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그림 지음/ 창비

첫 책 '조랑말과 나'를 펴내며 개성 있는 이야기와 그림체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은 신예 작가 홍그림의 창작 그림책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출간됐다.

낮에 친구와 싸우고 돌아온 재민이는 화가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때 방문을 열고 괴물들이 들어온다. 재민이는 괴물들을 데리고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밤길을 나선다. 주인공 아이의 상상 속 괴물의 모습이 기발하며 평소 아이가 가지고 있던 화, 미움,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괴물을 통해 해소하는 과정이 통쾌하게 그려졌다.

으스스한 그림 속에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펼쳐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러 가지 감정을 다스리며 자기 자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지키려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만한 책이다.

재민이는 낮에 친구와 크게 싸웠다. 자기는 한 대밖에 못 때렸는데 다섯 대나 맞고 돌아온 재민이는 밤이 늦도록 ‘너무너무 화가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때 방문을 열고 괴물들이 들어온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진 힘이 대단하여 그 힘이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홍그림 작가의 생각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다. 재민이의 화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불러낸다. 거대하고 힘센 손바닥 괴물, 날쌔고 인정 없는 외눈박이 토끼, 지독한 냄새를 내뿜는 해골 박쥐, 무엇이든 붕대로 꽁꽁 싸매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붕대 유령... 괴물들을 본 재민이는 무서워하기는커녕 ‘좋은’ 생각을 떠올린다. 바로 괴물들을 데리고 친구를 찾아가 복수하는 것.

“좋았어. 괴물들아, 다들 날 따라와!”

한밤중에 재민이의 통쾌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밤길을 나선 재민이와 괴물들은 평소 재민이를 괴롭히던 사람들과 차례로 마주친다. 뽑기 기계 앞에서 재민이의 동전을 빼앗아 간 동네 형, 재민이가 장난감을 조금만 건드려도 혼내던 문방구 주인아주머니, 잔소리꾼 선생님, 그리고 재민이만 보면 사납게 짖어 대던 옆집 개까지. 그때마다 재민이는 망설임 없이 괴물들에게 “가라!”라고 외치고, 괴물들은 재민이의 명령에 따라 저마다의 특기를 뽐내며 상대를 혼내 준다. 어린이들은 또래뿐 아니라 어른들과도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사회의 규칙을 배우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때로는 화나고 억울한 마음, 미워하는 마음, 두려운 마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할 테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은 어린이들이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나는 것을 금기시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솔직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괴물에게 혼쭐난 사람들은 모두 재민이에게 싹싹 빌며 사과한다. 괴물과 다른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모든 게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상상의 세계는 속을 후련하게 한다. 이 책은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정작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 어린이들에게 해방구이자 강력한 무기로써 상상력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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