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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배려와 연민 없는 종교 존재할 필요 없어”

<심층인터뷰> 명진 스님-3회 한성욱 선임기자lse3399@weeklyseoul.netl승인2018.07.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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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서 이어집니다.>

▲ 명진 스님

 

-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종교 전쟁으로 혼돈상태다.

▲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내전은 종교전쟁이다. 시리아 내전을 보더라도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자원은 많고 힘이 약한 나라를 미국과 소련이 번갈아 침략해 들어가면서 뒤집어엎었다. 그 지역에 매장돼 있는 자원약탈을 위해서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남아공을 유럽 등 강대국들이 식민지로 만들었고, 그 지역 부족을 돈으로 매수해서 수탈하기도 했다. 약소국이 가진 광산이나 석유 같은 지하자원이 도리어 재앙이 된 것이다. 자본과 종교, 이슬람과 기독교간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무엇이 문제일까.

▲ 합리적이지 않은 믿음에 대한 강요는 맹신이고 미신이고 우상숭배다. 가끔 신도들에게도 얘기하지만, 부처님 말씀만 옳다고 생각한다면 서울역 앞 광장에서 ‘불신지옥’ 띠를 두르고 다니는 사람과 똑같다 말한다. 항상 남을 살피고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 길만이 옳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만 해도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의 두 아들로부터 나왔다. 장남 이스마엘은 여종과의 사이에서 낳았고, 차남 이삭은 본처 사라에게서 난 늦둥이였다. 서로 이복형제다. 이슬람의 원조 이스마엘은 중동인 혈통이고, 기독교의 이삭은 백인혈통이다. 서구 기독교가 이삭의 후손이고, 이슬람은 이스마엘의 후손들이다. 형제라면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잘 지내야 한다. 그러나 종교적 이념차이로 인해 서로 갈라져 형제지간에 지금도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 한국의 종교는 어떻다고 보는가.

▲ ‘종교인 과세’ 문제만 해도 종교단체들의 저항에 밀려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수준에서 일단락됐다. 여기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작동된다. 가진 자가 더 많이 갖는 구조다. 종교가 세상을 향해 낮아지고 어려운 곳을 살펴야 함에도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군림하려 한다. 양극화 사회에서 고통 받고 눈물 흘리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연민을 찾기 어렵다. 그런 종교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탐욕이고 사기다. 굳이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종교는 자체 특성상 아편 같은 중독성이 있다. 불교에서는 ‘너는 전생에 잘못이 많아서 지금 고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고통은 과거의 업보 때문이라는 논리다. 기독교에서도 ‘신을 믿으면 좋은 곳으로 간다’는 것을 강조한다. 현재의 문제는 내가 풀어가야 맞다. 업보가 있으니 당연히 고난을 당해야 한다는 논조가 바로 마약과 같은 거다.

 

-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 이제는 노동개념이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 옛날 농경시대의 농경은 기쁨이 있었다. 땀 흘려 씨를 뿌리고 김을 매거나 이른 아침 새벽녘에 논에 나가 벼 이삭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고 열매를 수확하는 인간적인 기쁨을 누렸다. 그렇게 하루 종일 힘든 노동을 했어도 그 속에 삶과 철학이 있었다. 지금의 노동은 분업화, 기계화로 전락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더 심각해졌다. 이로 인해 노동자는 내가 지금 뭘 하는지조차 모른다. 처음부터 모든 부품들을 끼우고 맞춰서 TV 한 대를 만들었다면 보람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볼트나 너트만 끼우는 일만 반복하거나 부분적인 용접 일만 한다. 노동에 대한 기쁨이 사라졌다. 로봇처럼 반복만 하는 기계화 노동으로 변질됐다. 하루 8시간이 넘도록 일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의미다. 미국만 해도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제다. 주 40시간만 일한다. 우리는 주 52시간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미국에 비해 12시간 더 일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대단한 게 아니다. 현재 세계적 패턴은 8시간 자고, 8시간은 노동을 하는 것이다. 나머지 8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밥 먹고 쉬는 시간이다. 한국은 그동안 12시간 이상을 일했다. 노동과 삶이 분리된 시대에 살았다. 과거 1970년대 노동은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일요일도 없이 밤낮 죽어라 일만 했다. 그 당시에 일하던 나이 든 사람들은 그게 뭐가 어떠냐고 말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완전 노예처럼 착취당했다. 그렇게 해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지만, 8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은 착취다. 이제 그런 ‘악한 노동’에서 탈피할 때가 되었다.

 

- ‘평화의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목적인가.

▲ 그동안 나와 같이 일했던 분들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분들, 세월호 유가족, 용산참사 유가족 분들에게 많지는 않지만 열심히 지원을 해왔다. 강의 등으로 받은 사례금을 그때그때 주는 것보다 이참에 법인을 만들어서 어려운 분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평화의길’은 상식적인 세상에서 미래를 열고 화합하는 세상을 추구한다. 특히 남북교류와 민간협력의 장이 열리는 현재가 그 시점이다. 앞길에 풍파도 많겠지만 소처럼 묵묵히 그 길을 걸어 갈 것이고,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보다 함께 비를 맞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향후 ‘평화의길’은 화해와 평등, 나눔과 연대, 깨달음과 치유의 길을 모색하는 한편, 남북화해와 협력관계에서도 할 일이 많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학술, 사회, 문화교류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평화연대,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피해자 치유를 위한 사회참여, 평화와 통일, 수행과 실천, 나눔과 연대를 위한 교육, 출판, 캠프학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남북한 불교 교류에도 남다른 신념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 조계종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여러 차례 방북하기도 했었다. 그런 연유로 북측 불교단체와도 교류할 수 있는 좋은 조건들이 조성돼 있다. 봉은사에 있을 때 북한사찰편람 10권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주민이 직접 손으로 만든 개마고원산 주목나무 묵주를 남쪽 신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북한의 큰 사찰에 있는 역사적 비문을 찾아 탁본을 떠서 공동 번역작업을 하기로 북측과 협의했었는데, 당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바람에 시행을 못했다. 앞으로 민통선을 지나서 금강산 옛길을 찾아 ‘평화의 길, 걷기운동’도 할 예정이다.

 

- 현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촛불정부가 국민들의 여망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과감하게 개혁 조치를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수 진영의 여론에 휘둘리거나 눈치를 보지 말라. 과감하게 한다면 국민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또 국민들도 현 정부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인내하고 기다리려야 한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더 과감하게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기를 바란다. 부동산정책이나 노동정책, 저출산문제도 눈치 보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한국은 부가 한쪽으로 너무 쏠려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력이면 온 국민이 고루고루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대로 된 세제개혁을 해서 없는 쪽으로 골고루 부가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촛불정부의 역할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약자를 돕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평등한 세상이 오게 될 것이다. 평등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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