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올해의 안전한 차’... BMW 공포사회
불타는 ‘올해의 안전한 차’... BMW 공포사회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08.0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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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대국민 늑장사과

안전점검까지 마친 차량에서 화재가 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BMW 차량에 대한 공포감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화재사고와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불명확한 화재원인을 비롯 부실한 리콜 서비스에 대한 불만까지 이번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을 뒤덮고 있는 이른바 ‘BMW 공포’는 정부에 대한 관리 소홀까지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BMW 차량 화재의 후폭풍을 살펴봤다.

 

 

멀쩡한 차량에서 화재가 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BMW는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줄곧 차량 부품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을 지목해 왔다. 지난 7월말 리콜계획 발표 당시에도 BMW코리아는 “화재 원인은 EGR 모듈 이상이고 EGR 부품을 교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콜 방식은 7월 27일부터 BMW 전문 테크니션의 '긴급 안전 진단'을 통해 EGR 모듈을 점검하고 8월 20일부터 EGR 모듈을 개선품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BMW코리아는 '대대적이고 적극적인 리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EGR에 대한 고객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선전했다.

BMW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화재의 원인을 'EGR 모듈'로 못 박았다. 요한 에벤 비클러 품질관리 부분 수석 부사장은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화재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가 문제라는 얘기였다. 비클러 부사장은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누수되면 쿨러 끝단에 침전물이 계속 쌓인다"며 "이 침전물에 쿨러를 거치지 않은 고온 가스(최대 800도)가 유입되면 불꽃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국, 단기간 집중 화재”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같은 설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BMW와 국토부의 리콜계획에 대해서도 “EGR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고 소프트웨어를 함께 봐야한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무엇보다 BMW 화재가 국내에서만 일어나는게 문제가 됐다. 하드웨어에 문제가 있다면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다수 있어야 하는데 단기간에 화재가 집중된 것은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BMW가 EGR로만 문제를 몰아가고 있지만 결국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고 EGR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이므로 이를 조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가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차이가 있고 이것이 무리하게 동작할 경우에 견디는 강도 등 여유 설계가 부족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BMW 스스로 리콜 계획의 신뢰성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4일, 전남 목포에선 BMW 리콜계획에 따라 점검을 받고 '이상 없다'는 판정까지 받은 차가 주행 중 불에 탔다.

올해 32번째 BMW 화재사고였다. 특히 사흘 전 BMW의 긴급안전진단에서 'EGR 등에 문제가 없다'며 통과한 차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국토부 조사결과 BMW 측의 부실점검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BMW의 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센터는 EGR 부품의 겉면만 보고 내부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눈으로만 보고 점검이 끝났다는 얘기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전국 61개 BMW 서비스센터에는 하루에도 수백 대의 차량이 몰려드는 등 사실상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BMW 측이 자발적 리콜에 들어간 뒤로도 사흘 새 다섯 대의 차량이 불에 타자 국토부는 그제서야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BMW 화재 사고의 후폭풍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은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해 EGR 쿨러 누수, 긴 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 열림 등 4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화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토교통부는 BMW 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또 “BMW가 현재까지 진행한 안전진단 결과 10%가 문제 차량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 차량이 10만 6000대라는 점에서 당장 화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차량이 1만대 이상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김 회장은 “BMW 본사에서도 이번 사안을 무겁게 다루고 있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경영진과 매일 상황 공유하고 있다”며 “차량 점검단으로 구성된 다국적 프로젝트 팀이 이미 한국 방문해 조속한 해결을 위해 24시간 근무 중”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수입차 중 ‘최다 리콜’

국토부는 BMW가 화재 원인으로 EGR를 지목한 이유로 해외 사례를 들었다. 독일 본사에서 2016년부터 해외 화재 사례를 수집했지만, 리콜과 같은 적극적 조치는 한국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서야 시행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부실 과정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BMW코리아는 역대 최대 리콜 사태에 이를 정도의 결함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요청한 후에야 리콜을 시작했다.

국토부에 제출한 기술분석자료에는 EGR 내 쿨러에서 에틸렌글리콜이 유출된 상황에 대한 설명만 5페이지 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BMW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한 BMW 차량 중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결함이 드러나 총 7만 3733대를 자발적 리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지난달 26일 잦은 화재 발생으로 자발적 리콜한 BMW 520d 등 10만 6317대는 제외됐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을 가장 많이 한 수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2013년 1월∼2017년 6월 자발적 리콜·강제 리콜·무상 수리 내역’에서 ‘화재 위험’ 때문에 리콜한 사례를 보면, BMW는 5년 6개월 동안 화재 발생 위험으로 총 7만 3733대를 자발적 리콜했다.

2위는 아우디가 총 5만 2320대, 3위는 메르세데스 벤츠로 4만 6115대를 화재 위험으로 자발적 리콜 했다.

BMW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메르세데스 벤츠(29.54%)에 이어 수입차 시장 점유율 2위(25.58%)였다.

신 의원은 “지난 5년간 화재 위험으로 인한 리콜이 가장 많았던 BMW 차량을 국토부가 ‘올해의 안전한 차’로 선정한 것은 웃지 못할 코미디”라며 “해외 리콜 보고 의무화 이행 여부를 보다 면밀히 확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국내 소비자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폭염 속에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BMW 화재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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