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잣빛 칠산바다, 시원한 솔숲, 맛깔난 굴비백반…올해 피서는 이곳에서!
청잣빛 칠산바다, 시원한 솔숲, 맛깔난 굴비백반…올해 피서는 이곳에서!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07.27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초록 여행스케치> 전남 영광

낭만과 젊음의 계절, 여름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이맘때, 녹색 자연은 그런 답답함을 뻥 뚫어준다. 동 서 남해, 어느 바다가 좋을까 고민(?)하면서부터 더위는 저만큼 물러난다. 밀려오는 파도와 시원한 숲 그늘,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무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한 편의 시이고 동화다. 이즈음에 찾아가는 전남 영광땅은 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달콤한 휴식과 에너지를 선물해준다. 청잣빛 바다와 산, 전망 좋은 해안도로, 마음을 달래주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혼잡함을 피해 가급적 8월 중순경에 다녀오길 권한다.

 

▲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쟁이꽃동산

칠산바다를 따라가면서 보라

법성포는 영광 여행 1번지다. 옛 적 중국과 일본 상인들이 드나들며 무역을 했던 곳이고, 이순신 장군이 군량미 확보를 위해 상륙했던 법성포는 영광굴비의 산지로, 흔히 ‘다랑가지(多浪佳地)’라고 불리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곳이다. 광주-영광-법성을 잇는 22번 국도의 종점으로, 영광읍에서 서북쪽으로 12㎞ 남짓 떨어져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지리서 <택리지>에서 법성포구를 “호수와 산이 아름답고, 민가의 집들이 빗살처럼 촘촘하여 작은 서호로 부른다”고 했다. 서호는 천하제일의 경치를 자랑했던 중국 항저우의 이름난 호수다.

 

▲ 법성포항
▲ 법성포 굴비

 

칠십 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곳, 법성포구에는 칠산바다를 중심으로 조기어장이 꽤 넓게 퍼져 있었는데, 한번 나갔다 하면 만선은 아니더라도 넉넉한 양의 조기를 잡아왔다고 한다. 이런 형편 때문인지 법성포는 활기에 넘쳤고 외지인들이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꽤나 흥청거렸단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이런 저런 어업 환경의 변화로 그 때 그 모습은 전설처럼 돼 버렸다.

법성포를 둔 영광땅은 서해바다의 낭만과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어 외지인들의 발길이 연중 이어진다.

 

▲ 간다라유물관
▲ 불교 도래지, 인도 승려가 불교를 처음으로 전파한 곳이다.

 

광주-영광-법성을 잇는 22번 국도의 종점인 법성포구에서 시작하는 여행은 수채화 같은 해안도로를 따라 목맥마을, 칠곡마을 등을 거쳐 홍농읍 계마항-가마미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칠산바다를 가슴에 안고 바닷가를 끼고 도는 해안도로는 정겹고 아늑하다. 특히 해질 무렵에 맞춰 찾는다면 붉은 노을과 칠산바다가 빚어내는 황홀한 풍경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법성포구에서 홍농 방면 3km 남짓 떨어진 해안가에는 4세기경(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불법을 처음으로 전파하기 위해 상륙한 불교 도래지가 있다. 옛 지명, ‘아무포’로도 불리는 이곳은 크고 작은 불교 신앙 시설들이 들어서 있는 현대판 불교공원이다. 108계단을 비롯해 높이 23미터의 사면대불상, 인도 간다라풍의 고대 사원 양식으로 지은 간다라 유물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도 무척 아름답다. 오밀조밀 이어진 숲쟁이 공원길은 느티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피어있는 숲이자 산책로다.

 

▲ 계마항

 

여기서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왼쪽으로 계마항이 보인다. 칠산 앞바다의 작은 섬, 송이도와 안마도행 배가 떠나는 곳이다. 계마항 앞바다에 떠 있는 쥐섬, 고양이섬, 호랑이섬 따위의 새끼섬들도 볼만하다. 계마항 주변 횟집에서는 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도미, 민어, 농어, 준치 따위의 싱싱한 회도 맛볼 수 있다.

