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막기 위해 학교를 거부한다!”
“기후 변화 막기 위해 학교를 거부한다!”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8.09.03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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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웨덴 국회 앞 1인 시위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스웨덴은 점점 더 나쁜 것들로 인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그들이 스웨덴의 땅이 건강해지도록 노력하기를 촉구한다.”

 

▲ 15세의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학교를 거부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15세의 소녀가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스톡홀름 시내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다. 그녀는 지난 달 22일부터 국회의사당 정문 앞, 스톡홀름의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감라 스탄의 입구에서 스웨덴의 기후변화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스웨덴은 한국은 물론 세계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평년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다. 스웨덴 기상청(SMHI)이 매일 예보한 낮 최고 기온은 30~32도였지만, 시민들이 실제 느끼는 것은 그보다 훨씬 높았다.

또 지난 4월 초순부터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각 가정집과 도심의 공원은 물론 숲 주변의 잔디들은 노랗게 타 죽었다.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다른 식물들도 죽어갔다. 도심이나 근교의 드넓은 풀밭은 노랗게 변한 잔디로 인해 한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 온 것처럼 보였다. 기상 전문가들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스웨덴 기후 변화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어나서 15년 동안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낸 그레타는 방학을 마치면서 참지 못했다. 그레타의 눈에 비친 스웨덴의 어른들은, 특히 정치인들은 기후 문제에 있어서 무책임했다. 그리고 그것에 효과적으로 항의하는 다른 어른들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행동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기후를 위한 학교 거부(Skoltrejk för Klimatet)’라고 직접 쓴 피켓 하나를 들고 그레타는 국회의사당 문 앞에 앉았다.

“총선을 앞두고 거리에는 수많은 정치인들의 사진이 붙어 있고, 또 동네마다 각 정당들이 선거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 떠들어요. 그들은 4년 전에도 그랬고, 또 8년 전에도 그랬어요. 그들 중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왜 스웨덴의 기후는 점점 더 나빠지는 거죠? 우리는 그들을 믿고 그들에게 투표했지만 그들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다시 표를 달라고 외치고 있죠.”

 

▲ 그레타가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이틀 후 스톡홀름의 한 교사가 동조 시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의 동료 교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그레타가 농성을 끝내기로 한 9월 9일은 스웨덴의 총선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요즘 스웨덴의 곳곳에는 총선을 위한 각 정당들의 홍보 포스터가 즐비하다. 각 정당의 대표급 정치인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웨덴을 위해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레타는 그들에게서 스웨덴 기후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정치인들이 기후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하고, 또 사람들이 기후를 좋게 하기 위한 많은 일을 하기를 바라요.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나 같은 어린 소녀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레타가 농성을 시작한 후 많은 사람들이 그레타를 응원했다. 그레타가 혼자 심심할까봐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도 늘었다. 급기야 지난 24일에는 그레타와 함께 연대 농성을 시작한 교사도 나왔다. 그는 ‘기후를 위한 교사 거부(Lärarstrejk för Klimatet)’라는 피켓을 들고 그레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그레타의 농성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그레타는 투표권이 없지만, 이번에 투표를 하는 누구보다도 위대한 유권자이고, 자신의 권리를 아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레타의 농성이 이어지자 유력한 정치인들도 그레타를 찾아와 응원했다. 특히 환경당은 그레타의 농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이번 선거 공약의 상당부분이 그레타의 항의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에도 그레타는 냉정하다. 그레타는 “정치인들은 나에게 관심을 갖기 보다는 진짜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그저 선거가 끝나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식이 되지 말고, 내년 여름은 또 어떤 기후 재앙이 올 것인지 지금부터 많이 토론하고, 많이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 그레타 툰베리가 1인 시위를 하는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는 그레타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그레타와 함께 하고 있다.

 

한국이 매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공허한 외침을 반복하는 가운데, 스웨덴은 만 18세부터 총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투표권을 얻기 이전인 15세부터는 정당에 가입하는 것과 정당 활동이 가능하다.

현 집권 사민당은 물론 제1 야당인 보수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들은 당내 청소년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여름 방학 시즌을 이용해 투표권이 없는 만 15세 청소년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 캠프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자리에서 이뤄진 치열한 토론의 결과물이 실제 각 정당의 정책과 선거 공약에 인용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높은 정치 관심도는 매 총선 때마다 스웨덴의 평균 투표율을 8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또 18세 이상이 되면 본격적인 정치 무대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번 9월 9일 실시되는 총선에서도 각 정당에는 18세에서 25세의 청년 후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스웨덴의 전반적인 정치 풍토는 그레타 툰베리의 당찬 기후 변화에 대한 저항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만들고 있다. 스톡홀름=이석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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