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섬진강 마실-오암마을④

▲ 고사리 삶아내느라 김이 펄펄 나는 무쇠솥

마당에 김이 펄펄 난다. 최옥순(76) 할매는 가만 서있어도 뜨거운 햇볕 아래서 꺼멍무쇠솥을 마당에 걸고 고사리를 삶아내 널고 있는 중이다. 고사리의 출처는 ‘쩌어 꼴짜기’. 길게 늘이빼는 ‘쩌어’에 ‘깊고 깊은’ 산중이란 설명이 깔린다.

“우리 진안고사리가 향이 그러코 좋아.”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산을 더트고 다닌 한나절의 이력이 시방 마당에 널어진 고사리에 담겼다.

 

▲ “우리 자석들 줄라고.” 최옥순 할매

 

“자석들 줄라고. 나는 부모 책음을 다 못힜어. 요 산골에서 묵고살 것이 없응게 애들을 지대로 갈치들 못하고 쬐깨만 갈쳤어. 그것이 항시 맘에 영쳐 있어.”

할매는 삶은 고사리가 한가득인 큰 소쿠리를 뿔끈 들어올린다.

“안 무거. 해오던 것은 해오던 힘으로 해.”

자기 앞에 놓인 생의 무게를 당연하게 감당해 온 습관의 힘일 터.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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