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거대한 녹색의 댐. 며칠 전 가본 경북 영천 화북면의 자연하천 고현천을 막아 건설된 보현산댐은 거대한 '녹조라떼 댐'으로 변해 있었다. 짙은 녹조가 창궐한 댐에서는 역한 냄새가 올라왔고 사실상 댐 기능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녹조라떼 댐' 위로 지난해 영천시가 보현산댐 후속 정비사업으로 총 사업비 49억 원을 들여 건설해놓은 짚와이어가 가동되고 있었다. 짚와이어를 탄 사람들이 녹색 댐으로 질주해 들어가고 있는 풍광은 더욱 기괴해 보였다.

 

▲ 독성조류가 창궐하는 녹조라떼 배양소가 된 보현산댐의 모습. 4대강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보현산댐은 영주댐에 이어 녹조 문제로 사실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영주댐 그리고 또 하나의 엉터리댐

보현산댐은 4대강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댐이다. 이 역시 현재 녹조 문제로 용도 자체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영주댐처럼 심각한 녹조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 댐과 연관된 사업들에 대한 추가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하천 생태계가 살아있는 천혜의 보고인 내성천을 막아 건설된 영주댐은 2016년 10월 공사착공 만 6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준공했지만, 준공 그해 실시한 시험 담수 때부터 시작된 녹조현상과 공사 내내 제기된 생태계 파괴 문제로 현재 담수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보현산댐 공도교(다리) 2km 지점에 설치된 짚와이어를 타고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영주댐에 이어 역시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또 하나의 댐인 보현산댐 또한 심각한 녹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댐 역시 영주댐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돼 애물단지 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4대강사업의 부속사업으로 실시된 안동댐과 임하댐의 도수로공사에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임하댐엔 배스나 블루길이 등장해 생태계 교란 문제가 심각하고, 안동댐의 외래어종들이 도수로를 타고 임하댐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로 인한 임하호 어민들의 집단반발로 홍역을 앓고 있다. 4대강사업 부속사업 모두가 사실상 '졸속 사업'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4대강사업의 총체적 부실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2017년 7월 시험담수 당시 심각한 녹조라떼 현상을 보이고 있는 영주댐. 이로 인해 영주댐은 현재 담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고, 환경부에서조차 철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미 7월 초 감사원의 정책감사 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무리한 지시로 강행돼 홍수예방 효과마저 전무한 소위 '대국민 사기공사'로 밝혀졌다. 거기에 부속사업마저 부실함이 속속 밝혀져 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현산댐은 영천과 경산지역에 용수를 공급하고 고현천의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총 사업비 3334억 원이 투입돼 2010년 7월 착공, 2014년 11월 준공됐다. 총 저수량 2200만 톤, 높이 58.5m, 길이 250m 규모로 국내 최초 아치형 콘크리트 중력식댐으로 소개된다.

 

▲ 댐 바로 앞에는 짙은 녹조가 폈다. 녹조곤죽 상태다.

 

보현산댐의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보현산댐이 본격 운영되면 '댐 하류 지역의 홍수피해 경감과 함께 연간 1500만㎥의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3만6300㎥, 농업용수 1800㎥, 하천유지용수 2600㎥에 이르고, 수력발전을 통해 연간 1391MW에 이르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영주댐과 마찬가지로 녹조 댐으로 전락한 보현산댐은 3334억 원의 혈세만 탕진한 채 사실상 댐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녹조가 창궐한 강물에다 준공 이후 연평균 40~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율로 용수공급도, 전력생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물을 깨끗이 하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입간판이 무색한 지경이다.

댐 아래 또 댐, 엉터리 보현산댐

그리고 보현산댐 상류 5km 지점에는 이미 상송저수지와 수기저수지가 있고, 4km 지점에는 법화저수지가 있다. 총 3곳의 저수지가 있는 것. 물을 공급할 상류에 이미 저수지가 들어서 있어 물길이 마르고 곳곳의 비점 오염원들이 유입되고 있어서 녹조가 발생하고 용수가 가둬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저수지응 소형 댐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니 댐 아래에 또 댐을 지어놓은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현산댐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건 이곳의 지형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사업의 배경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쳐온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 보현산댐 상류도 짙은 녹조로 물들어 있다. 거대한 녹조라떼 배양소가 된 보현산댐의 모습이다.

 

"영주댐과 마찬가지로 목적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댐 위치의 적절성과 경제성 평가 같은 부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히 검증해봐야 할 것 같다. 4대강사업 자체가 워낙 엉터리로 이뤄진 사업이니 이들 부속사업 역시 부실과 졸속 엉터리 사업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4대강사업은 22조 원이나 되는 국민혈세를 탕진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 나라의 하천 정책의 근본을 바꿔 놨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전국 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만들려던 정책의 기조를 토건 위주의 하천공사로 바꿔 놨다. 이로 인해 4대강사업식의 크고 작은 하천공사가 전국 하천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4대강사업의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박창근 교수의 분석처럼 4대강뿐만 아니라 전국의 하천들이 크고 작은 댐으로 막히면서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부분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개선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하천에 독성조류가 창궐하는 죽음의 강이 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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