의 학문적 평가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다산 자신도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여러 학문에 힘써야하지만 유독 ‘실용지학(實用之學)’에 힘쓰라고 권장했음은 ‘실학’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색다른 이론만 제기하면 명성이 높아진다고 여기는 것은 온당한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실용지학’이 ‘실학’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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