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한국의 이주노동자 실태-1

▲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pixabay.com)

한국이라는 땅 위의 이주노동자

“제가 이렇게 서 있었어요. 저는 울고 있었는데, 선장이 바다 쪽으로 밀었어요.”

소형 어선에 타고 있던 베트남 선원이 물에 빠져있다. 허우적거리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를 물에 빠뜨린 한국인 선장은 팔짱을 낀 채 그저 지켜볼 뿐이다. 바다에 빠진 선원은 지난해부터 제주에서 갈치잡이 배에 탄 22세 베트남 청년 A씨, 이주노동자다.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해 보내는 시선은 달갑지 않다. 위 베트남 선원 A는 한국인 선장으로부터 바다에 빠뜨리는 것 이상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A씨를 비롯한 베트남 선원 2명은 선장이 얼굴에 주먹질을 하거나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음을 전해왔다. 세상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냐고? 언제 적 얘기를 하고 있느냐고? 2018년 5월 30일 기사화로 알려진 불과 한 달 전 사건이다.
 

[선주 : 뭐? 바꿔주세요? 뭐? '뽀치 캄'(사례비 줘). '네 머니 캄'(네 돈을 줘).]

[우다야 라이/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을 기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고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일을 그만두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정부 허가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3년간 3번만 직장을 옮길 수 있다. 이마저도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데 A씨의 경우 선주가 동의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 해당 선주와 선장은 반대로 베트남 선원들 때문에 큰 손해를 봤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악덕 고용주가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법이라는 테두리에 있다. 이들은 불리할 때면 오히려 법에 기댄다. 법이라는 테두리는 그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호해주지 않는다. 일자리 선택의 자유 제한을 넘어 때로는 이주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 외국인 고용에 있어 오늘날 한국의 현 좌표이다.

외국인 고용 관련 한국의 실태를 살펴봄에 있어 이 글에서는 주로 ‘이주 노동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주노동자라는 말보다 우리에겐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근로자’라는 말이 익숙하다. 이 밖에도 이민 노동자, 초빙 노동자, 이방인 노동자 등 다양한 명칭이 있지만 모든 용어가 일정 기간 동안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 돈벌이를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근로자’라는 단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하향적 시각이 반영된 단어이고, 외국인 노동자라는 것은 이들에 대한 타자화, 단일민족 중심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한다.

 

덫에 빠진 이주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는 체류 자격에 따라 둘로 나뉜다. 합법 근로자와, 불법 체류자(미등록 노동자). 출입국 관리법상의 체류자격에 따라 고용허가를 받은 합법근로자와 달리 불법체류자는 취업 사증을 받지 못했거나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이다. 한국에서 해외취업에 열을 올리듯 중국에서도 한국으로의 이주 노동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 때부터 당시 중국에서 1년 벌어야 받을 수 있는 60만 원이 한국에서는 한 달 치 월급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나이로 59세인 한 조선족 H씨도 그렇게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1년만 열심히 벌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 의심 없이 일을 시작했던 식당에서는 첫 달을 제외하고 그 후 1년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월급을 모아서 관리해주겠다 했지만, 점점 줄 돈이 없다는 식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른 식당으로 일자리를 옮겨 밀린 월급을 기다렸지만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1년 치 630만 원이라는 돈을 받지 못했다. 미등록 노동자이기 때문에 H씨는 해당 식당 주인을 고발할 수도 없고, 중국에선 10년을 벌어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을 포기하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환갑에 가까운 오늘까지 공사장 식당에서 잡일을 하며 2평 남짓의 컨테이너 방에서 생활 중이다. 이 방은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딸려 있지 않고, 주로 공사장 내의 화장실을 이용한다.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철이면 방 안에 갇혀지내는 신세가 되고 길게는 3개월 동안 방안에서 꼼짝없이 나오지 못한 적도 있다.

불법체류자로서 이주노동자는 늘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작업장에 노출되어 있으며, 임금보장을 확보할 뾰족한 수도 없다. 낮은 임금 수준 탓에 당장의 생계에 대한 막막함과 추방에 대한 불안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은 H씨를 비롯한 이주 노동자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 수 십 년 동안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지극히 폄하되어 왔으며, 국가로부터의 관리 역시 ‘제재’와 ‘단속’으로 맞춰져 있었다. 특히 현행 고용허가법 이전 산업연수원제도는 불법체류자의 규모를 줄일 것을 기대하며 도입된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법체류자 증가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제도 당시 원칙적으로 출입국에서는 외국인의 단순노동에 대한 허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연수원제도로써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연수’라는 명목으로 단순 노동자들의 노동 수요를 충족하도록 하였다. 다만 제도에 속한 산업기술연수생은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국내 기업에 취업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많은 연수생을 불법취업자로 이탈시키는 유인을 늘린다는 비판에 2007년 1월 1일부로 폐지되었고,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었다.

고용허가제는 합법적 취업정보제공과 대체인력 공급을 통해 불법고용 및 불법취업 유인을 최소화하고 불법체류자에 대한 엄격한 법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2003년 법무부는 체류기간이 4년 미만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사면조치와 강제퇴거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며 동시에 해당 고용주에대한 처벌과 해당 인력에 대한 합법화, 자발적 본국귀환 지원 등을 시행했다. 2005년에서 2008년 이주노동자의 원만한 귀환을 위한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유관기관 및 해외 NGO 단체들과 인프라 구축, 네트워크 사업으로써 귀국 후에도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불법 체류자 양산을 막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부책은 주로 귀환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연합 출신이 아닌 이주노동자는 ‘노동허가’와 ‘체류허가’를 모두 취득해야 하는데 이 중 누락된 요건이 있다면 불법체류자로 간주된다. 또한 국제이주기구 IOM 가입국으로서, 기구에서 제시하는 정책연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인재유치방안에 대한 다각적 실태조사와 현황분석을 통해 국제적 주민귀환을 지원하고, 브로커의 불법행위 방지 방안 마련, 이주노동자들의 출․입국 조건강화 등의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불법체류자가 귀환하면 오히려 혜택을 주는 방향의 정책으로 하여금 독일은 54만 6천여 명의 불법체류 노동자를 110개국에 귀환시켜왔다. 한편 일본의 경우 내국인 근로자와 합법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법취업 외국인의 고용주와 브로커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법 취업 이주노동자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들 당사자 뿐만 아니라 고용주와 브로커 등 관계인 모두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새롭게 ‘불법취업조장죄’를 만들었고 불법취업으로 고용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엔의 벌금(정황에 따라서는 병과)를 부과하도록 하였다. 한국은 ‘귀환 조치’와 ‘단속’이라는 당근과 채찍의 사이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를 감소시키고 진정한 다문화 사회에서 융합하기 위해서는 단일민족적 차원의 울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불법체류자가 된 이유에 대해 적극 개입하며 그들에 대한 관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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