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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개인의 거울

김정환 지음/ 창비 이주리 기자ljuyu22@weeklyseoul.netl승인2018.07.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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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시력 38년 동안 시 외에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정력적인 저술 활동을 펼쳐온 김정환 시인의 신작 시집 개인의 거울이 출간되었다. 시인의 24번째 시집으로, 장시집 소리 책력(민음사 2017)을 펴낸 지 불과 1년 만에 내놓는 것이니 역시 놀라운 창작력이다. 이번 시집에는 2017년 만해문학상 수상작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문학동네 2016) 이후 발표한 작품들을 모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육체의 늙음과 지리멸렬한 누대의 시간을 포착해내는 깊은 통찰 속에 서정과 서사가 어우러진 “심오한 명랑성”(최정례, 추천사)이 담긴 활력 넘치는 시편들이 묵직하다. 특히 독특한 구성으로 짜인 제2부의 시들과 시집 끝자리에 놓인 장시 「보유―카탈루냐 지도 재고(再考)」를 주목할 만하다.

시가 언어로써 세상을 직관하는 것이라면, 직관은 세상에 대한 사유의 설명이 아니라 비약을 필요로 한다. 김정환의 최근 시편들은 그러한 사상적 비약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데, 시가 단지 “삶의 음풍농월”(「보유」)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시인은 그 사유의 굴곡을 “빈 화분이 이미 빈 화분 아니고 비로소 집이다”(「빈 화분」)와 같은 식으로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명제의 형식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관념의 비약을 통해 시인은 “나이를 해부하고 나이 든/육신, 잘 안 들리는 청각과 잘 안 보이는 시각을/해부”(「강한 성(城)」)하면서 “생애 아닌 생의 한 장면을 아프게/도려낸 광경”(「눈 오는 날」)과 “내 안으로 계속 들어서는 나의 장면들”(「서」)처럼 반복되는 사물들의 세계를 냉철히 응시한다.

자연의 죽음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유하는 시인은 “은, 는, 이, 가, 을, 를 따위가 사라지면서 사물의/죽음이 더 공평해진다.”(「보유」)라고 쓰고, 죽음과 같은 부재를 “투명한 시간”(「부재의 전집」)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시인이 “나이 너머로 아름답게/늙은 몸이 바로 보석이다”(「방법」)라고 말할 때, 죽음은 생물학적 소멸의 차원을 넘어선 ‘신생의 사랑’으로 거듭난다. 그리하여 시인은 현실의 시간에서 벗어나 ‘~ 아닌 ~’과 같은 부정 반복의 새로운 언어 형식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불러오기도 하면서 “사랑 노래에서 없는 사랑 노래까지” “더 투명하게 없는 사랑 노래의 시간”(「부재의 전집」)을 노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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