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명진 스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명진 스님

 

-대법원이 재판 거래 논란에 휩싸였다.

▲ 한 국가의 대법원장은 정신적 지도자다. 대법원은 입법부, 사법부의 수장을 넘어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대법원장은 인간이 가진 인권과 보편적 권리에 대해 판단을 하고 최종적 판결을 내리는 막중한 직위의 사람이다. 법정에서 변호사나 검사가 입장하면 일어서지 않지만, 판사가 입장하면 방청객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일어선다.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신성한 법정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판사들은 그렇게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뒤에서 야바위 짓을 했다면 철퇴를 내려야 한다. 죄질이 아주 나쁘다. 일반인보다 백배 이상의 처벌을 줘서 경각심을 줘야한다. 이런 사람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기생하면서 9년 동안 한국사회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종교도 무너지고 사법부까지 저 지경이 되었다.

 

- 한반도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아는데, 올 들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북한은 일단 폐쇄사회이고 개인의 자유가 통제돼 있다. 종교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이 제한된 사회다. 체제를 더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북한도 자신들만의 사회주의 건설 비전을 갖고 있다. 인민들을 너무 억압하면 체제붕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선까지만 통제하고 있다. 이런 통제는 북한 경제가 쿠바만큼 어느 정도 좋아지고, 무상의료나 무상교육 등 복지가 모든 주민들에게 적용되는 시점까지는 이어질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웬만큼은 풀어지지 않겠나하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쿠바처럼 미국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왔다. 북한과 교역하는 나라까지 통제 당했다. 거의 40년 가까이 수출도 못하고 중국 등에 의지하고 살아왔다. 미국과 정상적으로 외교관계가 열린다면, 북한은 풍부한 지하자원만 갖고도 단번에 경제가 달라질 수가 있다. 엄청난 노동력도 한 몫을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 자본이 잘못 들어오면 북쪽체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도와준다 해도 미국 자본과 맥도날드, 코카콜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 북한이 무엇을 원한다고 보나.

▲ 정상적인 외교관계다. 미국이 압박하고 제재했던 규제들을 풀라는 거다. ‘그 이후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미국은 간섭하지 말아 달라.’ 이게 북한이 바라는 요구사항이다. 북한은 당당한 주권국가로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협상과정에서 상하관계나 종속된 관계가 아닌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미국과 팽팽하게 대결국면으로 끌고 왔다. 지금 와서 미국이 시키는 방식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거다. 미국은 지금도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없애라’고 하고 있고, 북한은 ‘왜 우리가 이것을 없애느냐, 너희가 먼저 군사적 위협을 없애지 않으면 절대로 굴복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북한은 먼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억류됐던 미국인들도 보내줬다. 북한은 북‧미관계에서 미국에게 내줄 프로그램이 이미 다 짜여 있다. 미국에게 줄 건 다 줬다. 이번엔 미국 차례다.

 

- 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 사실 미국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일단 군산복합체들이 볼 때, 한반도 무기시장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최대 약점인 러시아와의 문제를 물고 늘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문제들이 한반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과 북한과의 이해관계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북한은 미국의 상황을 지렛대로 잘 활용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맺어 군사위협을 없애고 체제보장을 얻어내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전략을 평가한다면.

▲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면에서 할아버지 김일성을 많이 닮았다. 그를 폭군이라거나 고모부 장성택을 죽인 독재자로 알고 있는데, 내가 볼 때 머리가 아주 샤프하게 빠른 인물이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는 더 이상 체제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핵무기를 통해 ‘건드리면 쏘겠다!’는 거다. 북한이 핵을 쏘겠다는 것은 벌이 침을 쏘는 것과 같다. 벌은 침을 쏘고 나면 죽는다. 너 죽고 나죽자는 뜻이다. 건들지만 않으면 쏘지 않는다. 건드리면 쏜다. 북한도 건드리면 벌처럼 침을 쏘고 서로 죽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1만km 이상 떨어진 미국 동부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에 겁이 났다.

