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윤종수의 히말라야에서 보내온 편지

 

그에게는 아무것도 
볼만한 것이 없었다. 
향기로운 냄새도 없고 
멋진 의상도 없었다.

화려한 백마도 없었고 
풍성한 물질도 없었다. 
높아진 권세도 없었고 
소리치는 외침도 없었다. 

지극히 자기를 낮추신 
볼품없는 사람. 
세상의 짐을 지고 가는 
굽어진 등짝. 

괭이 박힌 손과 
걸레 같은 발. 
너무 일하고 너무 걸어서 
남아난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깊은 눈이 있었다. 
모든 것을 버린 초연함과 
세상을 넘어서는 초탈함. 

목숨의 위협과 
세상의 권세가 
그에게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었다. 

다 비우고 
다 버렸으니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었다. 

누구라도 그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자랑이었고 
그래서 그는 자유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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