홍농읍 계마리 가마미부락(계마항에서 5분 거리)에 자리잡은 가마미해수욕장은 울창한 소나무숲과 반달 모양의 모래밭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마을 앞으로 휘어진 모래사장은 모래가 잘고 부드러워 뛰어 놀기에 딱 좋다. 석양 무렵, 해수욕장 뒤편의 금정산에 오르면 붉게 타오르는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고, 조기어장인 칠산도가 한눈에 펼쳐져 장관을 연출한다.

 

▲ 노을전시관 옆으로 난 나무데크 산책로

몸과 마음이 즐거운 드라이브 코스

가마미해수욕장과 계마항을 둘러보고 법성포로 다시 나와 백수읍을 거쳐 홍곡리-백암리-대신리-구수리-길용리-원불교성지에 이르는 19km의 해안일주도로(백수해안도로)를 타보자. 이 해안도로는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길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과 엷은 안개로 자욱한 칠산바다, 거북바위 모자바위 형상을 한 기암괴석, 그리고 올망졸망 들어선 해안마을이 수채화 같은 정경을 보여준다.

 

▲ 칠산바다를 끼고 달리는 백수해안도로
▲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생가

 

또 해안길에서 만나게 되는 모래미해수욕장, 장바우 낚시터, 와탄천 배수갑문 등도 눈여겨 볼만하고, 칠산바다가 가슴 가득 안기는 전망대(칠산정)와 해수탕(영광해수온천랜드), 노을전시관도 들어섰다. 노을전시관은 사진 속 노을, 음악 속 노을, 문학 속 노을 등을 주제로 영광의 노을을 소개하고 있다. 칠산정에서 노을전시관까지 이어지는 나무데크 산책길은 싯푸른 바다와 숲이 길동무가 돼 주어 걷는 즐거움이 참 좋다.

 

▲ 노을전시관
▲ 모래미해수욕장

 

해안일주도로가 끝나는 길용리에 이르면 원불교의 성지인 영산성지가 나온다.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이 태어나 구도의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교화를 시작한 곳이다. 이곳에는 대종사의 생가를 비롯, 기도터인 삼밭재와 마당바위,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노루목 등이 눈길을 끈다. 한적해서 좋은 영산성지 뒤편 구수산에 오르면 서해바다가 한눈에 꽉 차고 법성포항에 드나드는 어선과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 고즈넉한 불갑사 경내

고요함이 흐르는 절집

광주-영광을 잇는 국도 22호선을 타고 밀재를 넘은 뒤 오밀조밀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에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처음 불교를 전파하면서 창건한 불갑사가 나온다. 보물 제830호인 대웅전은 연꽃과 보리수나무 무늬의 창문 장식이 불교 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정면과 측면 모두 가운데 칸의 문을 연화문과 국화문, 보상화문으로 장식했고, 좌우 칸은 빗살무늬로 처리하여 분위기가 매우 독특하다. 이외에도 절 안에는 만세루, 명부전, 일광당, 팔상전, 칠성각, 향로전, 요사채 등이 가지런하다. 절집 마당에는 진각국사가 심었다고 전하는 700년생 참식나무가 서 있다. 참식나무는 불갑사 뒤편에 자생지가 있다. 녹나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수로 10월이나 11월에 암꽃과 수꽃이 각각 딴 그루에서 피며, 다음해 10월쯤에 열매가 붉게 익어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 있다.

산 들머리의 불갑저수지를 지나 동백골을 타고 정상에 오르면 맑은 날 동쪽으로 무등산을 볼 수 있고 해질녘 서해 칠산 앞 바다의 낙조 또한 일품이다. 산행은 불갑사에서 해불암을 거쳐 정상인 연실봉에 오른 후 다시 그 길로 내려오거나 반대편 계곡의 용문사 쪽으로 내려가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 내산서원

 

