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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시원, 겨울에는 햇볕 따뜻해 마을 이름에도 ‘볕’(陽)이 들었다

<전라도닷컴> 섬진강 마실-양화마을 ② 남인희·남신희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8.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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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품은 무논. 곧 초록 모들이 일렁일 게다.

섬진강에 달길천 합류하고

“옛날에는 물놀이도 많이 허고 고기도 많이 잡고. 물이 깔끔해갖고 쏘가리 뱀장어 미기 골고로 많이 났어. 대수리(다슬기)도 많고. 은어는 없어. 옛날에는 큰물이 나문 그놈 따라서 올라오고 그랬는디 운암댐을 높이 막아갖고 올라오들 못혀.”

양화마을은 앞으로 섬진강이 휘돌아가는 가운데 만덕산에서 흘러내린 달길천이 합류하는 산세 수려하고 물길 좋은 자리에 들어섰다. 가까이에 풍혈냉천이 있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햇볕이 따뜻해 마을 이름에도 ‘볕’(陽)이 들었다.

당산나무 옆에 마을회관이 세워지기까지 내력을 기록한 ‘중건기’에도 다순 기운 담북하다.

<…복지(福地)에 자리잡은 마을로 순후(淳厚)한 인심을 면면히 이어온 가운데 주민들은 일찍이 마을 사랑방에서, 뒤에는 마을회관에서 인정을 주고받았으나 마을회관이 낡고 협소해져 주민들은 기금을 모으고 진안군의 협조를 얻어 새로운 마을회관을 준공하여 마을의 공화당으로 삼게 되었다. 이에 마을 주민 모두가 이 마을회관이 마을의 번영과 함께 하기를 심축(心祝)하며 이 비를 세운다.>

 

▲ “가실에 놈들이 참꽤 비어갖고 올 때문 좋아뵈. 긍게 조깨라도 해야써.” 박용규, 김금례 부부.

노부부가 함께 깨 모종 심는 봄날

지우뚱자우뚱 하는 걸음으로 참깨 모종 한판 들고 들로 가는 김금례(80) 할매.

한껏 젖혀진 윗몸의 각도가 아픈 허리를 대신 말해준다. 그래도 봄날의 행보는 매양 논으로 밭으로 향하기 마련.

앞서가는 박용규(84) 할아버지는 구르마를 끌고 있다.

 

▲ 두 분이 함께 깨 모종 심는 봄날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어지길.

 

이제 어엿한 티가 나기 시작하는 어린 모들 들어찬 논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노부부가 향한 곳은 논과 도로 사이의 틈새 땅. 논가상에 겨우 붙은 땅이다.

“살다가 왜 이러케 어지라. 어지라서 어지께도 방에서 자빠지고 마당에서 자빠지고.”

할매는 그 와중에도 참깨 모종을 심으러 온 것.

“가실에 놈들이 참꽤 비어갖고 올 때문 좋아뵈. 긍게 쬐깨라도 히야써.”

자식들은 일 좀 그만하고 가만히 앙겄어라 눴어라 성화지만 평생 ‘일 습관’이 배인 어매 아배가 들을 리 없다.

 

▲ 할배의 손에서 할매의 손으로 건네져 소중하게 심어지는 초록의 싹.

 

할아버지는 앉은걸음으로 전진하면서 모종을 하나씩 뽑아 건네고 할매는 넘겨받아 정성스레 심는다.

“방에서 내다보문 지게 지고 구루마 끌고 가는 사람들이 참 좋아뵈. 그거이 좋아뵌디 요러코 아파. 놈들이 묵고놀고 그런 거는 좋아뵈들 안혀. 그런 것은 안 부롸.”

여든 나이에도 일을 여전히 놓지 못하는 노부부의 하루가 저문다.

당신을 사랑하오, 고백하는 반지라도 건네는 양 주름진 손에서 손으로 연신 초록의 싹 건네진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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