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지음/ 민음사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박민정의 첫 번째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가 오늘의 젊은 작가 20번으로 출간되었다. <미스 플라이트>는 근무하던 항공사에서 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끝내 죽음을 택한 딸 ‘유나’와 평생 몸담았던 군대에서 관성처럼 비리에 가담하고 침묵했던 아버지 ‘정근’의 이야기다.

항공사, 승무원, 갑질, 인권 침해, 공군, 방산 비리, 내부 고발. 작가는 이 뜨겁고 복잡한 단어들을 성실한 자료 조사와 정교한 플롯으로 엮어 낸다. 한국적 몰상식의 장면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며, 그 위에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것이다. 이것은 박민정이 선보이는 비약 없는 미스터리 소설이자 환상 없는 가족 드라마다. <미스 플라이트>를 통해 박민정은 그간 인정받아 온 ‘신중한 관찰자’의 모습에서 한 걸음 나아가, ‘유능한 스토리텔러’로서 독자 앞에 선다.

<미스 플라이트>는 ‘부성애 서사’의 장르적 기법을 차용한, 딸의 죽음과 그 진실을 밝히려는 아버지의 분투가 담긴 소설이다. 다만 작가는 장르를 의심하고 비튼다. 그리하여 주목하는 것은 군인의 딸로 살던 유년부터 서른한 살의 ‘미스 플라이트’가 되기까지, 부당한 일에 부끄러워하고 함께 싸우며 ‘똑바로’ 살고 싶어 하던 유나의 삶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에 박민정이 썼고, 독자에게 가닿게 될 이 소설은 부성애 서사의 탈을 쓴 여성 성장 서사다.

작품에서 딸의 편지를 읽은 아버지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듯, 이 소설을 읽은 이 역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박민정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 새로운 질문으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게 한다. 유나를 둘러싼 여러 입장에 대해, 가해와 피해가 겹치는 자리에 대해, 소설이 남겨 놓은 결말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직후 한 인터뷰에서 박민정은 “반(反)지성을 경계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태도로, 정신을 똑바로 차린 ‘날카로운 작품’을 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미스 플라이트>는 예의 그 다짐처럼 반짝이는 지성으로, 타협하지 않고 쓰인 날카로운 소설이다. 이제 우리가 그 알 수 없는 소설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볼 때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