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고(好古)는 학자의 바른 길이다
호고(好古)는 학자의 바른 길이다
  • 박석무
  • 승인 2018.08.2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다산의 저서를 읽다보면 다산이 가장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말로 다산은 무엇을 가장 좋아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얻어낸 결론은 대충 세 가지라고 여겼습니다. 이제 그 세 가지를 하나씩 풀어서 이야기해 보렵니다. 다산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분명히 말했습니다. 

“착한 일을 즐거워하고 옛것을 좋아했노라(樂善好古:「자찬묘지명」)”고 말하여 자기는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호고(好古)’는 아무나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합니다. 

“옛것을 따라 하여 전해주기만 하고 새로 지어내지는 않으며, 옛날의 도(道)를 믿고 옛것을 좋아하기를 아마도 옛날 어진 이에게 비길만하다(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述而)”라는 말에서 공자야말로 옛것을 좋아해서 성인이 된 사람임을 알게 해줍니다. 공자야 당연하지만 다산 정도는 되어야 옛것을 좋아하노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공자는 또 ‘호고’에 대한 결정적인 이야기를 다시 합니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알았던 사람이 아니다. 옛것을 좋아하여 민첩하고 재빠른 마음을 써서 앎을 추구하는 사람이다(我非生而知之者 好古 敏以求之者也:述而)”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공자에게 질문하여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다 알고 태어난 사람이 아닌가요?”라고 묻자, 와락 화를 내면서 해준 말입니다. ‘호고’하여 재빠르게 학문을 구해서 알아낸 사람이지, 내가 무슨 천재라고 태어나면서부터 알았을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겸양의 뜻으로 답했다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호고에서의 옛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입니다. 요순이나 주공(周公) 같은 옛 성인들이 열어 놓은 도(道), 고도(古道)일 수도 있고, 사서육경(四書六經) 등 고전(古典)일 수도 있습니다. 골동품도 오래된 것일수록 값이 높고, 귀한 물건이듯 옛것은 참으로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올바른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 고도나 고전을 좋아하고 고대의 성인들을 사모하여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학문을 성취해냈다고 보입니다. 

조선 후기에 다산 정약용에 버금가는 학자로는 추사 김정희를 거론합니다. 글씨만 잘 썼던 서예가가 아니라 고경(古經)에 밝은 경학자의 한 분이었습니다. 그가 전하는 친필 글씨에 “옛것을 좋아해서 때로는 끊어진 빗돌 하나라도 면밀히 살폈네(好古有時搜繼碣)”라고 말하여 자신도 호고(好古)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새것, 새로 나온 것만 찾지 말고 우리도 이제는 옛것을 좋아하는 마음도 가져보면 어떨까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