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라 부르면 똥집 양이 줄어듭니다'
'할머니라 부르면 똥집 양이 줄어듭니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8.22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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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청량리전통시장


더위가 한풀 꺾이고 겨우 살만해졌다. 이번 여름이 얼마나 더웠으면 33도인데도 “이제 살만하네”란 소리가 나올까. 사람의 몸이란 게 참 간사하다고 느껴진다.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장탐방에 나섰다. 약 1년 만에 다시 찾은 ‘청량리전통시장’. 멀리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여전히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 날이 선선해서 그런지 지난번 수산물시장을 찾았을 때보다 찾는 발길들이 부쩍 늘었다. 전통시장 골목에는 퇴근한 뒤 닭튀김에 술 한 잔 걸치려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가게 앞에 기름 펄펄 끓는 가마솥 안에선 닭과 닭똥집이 익어간다. 실내는 에어컨을 켜놔 시원하다. 워낙 방송 등 언론에도 많이 나오고 SNS에서도 유명세를 타 더 인기가 많아진 통닭골목. 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바뀐 듯 했다.

 

 

일단 시장 전체를 한번 돌아보기로 한다. 초입부터 닭집이 반긴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폴폴 풍긴다. 같은 메뉴를 파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붙어있지만 골고루 손님들이 있다. 튀김뿐 아니라 다양한 닭요리들을 판다. 능이백숙 5만원, 녹두백숙 5만원, 인삼백숙 3만원, 일반 백숙 1만6000원~ 1만8000원, 닭볶음탕 1만6000원~ 1만8000원, 양념통닭 1만2000원~ 1만4000원, 통닭(프라이드치킨) 1만원~1만2000원, 닭똥집(닭모래집) 1만원, 닭발 1만원 등. 대부분 가격과 메뉴가 비슷하다.

뭐니뭐니해도 이 시장은 닭똥집과 닭튀김이 가장 유명하다.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튀겨내준다. 게다가 가격도 프랜차이즈 치킨점보다 훨씬 저렴하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갓 튀겨낸 치킨. 청결, 가격, 맛, 세 박자를 고루 갖췄다. 전언했듯 시그니처 메뉴는 닭똥집 튀김이다. 요즘엔 많이 보편화됐지만 서울에서 원조는 이곳이다. 닭똥집에 얇게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화룡점정 청양고추를 썰어 넣은 특제 간장소스를 찍어 입안에 넣으면 상큼함과 고소함이 온몸을 감싼다. 탄성이 절로 난다.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는 족발집들이 주욱 이어져있다. 미리 삶아놓은 통족발이 전시돼있다. 주문을 하면 능숙한 솜씨로 즉석에서 얇게 썰어준다. 왕족발 8000원~1만5000원, 미니족, 머리고기 5000원, 편육 5000원 외에도 보쌈고기, 잔치고기, 고사머리, 소머리편육까지 다양하게 판매한다.

생닭을 파는 가게들도 여럿 있다. 육계, 삼계, 토종닭, 노계, 오리, 가슴살, 닭발, 오골계, 메추리, 닭정육, 닭똥집, 삼계탕 재료까지 없는 게 없다. 모두 신선해보였고, 특유의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위생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반찬 가게와 해산물 가게들도 있다. 반찬은 대부분이 2팩에 3000원. 날이 더워서인지 밖에 내놔도 상하지 않는 반찬들 위주로 진열돼있다. 깻잎조림, 무말랭이, 오이김치, 콩자반, 장아찌, 멸치 등등. 나머지 반찬들은 가게 안 냉장고에 보관해놓고 있다. 다른 필요한 반찬이 있으면 주인에게 얘기하면 된다. 김치도 포기김치, 겉절이, 깍두기, 물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등 다양하다.

방앗간도 보이고 그 뒤로는 횟집이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둥그런 수족관 안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전어다. 전어의 철이 돌아왔다. 새삼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안주거리를 찾는 아저씨들이 수족관을 기웃거린다. 광어 1만5000원~2만2000원, 농어 3만원~4만원, 우럭 1만5000원~2만5000원, 도미 3만원~4만원, 아나고(붕장어) 2만원, 전어 1만5000원 등. 전 메뉴 포장이 가능하다. 시장 끝 부분엔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싱싱한 해산물 등 안주에 가볍게 한잔씩 걸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은 보기 힘든 참 정겨운 풍경이다.

 

 

시장 끝자락까지 탐방을 마치고 다시 닭튀김 가게 쪽으로 돌아왔다. 닭튀김의 원조격인 ‘종구네’다. 이전에 취재를 위해 몇 번 방문을 했던 터. 낯익은 얼굴의 주인아주머니가 아는 체를 하신다. 좀 지나면 사위에게 물려줄 거란다. 아직까지는 장모와 사위가 함께 일하고 있다. 가게엔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전화로 미리 주문해놓고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튀김옷을 입혀 바로바로 튀겨주기에 시간은 조금 걸린다. 시간 절약을 하고 싶다면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해놓고 시간 맞춰 찾아가면 되겠다.

통닭 작은 것을 시켰다. 닭똥집튀김 몇 개가 서비스로 첨가된다. 현금으로 1만원. 다 튀겨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아기자기한 내부.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마치 대학교 앞 선술집들처럼 재미난 요소들이 많아졌다. 벽은 다녀간 이들의 이름이 쓰인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다. 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양이 많다’ ‘낮술 환영 밤술은 더 환영’ ‘직장 상사 욕하기 좋은 자리’ ‘손님은 왕 단골은 신’ ‘할머니라 부르면 똥집양이 줄어듭니다’ ‘서비스 안 좋은 날=부부싸움 한 날.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 재미난 문구 등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곳은 닭튀김을 전문으로 한다. 통닭 1만2000원~1만4000원, 양념통닭 1만4000원~ 1만6000원, 반반 1만4000원~ 1만6000원, 닭똥집 기본 1만원, 혼자 드시고 가시는 분은 6000원…. 센스가 넘친다. 현금 결제 시 치킨은 2000원씩 할인을 해준다.

 

 

시장에 놀러 오신 할아버지들, 혼자 오신 아저씨, 포장을 기다리는 아빠와 딸, 일 끝나고 한 잔 하는 회사원 등 가게 안은 북새통이다. 드디어 포장이 나왔다. 갓 튀긴 튀김은 공기가 닿아야 더욱 바삭해 지는 법. 포장 뚜껑을 열어둔 채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돌아가는 길 내내 코끝을 간질이는 냄새. 결국 길거리에서 치킨 한 조각을 꺼내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간도 세지 않고 고소하게 퍼지는 풍미.

많은 방송과 SNS에서 주목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유명세를 타도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상인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청량리전통시장이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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