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악화 ‘결정타’

최악의 '고용쇼크‘가 대한민국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후반기엔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를 걸었던 청와대와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7월 고용 쇼크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가운데 야권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고용 동향은 그간의 여타 경제 지표와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취업자 수는 2708만 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000명 증가한 것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가장 문제로 내수를 꼽는다. 전환기를 맞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전망해 봤다.

 

 

‘고용 쇼크’가 경제 전반을 휘청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경제 지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요 지표가 파란불이지만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수출액은 약 5739억 달러로 역대 정부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 역시 7월 기준 3486억 달러로, 상반기 기준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 외환 보유액 역시 4024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은 ‘7월경제동향’에서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소매판매 증가율 및 소비자심리지수가 낮아지고 서비스업생산이 정체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설비투자가 기계류 중심으로 감소 전환되고, 건설투자도 0%의 낮은 증가율을 유지하며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수출은 호조지만 약화된 내수 증가세로 모아진다.

 

‘서비스업’ 충격

내수부진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평균 75로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BSI지수가 100보다 아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경영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제조업.비제조업 기업 모두 내수부진과 인건비 상승을 각각 1, 2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통계청의 7월 고용 동향을 보면 산업별로는 제조업 및 도.소매업, 숙박, 임대서비스업 등에서 고용자 수가 감소했다. 또 직업별로는 판매종사자, 단순노무종사자, 기능원(제빵 등 식품가공관련)의 고용자 수가 줄었다.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4% 감소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2.3% 증가해 단시간 노동자가 늘었다.

정부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가 열려 김동연 경제부총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랴부랴 모여 머리를 맞댔다.

도소매 및 숙박, 판매 서비스업은 최저임금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전형적인 내수업이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재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악화된 내수시장에 인건비 부담까지 추가되며 복합적인 이유로 지금과 같은 '고용쇼크'가 왔다는 거다.

한편에선 수출액이 늘고 있는 것 자체가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 업계 수출이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에 수출액도 좋기 보일 뿐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기업들의 상황은 괜찮지만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자리 예산’ 증가

정부의 고용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서울지역 취업자 수는 1년새 11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일자리를 만들고자 천문학적 돈을 붓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5000명밖에 늘지 않은 ‘고용 쇼크’의 주요인도 수도권에 집중된다.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7월 서울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지역의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510만 2000명이었다. 1년 전(521만 500명)과 비교 시 2.1%(11만 3000명) 적어졌다.

반면 지난 달 서울지역 실업자 수는 25만 3000명으로 전년(22만 9000명) 대비 10.6%(2만 4000명) 많아졌다.

취업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278만 2000명, 여성이 232만 1000명이다. 1년 전과 견줄 때 남성은 9만명, 여성은 2만2000명 줄어든 것이다. 산업별로 보면 사업ㆍ개인ㆍ공공서비스와 기타 7만명, 제조업 2만3000명, 건설업 1만5000명,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엄 8000명, 농림어업 3000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 전기ㆍ운수ㆍ통신ㆍ금융업에서만 취업자가 고작 5000명 증가했다.

지위별로 나누면 자영업자가 6만3000명, 무급가족종사자가 6000명, 상용근로자가 4만3000명, 일용근로자가 3만1000명 줄었다. 임시근로자만 3만1000명 늘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서울지역 취업자가 모두 ‘좋은 일자리’만 가진 것은 아니다. 취업시간별로 보면 주당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 수는 87만 1000명으로 1년 전(76만1000명)보다 14.4%(11만명) 늘어났다. 취업자 5명 중 1명 이상은 시간제인 셈이다.

실업률은 4.7%로 전년 대비 0.5% 올랐다. 남성은 5.0%로 0.4%, 여성은 4.3%로 0.6% 각각 상승했다. 최악의 상황 속 고용률은 1년새 61.0%에서 59.9%로 1.1% 떨어졌다. 이는 전국 고용률(61.3%)보다도 1.4%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둔화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서비스업 사업장의 대형화ㆍ무인화가 겹치면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예년보다 더운 날씨도 건설업 등 취업자가 감소한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20%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가 예산 증가 폭은 사상 최대 규모인 40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용도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조 원 규모로 편성하는 등 일자리 예산을 20%가량 증액하면서 전체 예산 규모는 47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고용 분야에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재정지출 확대만으로 일자리 쇼크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54조 원이 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신규 일자리를 별로 만들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일자리 사업의 수혜 대상이 중복되거나 예산 집행률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은 정부는 연일 비상회의를 열며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재정을 풀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 완화다.

돈을 풀어 일자리 만드는 것엔 한계가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간에서 일자리가 나와야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신산업에서 일자리가 나올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조만간 대대적인 고용정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복 시기는 내년 2월 이나 3월 정도를 꼽고 있다. 최악의 ‘고용 쇼크’ 속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