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경기 침체’, 한여름 밤의 악몽 언제 끝날까
숨 막히는 ‘경기 침체’, 한여름 밤의 악몽 언제 끝날까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08.1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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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도 꽁꽁 닫힌 지갑들

무더위 만큼이나 답답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에선 IMF 때보다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 여부 또한 경제상황에 달렸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우량기업이었던 곳이 갑자기 매각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악재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경기불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서민들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다. 올 후반기 경제상황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전망해 봤다.

 

 

“올 여름은 너무 무더워서 거리에 사람이 없어요. 예전에는 냉커피를 사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올해는 조용하네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사당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여성 J씨의 한탄이다. 한국 사회에 동전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남의 말 같지 않다.

“젊은 사람들은 대형 커피숍으로 몰리고 나이든 사람들은 냉커피 한잔 사먹을 여유도 없을 만큼 힘들다네요. 어서 날씨가 선선해지기를 기다릴 뿐이에요.”

노점상들 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갑자기 바뀐 환경도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평이 적지 않다.

수도권 인근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남성 K씨는 “요즘엔 저녁에 제가 환자들을 직접 맞아요. 근로시간이 단축돼서 직원들 붙잡기도 어렵고 신규 고용할 상황은 안 되구요”라며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중견기업’도 매물로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아예 회사를 팔겠다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한국M&A 거래소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10곳 가운데 3곳 가량은 임금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돼 사업을 포기한 경우”라며 “지금까지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매물이 나왔지만 중견기업으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곳이 보유한 M&A 물건은 지난해 1104건에서 올 8월 현재 2500건을 넘어설 정도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월 평균 M&A 의뢰건수도 지난해 80여건에서 올 하반기 들어선 200건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M&A 보유건수가 3000건을 돌파할 수도 있다.

기업 매물이 급증하면서 국내 M&A 시장은 사상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경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갑질논란에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중소형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M&A거래소에 매물로 접수된 프랜차이즈 회사만 70곳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보다 영세한 골목 상권의 먹구름은 더욱 짙다. 폭염과 가뭄으로 식재료 값이 치솟은데다 기름값과 임대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상인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무더위와 장기적인 경제침체는 손님들의 지갑을 꽁꽁 닫았다.

피서지 상권마저 바캉스 특수가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에만 음식점과 주점이 몰린 소규모 자영업에서 4만 6000여명이 일터를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남성 L씨는 “인건비가 너무 비싼 데다 임대료도 너무 올랐다”며 “올해 까지만 하고 내년부터는 다른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료값과 인건비는 올랐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는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폭염으로 인해 음식 재료값은 대폭 상승했다. 지난 달 2400원 정도하던 양배추는 7600원이 됐고 시금치, 고추도 2배 넘게 올랐다. 긴 더위 탓에 농작물 작황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상공인 폐업자 수는 91만 명 정도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65만 명보다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대부분 상인들은 ‘그림의 떡’일 것이라며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정부는 부가가치세 면제 기준 매출액을 연 24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카드수수료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조업’ 등 직격탄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임금체불액도 역대 최대치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은 물론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임금체불이 많아졌다. 피해가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859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체불액인 1조3811억원 대비 62%를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1조 4286억원과 비교해도 60%를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증가 속도라면 올해 임금체불액은 1조 60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에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자 수도 17만 8000여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32만 7000여명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수치다.

올해 임금체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주요 산업에서 불황이 이어지며 도산하는 영세업체들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부 정책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나빠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의 임금체불액이 36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은 1477억원,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 106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제조업의 경우 조선과 자동차 등이 상반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체불액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고 금호타이어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등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 건설업은 부동산시장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내수위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규모별로 보면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5550억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의 64.6% 수준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임금체불이 주로 발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신규·소멸 사업장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문을 닫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9만 9844곳으로 같은 기간 새로 설립한 사업장(8만 2969곳)보다 1만 6875곳이 더 많았다.

끝보이지 않는 경기침체, 50%대까지 추락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오를 날은 언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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