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부 농업공약 ‘빈껍데기’, 식량주권 포기 농정 ‘최악’”
“촛불정부 농업공약 ‘빈껍데기’, 식량주권 포기 농정 ‘최악’”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7.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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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1회

‘농심(農心)’이 타들어가고 있다. 대선 때 농업을 챙기겠다던 현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이전 정권보다 오히려 후퇴했다고 원성을 높이는 상황. GMO 완전표시제와 Non-GMO 학교 급식 공약도 오리무중이다. 농민들이 그토록 외쳐온 밥상용 쌀 수입반대 목소리도 농정당국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농민수당제도 문제지만 쌀값 현실화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우루과이라운드와 FTA 등을 통해 국내농업을, 농민을 사지로 내몰아온 역대 정권들. 촛불에 의해 탄생한 현 정부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농업을 너무 홀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농업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도 없다.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농민을 외면했고 농업을 팔아먹었던 것처럼, 촛불정부도 다를 바 없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의장이 정부의 일방적이고 소통이 단절된 농업정책을 따갑게 꼬집는다. 그는 또 “1조원이 드는 ‘스마트 팜’ 사업도 처음부터 농민은 빠졌다.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허울 좋은 정책일 뿐이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도와주고 있다”고 토로한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박 의장은 “장흥은 동학혁명군 선열들이 외세와 맞서 피를 뿌렸던 마지막 전투지인 ‘솟대 뜰’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라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동학의 결사정신으로 자주적 농업정책을 펴야 함에도 외세에 굴복했다. 농업예산도 4% 삭감하는 등 농업발전에 역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박근혜 정권 때는 그래도 자급률을 34%로 잡았는데, 현 정부는 오히려 24%로 낮췄다. 식량주권을 포기했다. 농업붕괴 상황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가 공석 중이다. 농민들은 외칠 곳도 없고, 농업상황은 위급한 국면에 처해 있다.”

문제는 산적해있다. 쌀값 현실화도 농민들에겐 발등의 불이다. 현재 쌀값은 25년 전의 18만원 그대로다. 박 의장은 “다른 물가는 모두 올랐지만 쌀값은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모두 합하면 총 34%다. 하지만 농민은 제외됐다. 농민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18만원 쌀값에서 34%를 올린 24만원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다음해 농사를 짓기 위한 농민의 최저임금과 같다”고 말한다.

박행덕 의장을 용산의 전농 사무실에서 만났다. 폭염에도 의장 사무실의 에어컨은 꺼져 있었다. 뜨거운 날 들에서 땀 흘리는 농민을 두고 에어컨을 틀고 있을 수 없다는 뜻에서다. 17대 전농 의장으로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통일농업사업, 현 정부의 농정과 쌀값 현실화, 농정개혁, 농민수당 문제, 남북 종자 교류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을 깊이 있게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취임 반년이 지났다. 소감이 어떤가.

▲ 지난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한을 찾아온 북한 측 임원들을 만나 ‘밥상부터 통일하자’는 뜻으로 직접 생산한 우리 쌀로 지은 정성어린 밥 한 끼를 대접했다. ‘통일밥상’을 통해 남북 농업교류의 장을 열려는 염원이었다. 일부에서 그런 걸 돈 들여서 왜 하느냐고 비난도 했지만, 막상 하고 나서는 대부분 상당히 좋았다는 평가였다. 통일밥상 때문에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전에는 단순히 신뢰관계로 옹기종기 모여 활동했는데, 과감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다. 통일의 발걸음에 하나의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전농의 남북교류 사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하고 싶다.

 

- 농민운동에 뛰어든 계기는.

▲ 동학혁명의 역사가 서려있는 전남 장흥이 제 고향이다. 동학혁명기념사업회 앞뜰에는 동학혁명군의 마지막 전투지였음을 알리는 ‘솟대 뜰’ 기념비가 있다. 동학군이 외세에 맞서 장렬하게 순국한 유서 깊은 곳이다. 의장으로서 선열들의 정신을 계승해 전농을 이끌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농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7년부터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어 비교적 부농의 삶을 살았다. 지금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토지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젊은 시절에는 객지생활을 오래했다. 고향에 돌아왔을 때는 농촌 젊은이들이 없었다. 이듬해인 1988년에 동네이장을 맡게 됐다. 젊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는 가톨릭농민회 농민운동이 일고 있던 시기다. 농민단체의 활동이 많았지만, 주민들은 농민운동과 농활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 귀향 후 마을 분위기는 어땠나.

