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그리고 그 뒤

또 다른 충격이었다. 진보 정치권의 스타이자 대표 인물이있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투신 자살 소식은 정치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 의혹도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눈물 속에 침통한 분위기의 정의당이 앞으로 어떤 행로를 걸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노 의원의 별세 이후 정의당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했다. 노 의원의 뜻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입당 문의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평화와 정의’도 향후 입장을 놓고 고민중이다. 노 의원 이후 누가 진보정치권을 책임지고 나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보정치권이 대표 정치인을 잃었다.

노 의원은 “정의당을 계속 아껴달라”는 유언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났다. 노 의원이 숨진 뒤 그의 뜻을 잇겠다는 입당 문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의당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며 1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라”고 호소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월 23∼25일 전국 성인 1503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은 지난주에 비해 0.1% 오른 10.5%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특히 노 의원이 숨진 23일 일간 집계에서는 9.5%를 기록했다가, 이튿날인 24일 10.2%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25일엔 11.0%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노 의원의 지역구(경남 창원 성산)가 있는 부산·경남 지역과 호남 지역에서 정의당의 지지도가 올랐고, 세대별로 보면 30대에서 상승했다고 밝혔다. 반면 20대 일부는 정의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 인사들의 정의당 입당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인 정태인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26일 정의당 당원으로 가입했다고 알렸다.

정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의당에 들어가며>라는 글을 통해 입당 사실을 알렸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도 불리며 소득주도 성장 이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정 소장은 “개인적 울컥함만으로 입당을 결정한 건 아니”라며 경제 상황을 나열한 뒤 “이 정부가 촛불개혁을 완수하기 바란다, 불평등 심화 경향을 역전시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현재의 청와대와 민주당을 봐서는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의 힘이 빨리 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젠 절박한 정도에 이르렀다"며 ”더이상 '지못미'를 반복할 수 없기 때문에 들어가겠다"고 입당을 설명했다.

 

특검 수사 입장 ‘반발’

배우 김희애씨의 남편 이찬진 포티스 대표도 정의당 당원 가입 의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 대표는 “노 의원의 연설을 보고 나서 정의당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당원 가입을 하려 한다"며 "제 인생에 처음으로 정당 당비를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노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는 동시에 특검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드루킹’ 김모씨를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정의당 심상정 김종대 의원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따른 대응이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특검의 주장은 어떤 의도인지,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특검의 행태는 허위정보를 확대, 재생산해서 유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상에 무분별하게 떠도는 허위정보를 근거로 공당의 정치인을 음해하려는 것인가. 특검은 지금이라도 본연의 임무로 복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 의원의 별세 이후 정치권은 한동안 애도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성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만큼 대응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노 의원이 지금까지 정치권에 남긴 뜻이 어떻게 이어질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우리는 노 의원께 빚을 졌다”며 “노 의원께서 꿈꾸신 정치를 흉내 내지도 못했다. 노 의원의 익살에 감춰진 고독을 알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각 당의 애도 논평도 이어졌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진보정치의 상징인 노 원내대표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확고한 정치 철학과 소신으로 진보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노 원내대표의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의 강고한 벽에 온몸을 던져 항거했던 노동 운동과 진보정치의 산 증인이었다”고 기렸고 이용주 평화당 원내대변인은 “진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한국 진보 정치권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던 노 의원의 발자취가 어떻게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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