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혁신 방안’ 본격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업계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고 나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할 만큼 개혁 의지가 분명하다. 윤 원장은 최근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감독과 검사 강화를 선언하고 위상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상대적으로 금융권의 자율성을 강조해왔지만 소비자보호의 기틀이 잡힌 후에 자율에 기반한 감독을 하겠다는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융권에 불고 있는 ‘개혁 바람’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해 봤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 안)

 

윤석헌 금감원장이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대적인 금융감독혁신 방안을 내놨다. 주된 방향은 금융권의 자율 시정이 아닌 금융당국의 검사와 감독 강화로 모아진다. '감독강화론자'로 분류되는 윤 원장은 취임할 때부터 금융권 감독이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일단 윤 원장의 개혁 청사진은 당초 전망보다도 한단계 더 나아갔다는게 주된 평가다. 그는 “단기성과 중심 경영, 폐쇄적 지배구조, 부실한 내부통제 등으로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고 금융사고와 불건전 영업행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적지 않은 변화를 암시했다.

금감원은 최근 일부 은행에서 적발된 부당 대출금리 부과 문제와 관련, 검사를 전 은행권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및 자영업자에 대한 과도한 금리 부과 여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도 올 하반기 중에 대출금리 부당 부과 여부를 검사할 것으로 보인다. 내규 위반이란 이유로 적발하고도 제재할 수 없었던 대출금리 부당 부과 행위에 대해 법상 제재 근거도 마련한다.

 

‘각종 수수료’ 도마 위에

각종 수수료도 수술 대상이다. 올 4분기 중에 수수료와 보수 부과 관행을 판매 단계별로 일괄 점검해 금융상품의 가격 상승 요인을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불완전판매에 대해선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장은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들과 전쟁을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감독·검사 역량의 많은 부분을 불완전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 4분기부터는 종합검사도 부활할 예정이다.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내부통제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금융회사를 선별해 집중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종합검사는 금융회사의 자율성에 기반한 감독·검사를 위해 지난 정부 때 폐지됐던 것이다. 윤 원장은 이와 관련 “최근 금융권에서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했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자율을 토대로 한 업그레이드된 감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이 밝힌 금융감독혁신 과제는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 자영업자·서민 등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 투명·공정한 금융시장 질서 확립,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금융감독 역량 강화 등 5대 부문이다.

무엇보다 윤 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라는 핵심 사안을 정조준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올해 중으로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시켜 지배구조 개선이 미진한 금융회사는 인사와 예산집행 등 경영실태 전체를 샅샅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윤 원장은 “금융사의 경영실태를 큰 그림에서 파악·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주기마다 종합검사를 실시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지배구조와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사를 선별해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윤 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밝힌 금융감독 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 가계대출 관리 목표 등 감독 목표 이행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얘기다.

지배구조 개선 및 소비자보호 등 감독 목적에 맞지 않는 회사를 선별해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고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도 신설할 계획이다. 종합검사는 상시검사, 선별검사 등과 달리 특정 금융사를 지정해 10여일간 기존 금융사 업무뿐만 아니라 인사, 예산집행 등 사실상 모든 영역을 집중 검사하는 제도여서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선 감독, 후 자율’

금감원은 진웅섭 전 금감원장의 금융감독 쇄신 방안에 따라 2014년 10월 현대해상에 대한 종합검사를 끝으로 3년여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일부 검사를 재개하며 불씨를 지폈다.

금융사 지배구조 점검도 강화할 예정이다.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 경영승계계획 마련 등 지배구조법 준수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소비자보호에 실패한 금융회사나 경영진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영업정지, 해임권고 등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도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회사의 계열사 투자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따져 이에 상응하는 자본을 요구하는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본을 더 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이번 대책은 금융사의 자율성을 강화해 금융산업 발전을 유도하기 보다는 공정경쟁 기반 구축을 위한 감독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혁신과제 대부분은 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기존 금감원의 건전성감독에 더해 영업행위감독까지 더해지면서 자율보다는 책임에 무게추가 실리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종합검사 부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검사를 위한 검사는 안 된다”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윤 원장의 종합검사 카드는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와 '금융검찰'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감독·검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제대로 된 터전 위에서 금융 산업이 발전하도록 감독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감독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며 “글로벌 추세에 맞춰 이전 기준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과 함께 각종 금융규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윤 원장의 구상은 금융소비자 보호와도 맥이 닿아있다. 이를 위해 은행의 대출금리 부당부과 여부 점검을 모든 은행으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이 고려 중이다. 대출금리 부당부과 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 마련 검토, 저축은행별 대출금리 등 영업실태 공개와 금리산정체계 현장검사, 소비자에게 위험과 비용 전가하는 불건전 영업행위 근절을 위한 감독·검사 역량 집중 투입, 특정금전신탁·ELS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일제 점검 등도 여기에 포함됐다.

본격적인 개혁을 선언한 윤 원장의 청사진이 금융업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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