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물 위로 옛다리 새다리
섬진강물 위로 옛다리 새다리
  • 남인희·남신희 기자
  • 승인 2018.08.2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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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섬진강 마실-반용마을 ①
▲ 강가의 삶이다. 마을 앞으로 섬진강 유장하게 흐르는 반용마을 (드론촬영 최성욱 다큐감독)

안방 창 너머로 남실남실 강물이 손에 닿을 듯 흘러간다.

손양순(76) 할매가 스물 둘에 시집와서부터 이날까지 눈 대고 사는 풍경이다.

“전에 뚝 안해놨을 직에는 큰물이 들문 물이 막 가차이 달라들어. 그럴 직에는 무솨.”

섬진강을 뽀짝 앞에 두고 살아가는 용포리 반용마을.

 

 

진안을 지나는 섬진강 중에서 강폭이 가장 넓고 수량이 많은 지역이다.

김분임(87) 할매는 강고기를 겁나 묵었다고, 섬진강 가차운 마을에 시집 온 덕분이라 한다.

“전에는 밥 안쳐놓고 몇 걸음 나가서 대수리 주서다 국 낄였어. 이만썩헌 대수리가 독 우에 꽉 찼어. 한번 들어가문 손 놀 새가 없이 주섰어.”

“반찬 걱정 안했어. 피리 같은 것 모자 같은 것을 아들도 잡아 오고 영감도 잡아 오고. 지져 묵지. 한번 더 지지문 더 맛나지는 맛이지.”

 

▲ 김분임(왼쪽), 이순이 할매
▲ 섬진강이 길러낸 쏘가리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물 속 바우가 다 들여다보였다.

“저 물 떠다 밥해 묵고 다라에다 그륵 담아갖고 가서 그럭 시치고. 흐르는 물에다 흔틀흔틀 빨래 허고. 시한으로는 물이 꽝꽝 얼지. 애기들은 좋다고 썰매 타고, 남자들은 얼음 깨서 구녕 뚫고 그 얼음물 질어다 묵고.”

강마을의 여름은 수런수런 재미가 넘쳤다.

옛다리가 있던 시절에 다리 위는 ‘한여름밤의 피서지’였다.

“그 다리가 야풋허니 물 넘는 다리여. 낮에 해를 받아논게 등짝을 대문 보일러 튼놈같이로 뜨뜻헌디 우그로는 시원한 바람이 막 불어. 모구도 없고 그런게 저닉밥 묵으문 모다들 나와. 여자들은 여자들까지 놀고 남자들은 남자들까지 놀아. 다리가 지댄헌게 안 쫍아. 눠 있으문 여그 저그서 웃음소리가 나. 옥수수 감자 쪄갖고 나놔 묵고. 참 재미졌어. 테레비 없는 땐디 테레비 본 것보다 더 재밌어.”

없는 대로 좋았거나 없어서 좋았던 시절이 가고 손우물에 강물을 떠먹던 이야기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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