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온갖 역경 딛고 꿈 이룬 가수 김덕희 스토리

▲ 김덕희

이 글은 경기도 안성 당직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무렵 학교를 그만두고 남의 집 더부살이를 시작, 결국 가수로서 꿈을 이룬 김덕희가 쓰는 자신이 살아온 얘기다. 김덕희는 이후 이발소 보조, 양복점 등을 전전하며 오로지 가수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 서울에서 장갑공장 노동자, 양복점 보조 등 어려운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초·중·고 검정고시에 도전, 결실을 이뤘고 이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진학해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수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국 성공을 거뒀다.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면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송창식의 ‘왜불러’, 이은하의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을 들으며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만 꿈을 이뤘다는 것이 너무 행복할 뿐입니다.”

<위클리서울>의 간곡한 요청에 결국 연재를 허락한 김덕희가 직접 쓰는 자신의 어려웠던 삶,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얘기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 그리고 모든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편집자주>

 

읍내에 나오는 길 잡아 온 꿩을 들고 나간 아버지와 이발관 주인은 한참동안을 기다려도 돌아오질 않았다. 난 이발관 안의 손님 대기용 의자에 앉아 커다란 거울이 있는 벽의 한 구석 선반에 올려져 있는 텔레비전을 보며 옛날 생각에 빠져들었다.

내가 태어나 자란 당직골이 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다가 이곳에 와서 난생 처음 저 텔레비전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아버지를 따라 나온 길이었다.

그때 난 조그마한 네모상자 속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하는 바램을 갖기도 했었다. 아버지께서 이발하니는 틈을 이용해 텔레비전 뒤쪽을 만지작거리다가 주인 아저씨에게 혼났던 일도 떠올랐다.

그런 추억이 베어있는 텔레비전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 노인장의 아들이 이발을 하다말고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웃었다.

 

 

그 아저씨도 그때 일이 생각났다 보다. 내가 6살 정도였으니까, 벌써 5년 여 전의 일이다. 그때 아저씨는 대머리가 아니었는데, 그동안 머리가 많이 빠졌나보다. 이발을 다 마친 대머리 아저씨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 어렸을 때 저 텔레비전 만지다가 나에게 혼난 것 기억나냐?"

나는 혼자 생각하고 있던 것을 들켜버렸다는 생각에 수줍어서 두 손과 몸을 비틀며 배시시 웃었다.

주인 노인과 함께 나간 아버지가 세 시간이 지나도 오시지 않자 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 취직 문제가 뜻대로 잘 되지 않는게 아닐까하며 가끔 창밖을 보는데 아버지와 이발관 주인이 돌아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았던지 훤한 대낮인데도 술기운이 가득한 얼굴로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 이발관 안으로 들어오셨다. 아버지 손에 매달려서 나갔던 꿩을 보이지 않았다. 술 안주로 하신 게 분명해 보였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다가오셨다. 그리고는 대뜸 오늘부터 이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주인 아저씨 말씀 잘 듣고, 이발 기술 잘 배우라고 얘기하셨다.

노인장께서도 껄걸 웃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새로 들어온 손님의 머리를 자르고 있던 대머리 아저씨도 손길을 잠시 멈추고 내게로 오더니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난 마치 또다른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도 드디어 오늘부터 그렇게도 그리던 읍내에서 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마냥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했다.

주인 노인장은 아버지께 담배 한 대를 권하시며 이제 아들 걱정하지 말고 집에 돌아가서 당신 몸이나 잘 챙기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처지를 잘 아는지라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담배를 다 피우고 일어나신 아버지는 두 부자에게 다시금 나를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혼자 이발관을 나가셨다.

아버지가 이발관을 나가신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다음이었다. 내 뱃속에서는 연신 꼬르륵 꼬르륵 하는 소리가 진동을 해댔다. 벽면 구석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는데 노인장이 다가오더니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며 손을 잡아 끌었다.

이발소 밖으로 나온 노인장은 한 50여미터 걸어서 도착한 어느 집 대문을 열고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30대 중반 정도 돼보이는 여자가 나오더니 아버님 오셨느냐고 하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곳은 노인장의 집이었고 그 여자는 며느리였다. 그러니까 이발소에 있는 대머리 아저씨의 부인이었던 것이다. 노인장은 며느리에게 앞으로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낼 아이라고 소개하며 점심상을 차려오라고 얘기했다. 며느리가 우리의 밥상을 차리는 동안 그 노인장은 내가 지낼 방을 안내해주었다. 대문 입구에 있는 아주 작은 방이었다. 방안 구석에는 달랑 이불 한 채만 놓여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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