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협치 내각’ 후폭풍

청와대가 승부수로 던진 ‘협치 내각’이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권 인사의 입각을 포함한 정국 운영의 방향을 밝히면서 여야 모두 제각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수 정치권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후반부 뜨거운 이슈가 될 ‘협치 내각’을 전망해봤다.

 

 

청와대가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며 정치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문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협치 차원의 야권 인사 발탁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당에서 먼저 요청이 왔고, 본격적으로 얘기된 것은 지방선거 이후"라며 ”개각을 쉽게 결정짓지 못하고 고려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이 문제였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과 다른 야당의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짓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 왔다는 얘기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예로 들며 국회 논의에 따라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협치의 폭과 속도에 따라 입각의 대상 등 그 폭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정치권의 반응을 두고 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협치 내각’ 구상은 여소야대의 현실을 고려해 국회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 문재인 정부 2기의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협치 대상은 평화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범진보 진영이 중심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보수 야당 입각 가능성에 대해 “어디까지가 보수이고 진보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입각 가능성과 폭은 좀 많이 열려 있는 것 같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체”라고 말해 보수 정치권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조건부 협치’ 로드맵

청와대가 던진 ‘협치 내각’ 제안에 야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범보수 성향의 야당과 범진보 성향의 야당은 조금씩 생각이 다르다. 평화당은 일단 청와대의 공식적인 제안이 없었던 만큼 협치 내각에 선을 그었다. 조배숙 대표는 “야당에게 장관 한 두자리를 내놓고 유혹하는 건 협치가 아니라 통치”라며 “협치내각은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에 나선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화당 일각에선 목적과 대상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성향이 다른 정당과의 협치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가능하지만 연정을 하겠다는 건 제2의 3당합당"이라며 "협치건 연정이건 촛불혁명의 산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인 만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완전한 개혁을 이루는 개혁입법연대 등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보수야당은 청와대의 협치내각 제안이 정국전환용 카드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보복의 정치를 청산하고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자는 반성과 진정성 있는 다짐이 있다면 검토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전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바른미래당도 청와대가 협치를 위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정책연정협약서, 주기적 영수회담, 야당을 포함한 당ㆍ정ㆍ청 협의회 개최, 선거제도 개편 및 개헌 등 정책협의 등의 방안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협치 내각 제안이 연정 수준으로 확대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야권 일각에선 연정 수준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협치 내각 카드를 받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협치 내각이 일부 장관 자리에 야권 인사를 넣는 수준이라면, 연정은 야권이 정부와 공동책임을 지며 국정 운영에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의미로 차원이 다르다는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공동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협치에 관한 최소한의 계약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협치 내각을 하려면 연정 체제를 갖추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장관 한 사람 넣는 걸 협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노무현 정부 때의 대연정은 중요한 정책 사안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권한을 제1야당 대표에게 준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협치 내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30석의 국회 의석으로 과반이 되지 않는 입장에서 일단 협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기류가 있다.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인 이인영 의원은 “경우에 따라서는 독일처럼 진보와 보수가 대연정을 하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범계 이종걸 김두관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은 반대 입장이다. 박 의원은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연정은 궁극적으로 2020년 총선에서 호남권에서의 공천 충돌을 일으킬 수 있고 이는 민주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당제 구조가 아니라면 소연정이든 대연정이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청와대는 일단 신중 모드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별세로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가 깨지는 등 내부 사정이 복잡해진 것도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상대방이 있는 문제여서 청와대 또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성격의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여당이 주도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한 만큼 지켜보고 기다리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결국 협치 내각 구성은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최종 결단과 야권의 반응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연정’을 연상케 하는 이번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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