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 보기> ‘헬프’(2011년 개봉)

▲ 영화 <헬프> 포스터

‘흑인 남성이 입원한 병원에는 백인 여성 간호사가 근무할 수 없다.’ ‘흑인 학생이 사용한 교과서는 흑인 학생만, 백인 학생이 사용한 교과서는 백인 학생만 사용한다.’ ‘흑인 남성 이발사는 백인 여성의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다.’ ‘인종차별에 관한 기사나 글을 쓰는 자는 체포, 구금된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의 배경이 된 1963년 미시시피주 법률이다. 현재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 50여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곳이 많다.

흑인 가정부와 친구가 된 ‘스키터’가 그녀들의 인생을 책으로 옮기면서 시작된 유쾌한 반란. 세상을 바꾸는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감동 드라마. 지난 2009년, 출간과 동시에 “새로운 고전의 탄생” “좋은 책의 가장 훌륭한 기준”이라는 찬사 속에 아마존에서 116주, 뉴욕타임즈에서 109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랭킹된 캐서린 스토킷의 작품을 영화화했다. 영화 <헬프>(2011년 개봉)다.

소설의 배경인 미국 미시시피 잭슨에서 태어난 원작자 캐서린 스토킷.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흑인 가정부에 대한 향수와 유년시절 겪은 다양한 경험들에서 영감을 얻어 <헬프>를 쓰기 시작했다.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 작가 지망생과 가정부 외에 다른 인생은 꿈꿔보지도 못한 흑인 가정부의 편견을 초월한 우정과 용기 있는 고백이 만들어낸 가슴 뜨거운 드라마. 테일러 테이트 감독과의 오랜 인연으로 영화화되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그녀. 원작의 진실한 메시지가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지는데 일조했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 달리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스키터(엠마 스톤). 살림 정보 칼럼 대필을 맡게 된 그녀는 베테랑 가정부 에이빌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른 인생은 꿈꿔보지도 못한 채 가정부가 되어 17명의 백인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본 에이빌린. 정작 자신의 아들은 사고로 잃었다. ‘스키터’에게 살림 노하우를 알려주던 그녀는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자신과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써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때마침 주인집의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두 여자의 반란에 합류한다. 차별과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법이 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되는 시대.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하는 에이빌린과 미니. 그녀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세상을 발칵 뒤집을 만한 책을 탄생시킨다.

 

▲ 영화 <헬프> 스틸컷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시리즈, <라라랜드>, <이지A> 등에 출연해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를 포함 골든 글로브, 베니스영화제 등 유수의 시상식 및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차세대 여배우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엠마 스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옮기는 작가 지망생으로 분해 당찬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발랄함에 어울리는 크고 깊은 눈이 캐릭터를 더욱 매력 있어 보이게 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바이올라 데이비스. 아들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정부 에이빌린 역을 맡아 스키터와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옥타비아 스펜서. 최고의 요리 솜씨와 입담을 가졌지만 당한 만큼 갚아주는 성격 탓에 사고를 달고 사는 문제적 가정부 미니로 열연했다. 원작자 캐서린 스토킷과의 인연으로 실제 미니 캐릭터의 모델이 된 그녀. 때론 황당한 에피소드로 때론 가슴 아픈 사연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지고는 못사는 성격의 백인 안주인 힐리는 거장 론 하워드 감독의 딸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맡았다.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며 긴장감을 더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 원작, 화려한 캐스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헬프>. 테이트 테일러 감독이 제작, 각본, 감독의 1인 3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원작자 캐서린 스토킷과 죽마고우 사이. 그는 원작 소설이 출판되기 전부터 영화화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원작이 전하는 메시지와 먹먹한 감동은 그대로 살리며, 다양한 캐릭터와 에피소드에 힘을 주어 유쾌한 분위기의 영화를 완성했다.

다소 무거울 법한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내며 극을 흥미롭게 끌어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색인에 대한 차별을 언급하지만 희망차고 밝은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볼 수 있는 가족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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