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섬진강 마실-오암마을③

▲ “나는 아침에 논 한 바꾸 도는 것이 해장이여.” 김희만 할아버지. 이날평생 할배가 논바닥에 흘린 땀방울이 몇 동우일 것인가.

검은 그늘막 아래 인삼밭 너머로 무논이 뽀짝 잇대어지는 진안 들판. 그 밭둑 위로 부지런히 모판을 나르는 김희만(79) 할아버지.

“경운을 안허고 생긴 대로 지스는 논이라 옹삭시라.” 옹삭시런 자리일망정 그것은 논. 논이라는 것은 반드시 어린 모를 심어 황금 이삭을 만들어 내놓는 땅이라는 명제를 거역하지 않고 살아온 할배의 생애다.

‘일미칠근(一米七斤)’. 쌀 한 톨에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 하였으니 이날까지 할배가 이 논바닥에 흘린 땀방울이 몇 동우일 것인가.

“나는 아침에 논 한 바꾸 도는 것이 해장이여. 아침에 논물 보러 나오문 마음이 개안허고 시원허고 그리여. 술도 안 허고 담배도 평생 입을 안 대봐. 내 재미는 논 딜다 보는 것이여. 나는 참 재밌게 농사 지스고 살아.”

재밌게 농사 짓는 할배가 어릴 적 강마을의 재미진 기억을 풀어 놓는다.

“쪼그말 직에는 강에 가서 깨 할딱 벗고 꼬치 잡아댕기고 그것이 그리 재밌다고 서로 웃고 글케 놀았지. 그때는 빤스도 없는 시절이여. 모다 가난힜지.” 장난감은 꿈에도 못보던 시절, 강은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였다.

“손으로 더듬질히서 물속에 고기 잡고 그랬지. 피리도 잽히고 큰놈은 보듬았다가 놓치기도 허고. 아, 그놈이 살란게 놓쳤지. 우리 아버니는 항시 물고기 잡는 것 아니라 그렸어. 짐승도 잡지 말라 그려. 쪼그만힜을 직에 동네 형들 따라 토끼몰이 따라갔다가 아버니헌티 되게 맞고 그 뒤로 안갔어. 넘 속아프게 허문 안된다 그 말씸이여. 우리 할아버지도 참 훌륭하신 사람이었다고 그려. 말이란 것은 꼭 놓을 자리에 놓아야지 함부로 노문 안된다, 내가 꼭 이길 일도 지고 살아라 그리 말씀을 허셨다고 혀.”

유산처럼 내리내리 이어받아 온 금 같은 말씀들이다.

“부모 그늘 아래 살 때가 든든힜지. 죽사발에도 웃음 있다잖여. 밥을 먹든 죽을 먹든 부모 그늘이 따숩지. 부모가 되야 본게 그 일이 참 엄중한 일이여.”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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