불갑산(佛甲山)은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불교적 색채가 짙은 산이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백제에 불교가 처음 들어올 때 불교의 도래지란 의미의 불(佛)자와 육갑(六甲)의 천간(天干)인 갑(甲)자를 따서 불갑사라 했고, 불갑산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불갑사에서 불갑면사무소 쪽으로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조선 중기 문신인 강항(1567-1618)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내산서원이 있다. 강항 선생은 포로생활을 하면서도 일본 승려들에게 유학을 가르치며 지리와 군사시설 등 왜군의 사정을 고국에 알려줬던 인물이다. 선조 33년(1600)에 귀국한 후 벼슬을 사양하고 독서와 후진양성에만 전념하였다. 이 건물은 몇 번의 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젓갈산지로 이름난 설도항

영광의 끝자락에 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영광땅 끝자락인 염산면의 설도항에도 가보자. 비산비야의 풍경을 바라보면 한참 가다 보면 바둑판처럼 이어진 염전과 소금창고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일대에는 크고 작은 염전들이 줄줄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 염전에서 생산하는 무공해 천일염은 연간 4만2000여 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14%를 차지한다. 때가 맞으면 염부가 소금을 긁어모으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 4두우리 염전
▲ 두우리 염전의 소금창고
▲ 백바위해변

 

한편, 염산에서 빼놓지 말고 가볼 곳이 있다. 해안선과 솔밭이 아름답고 오토캠핑이 가능한 백바위해변이다. 백바위는 석영 성분의 갯바위가 눈부시도록 희어서 붙여진 이름. 백바위해변에서 바라보는 광활한 칠산바다는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 설도항 상인들이 새우젓을 팔고 있다.
▲ 향화도항의 어부

 

설도항은 젓갈 산지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부둣가에는 황석어젓, 멸치젓, 짜랭이젓(병치새끼젓), 갈치속젓, 까나리액젓 등 다양한 젓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새우젓은 6월쯤에 잡아서 3년 이상 묵힌 천일염으로 절인다. 보리새우, 낙지, 꽃게, 백합, 물메기, 서대, 쫄쫄이미역 등 해산물도 푸짐하다. 설도항에서 함평 쪽으로 내려가면 영광땅 끝인 향화도항이 나온다. 함평군과의 경계이자 바다 건너 무안 도리포가 지척인 곳으로 원래는 섬이었으나 간척을 통해 육지와 연결됐다.

 

▲ 할매집의 보리밥정식 차림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23번국도)→영광읍(22번국도, 홍농방면)→법성포(22번국도)→홍농(842번 지방도)→가마미해변.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나들목→아산→무장→공음→법성포.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영광행 고속버스 이용(40분 간격). 광주, 목포, 전주에서 영광행 직행버스 이용. 영광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마미해변행 군내버스 이용/15분 간격. 백수해안도로는 법성포터미널 사거리에서 산 중턱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구수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모래미해변→노을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서해안고속도로 영광 나들목-목포방면 12km-불갑면 소재지 좌회전 3.4km-불갑사. 영광에서 23번국도-함평방면 8km-불갑면 소재지-불갑초등학교 앞 좌회전(900m)-왼쪽 산자락으로 작은길-내산서원을 지나 2.5km-불갑사. 영광읍-불갑사행 군내버스 이용. 영광-원불교성지 군내버스 이용, 성지 앞 하차. 백수해안도로를 거쳐 77번 국도를 타면 설도항을 거쳐 향화도항에 닿는다.

◆묵을 곳=백수해안도로, 가마미해변 근처에 전망 좋은 펜션이 많다. 가마미펜션(356-8333), 가성봉펜션(010-7623-6695) 등. 법성포에 골든비치모텔(356-0101), 더원호텔(353-8500), 숲쟁이펜션(010-2023-3387) 등이 있다

◆맛집=법성포구에 굴비와 30여 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한정식집이 늘어서 있다. 갈매기식당(356-7991), 일번지식당(356-2268), 다랑가지식당(356-5588), 007식당(356-2216), 명가어찬(356-5353), 만나식당(356-2377) 등. 불갑사 입구의 할매집(352-7844)은 보리밥 정식이 유명하다. 모싯잎 송편(일명 머슴 송편)도 영광 특산품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모싯잎을 넣어 빚은 송편인데 크기가 보통 송편의 2배가 넘는다. 송편 속에 콩의 일종인 동부(강두)를 통째로 넣어 식감이 아주 좋다. 법성포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면 모싯잎송편을 파는 가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여행작가, 수필가>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