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다사(多産多死)’ 신규 창업자 제쳐두고, 백년가게 지원?
‘다산다사(多産多死)’ 신규 창업자 제쳐두고, 백년가게 지원?
  • 이기훈
  • 승인 2018.07.1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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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두양소근(頭痒搔跟)’인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육성방안 / 이기훈

한국사회에서 자영업은 암보다 치유하기 어려운 불치병(?)이 됐다. 최근 한국인 위암 5년 생존율이 75.4%(2018. 6. 26. 서울경제)인 반면, 소상인 5년 생존율은 고작 27.5%(2018. 6. 18.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육성방안)라고 한다.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중기부가 지난 6월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와 생존율 제고를 위한 '백년가게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30년 이상 영업을 해온 소상인 가운데 백년가게 후보자를 선정, 정책자금 및 홍보 마케팅 나아가 체인화 등을 지원하고, 성공 모델을 확산해 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아래 표)

 


이미 30년을 지켜온 자영업자라면 정책자금이 과연 필요할 것인가. 이미 그 분야에서는 경지에 올랐을 터인데, 어떤 컨설턴트가 어떤 컨설팅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성공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것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일이다. 자영업의 근본 문제는 과밀 과당경쟁에 있고, 특히 된다는 분야만 과도하게 몰린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과당경쟁 출혈경쟁과 특정 분야로 과도한 쏠림'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고서도, 수요공급을 조절하기는커녕 '쏠림이 심한 분야에 성공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모순이다. 백년가게는 희소성이 있어서 더 가치가 있고, 빛나는 법이다. 때문에 백년가게의 성공은 참조만 해야지,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의 체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복제보다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원 시기도 중요하다. 창업한지 30년이나 지난 시점보다는 창업 전 단계와 창업 초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암 5년 생존율에 조기발견 등 초기대응이 중요한 거와 같은 이치다. 당연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도 30년 이상된 중견 자영업자가 아니라, 예비 창업자와 신규 창업자라는 점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백년가게는 정부가 나서 지정하고 육성할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30년 달인들이 원하는 건 '재정이나 마케팅 지원'이라는 생색보다는 '존경과 인정'일 수 있다. 그들의 가치와 진가는 소비자가 만들어 가고, 세월이 인증하는 것 아닐까.

‘다산다사(多産多死)’하는 신규 창업자는 제쳐두고, 장수를 누리는 소상인을 지원한다는 정부의 지원대책은 머리가 가려운데 발뒤꿈치를 긁는 頭痒搔跟(두양소근)이라 할 것이다.

 

<필자 이기훈 님은 부산매일과 전라일보 등 영호남 지역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민주당 부대변인과 홍보위원장으로 생활정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던 중, 외식업에서 '상생과 공생'의 비전을 발견하고 주저함 없이 두루치기 전문점을 창업했다. 그렇게 15년간 음식점을 운영하며, 사회적 약자들과 창업의 기회를 공유하고 '모두가 함께 사는 음식점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그간의 성공과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년가게 창업연구소'를 열어 음식점 창업을 돕고 있다. 저서 : 장사는 과학이다 - 백년가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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