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100배 수준의 독성, 1300만의 식수원이 위험하다
청산가리 100배 수준의 독성, 1300만의 식수원이 위험하다
  • 정수근
  • 승인 2018.08.1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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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녹조라떼로 점령당한 낙동강 달성보의 모습. 녹색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지난 8월 1일 오후의 달성보의 모습이다.

‘녹조라떼’가 아니라 ‘독조라떼’

낙동강 녹조의 조짐이 심상찮다. 지난 1일 환경부는 대구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취수장이 있는 강정고령보에 조류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물속 유해 남조류의 수가 ml당 1만 개체를 2주 연속 넘어섰기 때문이다. 7월 30일 조사에서 강정고령보는 ml당 1만9620셀을 기록했고, 바로 상류에 있는 칠곡보도 ml당 1만 4350셀이나 측정됐다.

지금 낙동강의 강물 속에 대량 증식하고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이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가 무서운 이유는 그 속에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일본의 유명한 조류학자인 구마모토 보건대 다카하시 토오루 교수에 따르면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성 물질이다.

 

▲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낙동강 달성보의 모습. 심각하다. 지난 8월 1일 낙동강 달성보. 
▲ 녹조라떼로 점령당한 낙동강 달성보의 모습. 녹색 강물 가득히 고인 달성보의 지난 8월 1일의 모습. 

 

녹조의 심각성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1300만 영남인들의 식수원 낙동강에 청산가리 100배 수준의 맹독성 물질을 지닌 남조류가 대량 발생하고 있는 것이 낙동강 녹조라떼의 본질이다. 4대강사업과 함께 유행한 ‘녹조라떼’라는 말은 이제 ‘독조라떼’라 불러야 더 정확하지 않을까?

같은 날 강정고령보 바로 아래 위치한 달성보의 조류농도는 1ml당 10만셀을 넘어가는 13만 3600셀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치다. 엄청난 양의 조류가 대량으로 증식하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지난 20년 동안 달성보 바로 위 지점인 고령군 다산면에서 민물고기 잡이를 해온 전상기 어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녹조의 심각성을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설명했다.

 

▲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달성보의 모습. 녹색강의 모습이다. 

 

“지금 낙동강은 정말 심각합니다. 어제 오후에 나가보니 강에 마치 녹색 카펫이 깔린 것 같았습니다. 걸쭉한 녹조가 강 전체를 점령했습니다. 작년과도 또 다릅니다. 올해는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는 또 수생태계의 심각한 변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녹조 때문인지 지금 물고기 자체가 없습니다. 작년에 그렇게 나오던 강준치와 배스, 블루길 같은 유해종조차 없습니다. 물고기가 자체가 잡히지 않습니다. 정말 물고기 씨가 마른 것 같습니다.”

 

▲ 강전체가 녹색이다. 녹색강 낙동강.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하늘에서 본 녹색의 강

강의 모습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현장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일 달성보를 시작으로 상류 칠곡보까지 낙동강을 돌아봤다.

드론을 띄웠다. 하늘에서 본 낙동강은 심각했다. 그리고 드라마틱했다. 인근 야산의 녹색과 경계마저 불투명해진 완벽한 녹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사진을 통해서도 낙동강 녹조의 심각성은 그대로 전달된다.

 

▲ 진한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낙동강 달성보의 모습.
▲ 대구의 취수장이 있는 강정고령보 상류도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이 물을 대구 사람들이 정수해서 수돗물로 먹고 있다.
▲ 강정고령보 담수로 인해 물에 잠겨 고사한 버드나무군락지 위로 낙동강이 녹색에 물들었다.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청산가리의 100배나 되는 맹독성 물질을 품은 조류가 대량으로 증식을 하고, 그 물을 그대로 정수해서 우리가 마실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그냥 두고 봐야만 하는 것인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한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매주 낙동강으로 나가 강의 변화를 살피고 있는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언제까지 이 심각한 문제를 국가가 방치하고 있을 건가?

 

▲ 성주대교 아래 낙동강이 완변한 녹색으로 변했다. 이곳은 강정고령보에서 불과 8킬로미터 떨어진 상류지역이다. 대구사람들은 이 물을 정수해서 수돗물로 마시고 있다.

낙동강은 1300만의 식수원

더군다나 지난 6월엔 대구에서 수돗물 대란 사태가 발생했다.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이라는 과불화화합물이 배출되면서 생수 사재기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실 그 과불화화합물에 비해 녹조는 수돗물 안전 문제로 볼 때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먹는 물 기준치는 ml당 1마이크로그램이다. 정수된 수돗물에서 ml당 1마이크로그램을 넘지 않아야 한다.

 

▲ 강정고령보 바로 위에 위치한 칠곡보 또한 녹조라떼에 점령당했다. 칠곡보 위에 구미광역취수장이 있다.
▲ 칠곡보 또한 완벽한 녹색강이다.

 

원수에서 이 독성물질이 많아지면 수돗물에서도 검출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시스틴은 100% 걸러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증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동강에서 조류농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수돗물도 그만큼 위험해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바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면 된다. 그 사실은 금강에서 증명됐다. 수문을 활짝 연 세종보에서는 올해 녹조라떼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보 개방으로 매년 녹색 띠로 뒤덮이던 금강의 풍경이 달라졌다.

 

▲ 칠곡보 바로 위 낙동강 둔치를 파헤쳐 칠곡군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만든 콘크리트 수영장 옆은 완벽한 녹색강이다. 그 맑던 낙동강은 4대강사업으로 죽음의 수로가 되어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강이 되었다. 그런 강 옆으로 칠곡군은 물놀이장을 건설했다.

 

다만 금강에서도 수문이 닫힌 백제보에서는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보가 열린 곳과 보가 닫힌 곳의 차이는 명확하다. 산 강과 죽은 강의 차이는 이처럼 명확하다.

“금강의 수문을 열었다면 낙동강의 수문도 열어야 한다. 금강과 달리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낙동강이 맹독성 조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지 말아야 한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줄 것을 촉구한다.”

오랫동안 낙동강을 다니면서 낙동강의 변화를 목격해온 산증인인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의 간곡한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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