 

-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도 북한은 굴복하지 않고 있다.

▲ 과거 미국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이라든가 판문점 미루나무 도끼사건 등을 보더라도 절대로 북쪽이 먼저 항복하지 않는다. 당시 존슨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 북한이 푸에블로호 승무원 83명을 억류시키자, 미국은 소련을 통해서 엄청나게 압박했다. 북한은 ‘우리 영해에 침범한 배를 억류한 건데 왜 너희가 풀어줘라 마라 하느냐, 웃기는 소리 한다’며 맞섰다. 그때 소련을 통해서 그렇게 압박을 가했는데도 조금도 굽히지 않자 존슨 대통령이 ‘이해 불가능’이라며 두손 두발 다 들었을 정도다. 결국 미국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1년 만에 북한은 미군들만 돌려보내고 함정은 돌려주지 않았다. 지금도 미국은 푸에블로호를 돌려받고 싶어 한다. 왜냐면 미국 역사상 최고의 고급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최첨단 정보함이 외국에 납치됐기 때문이다. 1866년 ‘제네럴 셔먼’호가 북한의 대동강을 따라 들어갔다가 북측에 의해 격침된 사건이 있었다. 격침된 그 자리에 푸에블로호를 전시해 놓았다.

 

- 자존심이 대단한 것 같다.

▲ 남과 북을 여러 면에서 비교하면, 북쪽은 못 살고 힘들고 경제적으로 낙후됐지만 그나마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아왔다. 남쪽은 외세에 의해 자존심은 좀 상했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일단 해결했다. 지금 현재는 외채가 많고 개인 빚도 많다. 거품이 언제 꺼져 경제적 타격이 올지 모르지만, 경제면에서는 남쪽이 북한보다 훨씬 낫기 때문에 체제경쟁에서 북쪽이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북쪽은 자존심이 살아있다. 지금까지 강대국인 미국이나 중국에 무릎을 꿇지 않은 자존심은 우리가 배울 만하다.

 

- 남북 철도 연결 문제가 화두다.

▲ 한반도에 대한 큰 그림을 놓고 보면, 북한의 철도와 도로 건설이 시급하다. 향후 사회적 인프라가 낙후된 북한경제를 살리려면 한국과 미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좀 더 풀리고 북‧미수교가 이뤄지면 경협도 급물살을 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거쳐 중국대륙으로 나가고 싶어 할 것이다. 정치적인 것보다 경제적인 면에서 적극적인 협상을 해올 것으로 본다. 본래부터 일본은 지리적으로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고, 화산과 지진의 위협을 항상 받아온 나라다. 섬나라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섬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DNA가 있다. 임진왜란과 일제침략도 일본인들의 대륙진출 본능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륙으로 가고 싶은 집요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향후 현해탄 해저터널을 뚫어 한반도를 지나 중국대륙으로 가고 싶어 할 것이다.

 

- 지금으로선 이른 감이 있지만 통일, 언제쯤 될 수 있다고 보는가.

▲ 지금의 남북관계 흐름에서 볼 때, 통일문제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급하게 가면 탈이 날 수 있다. 왜냐면 현재의 남북한 체제로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맞지 않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만일에 남한에 사는 강성 종북세력들을 북한에 데려다 놓고 살라고 하면 살 수 있을까. 하루도 못 견딘다. 우리와 다른 낯선 체제가 몸에 배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탈북민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남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부가 집을 주고 지원을 하지만, 적응 실패와 외로움에 자살을 하기도 한다. 사기당하고 알코올중독에 빠지거나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서로 다른 체제 때문에 적응도 화합도 당장은 힘들다. 현대를 사는 우리민족의 비극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통일의 기회와 그런 기운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묘하게도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세 인물이 모두 정치적인 궁합이 잘 맞는다. 천운이 도와주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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