▲ 면사무소 직원들이 농민을 마구 대하는 것을 봤다. 이전부터 생각했던 농촌의 모습과 너무 달랐다. 농민을 마치 하인 부리듯 했다. 요즘 재벌의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갑질도 그런 갑질이 없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갑질들을 수없이 봤다. 면사무소 직원이 업무 차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이장을 찾아가 닦달부터 한다. 위에서 억누르고 농민을 억압하는 관청의 권위적인 태도가 아주 불쾌했다. 지역 권력기관도 마찬가지다. 검찰이나 경찰도 평소 자기들 비위에 거슬리는 농민을 지목했다가 어떻게 해서든 엮어서 구속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마디로 관과 검경이 한통속이 돼서 농민을 억압하던 시절이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마을을 떠나려 했지만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 그때가 전농이 막 태동할 무렵이었다. 지금이야 후배들이 농민운동을 활발히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을 향해 ‘빨갱이’, ‘간첩 놈의 새끼들’ 등 별별 소리를 다했던 시기였다.

 

- 전농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 농촌에서 온갖 궂은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들이 꿋꿋하게 농사일을 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저들은 누구지? 빨갱이, 간첩소리 듣고도 어떻게 저렇게 참고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가만히 보니 이들이 하는 일이 어느 것 하나 틀린 게 없었다. 거기에 상당히 감동 받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가 전농이 창립하기 직전이었는데, 이장을 몇 년 동안 맡으면서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부산지역에서 전농 전국 면지회 창립회가 열렸다. 초기여서 회원들이 거의 없었다. 지회장을 맡을 사람도 없었다. 그때 아는 선배 한분이 회장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전농의 편을 많이 들어주던 나를 추천했다. 잠시 고민을 했다. 결국 일을 맡게 되면서 농민운동의 길을 걷게 됐다.

 

- 고향인 장흥에서 어떤 농사를 하고 있나.

▲ 현재 복합농을 하고 있다. 농사와 함께 소도 키우고 있다. 장흥은 한우사육 전남 1위 지역이다. 전국 소비자들로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친환경과 유기농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표고버섯 하우스와 버섯 2만 본을 산에서 재배하고 있다. 장흥은 표고버섯 주산지다. 청정해역의 갯벌생태와 함께 산과 강, 바다, 호수 등 천혜의 자원이 풍부한 장흥은 전국 최초로 문화-역사와 연계한 농⋅수⋅축⋅임산업의 메카로 발돋움 하고 있는 농업특구이기도 하다. 천관산과 억불산,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등 관광지역도 많다.

 

- 촛불정부 1년이 지났다. 현 정부의 농업정책 활로가 보이는가.

▲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약까지 했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빈 공약(空約)이었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농업에 대한 말조차 꺼내지 않았고, 아직도 농정에 대해선 일언반구 한 마디도 없다. 농업을 아주 홀대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한․미 FTA를 추진했던 통상교섭 담당자도 농업을 완전히 무시한 채 강대국에 농업시장을 넘겨주었다. 그런 사람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다시 중용했다. 현 정부의 태도는 ‘너희는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일단 정해진 길을 가겠다’는 식이다. 대통령에게 줄기차게 면담을 요구했지만, 보고가 중도에 차단됐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들은 체 만 체다. 만나겠다든지 아니면 못 만나겠다든지 어떤 응답도 없다.

 

-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가 공석인데.

▲ 농정 최종 결정권자가 없는 상태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청와대 비서관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역출마를 이유로 사직서를 냈기 때문이다. 공석이 됐던 비서관 자리는 얼마 전에 임명됐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자리는 지금까지도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과연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우리들이 정부 농정에 대해 ‘그것이 잘못됐으니 고치시오’하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곳이 없고 농정은 갈수록 역행하고 있다. 지난해 밥상용 쌀 수입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버젓이 수입해 국내시장에 풀고 있다. 내년도 농업예산마저 4% 삭감하겠다고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전남 장흥 출생
전남 장흥군 농민회 회장
13, 14기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
2016 전농 감사
2016 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
2018 전농 의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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