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신간>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08.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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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전 세계에 광범위한 독자층을 지닌 스타 작가이면서, 데뷔 당시부터 자국 문단에서는 늘 변방에 속해왔던 무라카미 하루키. 십대 시절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온 오랜 팬이자 아쿠타가와 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2015년에서 2017년에 걸쳐 네 차례의 길고도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이데아’와 ‘메타포’란 대체 무엇인가? 소설 속의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과 눈이 번쩍 뜨이는 비유들은 어디서 나오는가?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첫 장부터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비결은? <기사단장 죽이기>를 비롯한 장편소설 구상 과정의 에피소드부터 창작의 원천이 된 유소년기의 경험, 일상적인 작업방식, 페미니즘적 비판에 대한 생각 등, 누구나 알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숨김없이 펼쳐놓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책으로는 옴진리교 사건을 취재한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비롯해 평론가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집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를 인터뷰한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등이 있지만, 질문을 받는 인터뷰이 입장에서 장시간에 걸친 대화 내용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공식석상과 대중매체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 신비주의라는 말까지 듣는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단발성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잡지 인터뷰가 총 네 차례로 이어지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인터뷰어 가와카미 미에코의 역할이 컸다. 파격적인 문체로 생생한 여성성을 그려낸 소설 <젖과 알>로 2008년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가와카미 미에코는 가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에 더해 배우와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엔터테이너이자 시인으로도 인정받은 작가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젠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지난 5월 옥천에서 열린 정지용국제문학포럼에서는 문학작품 속 페미니즘적 관점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맡기도 했다. 십대 시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즐겨 읽으며 독자로서, 작가로서 큰 영향을 받아왔다는 가와카미 미에코는 때로는 동경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애정과 존경에 기반한 인터뷰어의 질문에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전에 없이 솔직하고 신선한 대답을 내놓으면서 소소한 일상 속 에피소드부터 소설에 대한 철학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대담집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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