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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금파리 조각으로 지킨 나무

<전라도닷컴> 섬진강 마실-포동마을 ② 남인희·남신희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8.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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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면 물놀이장이 개장되는 포동마을 들머리엔 카페랑 식당이 있다.

<간밤에 전북지역에 강풍이 불어 수령이 400년을 넘은 보호수 두 그루를 포함한 나무들이 넘어지고 특히 진안에서는 전북도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440년 가량의 백운면 석정마을과 성수면 포동마을의 느티나무가 각각 강풍에 두 동강이 났다.>

2016년 4월17일자의 뉴스. 포동마을 안명환(78) 할아버지는 그 날 아침 쓰러진 나무를 제일 먼저 목격했다.

“아침에 가본게 넘어져 있어. 주저앙거서 퍽퍽 울었어. 아이고오! 곡소리를 험서 유재 배갑용 성님한테 갔어. ‘나무 넘어갔어 성!’ 눈물이 어치게나 나왔는가 몰라.”

곡절 많은 세월을 견뎌나온 나무였다.

“450년된 나무여. 엄청나게 컸어. 어른 아람으로 네 아람 반이여. 그 크나큰 나무가 바로 옆 방앗간에 불이 나면서 한쪽이 꼬실라져서 한쪽만 살았어. 그러니 지탱을 못해 갖고 있다가 쓰러져 분 거여.”

불이 나기 전에도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다.

“나무는 동네 나문디 그 땅 주인이 따로 있어. 지 땅이라고 인부를 불러다 나무를 썬 거여. 하도 큰게 톱으로 절반 못 되게 썰어놓고 인부가 밥을 먹으러 갔는디 울 아부지가 동네 아그들한테 ‘너그들 언능 가서 흰 새금파리 주서와라. 그놈 깨갖고 톱자국 난 디다 뚜드러 박어라’ 글케 시긴 거여. 인부가 밥을 묵고 와서 본게 톱은 빼놓고 그 틈에다 새금파리 조각을 촘촘 박아놨어. 나무 못 비게. 빼문 되겄지만 대처나 이렇게 큰나무를 비겄냐 끄덕끄덕허고 돌아가버렸다고 그래.”

그이의 아버지 안동철 어르신이 시키는 대로 나무를 지킨 소년들은 배갑용(83) 어르신을 비롯하여 이제 여든 줄에 들어선 동네 성님들이라고.

나무 섰던 그 자리만 지나가도 가슴이 아픈 당산나무는 사라졌지만 영감을 잃은 할매나무는 여전히 살아 계시다고 앞장을 서신다. 마을 한귀퉁이에 숨은 듯 자리한 느티나무. 모르고 지나칠 뻔하였다.

“이 나무가 각시여. 돌아가신 나무가 영감이었어. 요 나무보다 두 배는 컸어. 이 나무도 영금을 봤어. 동네 머이매들이 하지감자를 꿔먹다가 불이 붙었어. 나무 구녕이커. 얼매나 크냐문 어른 둘은 들어가 앙거. 근디 그 속에 불길이 들어갔으니 동네사람들이 다 달라들어서 물을 날르고 찌끌고 그래도 끄들 못해. 난중에는 경운기로 흙을 실어다가 구녕을 막았어. 공기가 안 들어가문 꺼지겄지허고. 그런 불길을 전디고 살아남았어.”

안명환 할아버지한테 큰 낙이 있다면 이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는 것.

“여그 요 뿌리가 내 목침이여. 그렇게 편안헐 수가 없어. 내가 참 사랑허는 나무여.”

마느래한테도 한번 못한 사랑고백인 줄 할매나무는 아실랑가.

 

▲ “이 나무가 각시여. 돌아가신 나무가 영감이었어.” 할배 당산나무는 사라졌지만 할매나무는 여전히 살아있다. 안명환 할아버지한테 큰 낙이 있다면 이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는 것. “내가 참 사랑허는 나무여.”

 

한 그루 나무의 생애에 깃든 사연만큼이나 마을 구석구석 이야기들을 품고 사는 할배.

“옛날에는 여가 자갈밭이 깨끗해. 백사장이 깨끗하고 물이 깨끗해. 밭에서 일허다가 물 묵고 싶으문 꿀떡꿀떡 그 물을 떠마셨어.”

이제 강산이 변하였다.

“그때는 대수리가 독에 싹 덮어져서 걸어댕기들 못허게 많애. 얼떨결에 발을 디디문 깨져. 팥대수리라고 똥글똥글해갖고 그것 낄이문 국물이 새파래. 강고기도 쏘가리 잉어 미기 뱀장어 모자 꺽지, 없는 고기가 없어.”

산에 가서 ‘관솔 빼다구’를 주워다가 밤이면 불을 켜서 들고 강으로 갔다.

“고기들이 바구 옆에서 잠자고 있어. 독대로 막 떠올려. 비가 와갖고 물이 살짝 불었다 허문 논에 물 대는 새끼또랑에 미기(메기) 대장이 앞잽이를 서고 쩍은 것들이 졸래졸래 줄을 지어갖고 따라가. 지금은 미기 드물어. 운암댐 들어서고는 은어도 못 올라와. 전에는 비가 와서 보내기를 허문 은어가 보 속에서 훌쩍훌쩍 빤짝빤짝 뛰었다고 그래.”

모두 옛날 이야기다.

“물 건네 막동에 우리 전답이 있었어. 나는 밭 지러 감서 소한테 구르마를 채와갖고 구르마타고 건네. 소가 물속으로 첨벙첨벙 잘 걸어가. 그때가 한 서른 서너 살 묵었을 때여. 도시서 놀러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야단이었어.”

섬진강 물길만큼이나 유장한 이야기의 한 조각일 뿐인 할배의 옛이야기가 참으로 재미졌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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