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윤종수의 히말라야에서 보내온 편지

 

그 속에서 살아왔다. 
그것이 전부인양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 
진리로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버려야 산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낡은 누더기 옷을 입고 
그것을 좋아하고 있었다.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가 두려웠다. 
새로 개척하기가 싫었다. 
여기가 좋고 이것이 진리인데 
지금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주어진 모든 것을 버리고 
알지 못하는 길을 간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더 얻고 주지는 못할망정 
무엇을 버리라는 것인가? 

그것은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고 
혼돈으로 빠지는 길이었다. 
조상을 배반하고 
민족을 팔아먹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 곳에 눈이 멀면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스승은 그렇게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그 길을 걸어가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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