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우리 것을 좋아했던 호아(好我)
내 것 우리 것을 좋아했던 호아(好我)
  • 박석무
  • 승인 2018.09.04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옛것을 좋아하고 독서를 그렇게도 좋아했던 다산, 그가 또 사랑하고 좋아했던 것의 하나는 내 것, 우리 것, 우리 나라, 우리 민족, 우리 국토, 우리 문화 등이었습니다. 나나 우리라는 한자는 단수와 복수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아(我)와 오(吾)입니다. 그래서 조선 후기 실학사상의 발전으로 내 것, 우리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대두되면서 자기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런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대되면서 ‘민족 자아(自我)’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구체화되기 이전에야 ‘존주대의(尊周大義)’·‘존화양이(尊華攘夷)’라는 고정관념으로 중국은 높고 내 것은 낮다는 자기 비하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특히 병자호란 이후 ‘숭명배청(崇明排淸)’의 생각이 강화되고 ‘모화사상(慕華思想)’이 사회의식의 주조를 이루면서 나에 대한 인식은 매우 희박한 상태였습니다. 이러던 시기에 실학자들의 등장으로 자아발견의 인식이 강조되고, 내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대두되었습니다.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에 이르면 모든 면에서 중국은 높고 우리나라는 낮다는 그런 생각을 분명하게 타파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우선 다산의 논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다산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중앙에 자리 잡아 중앙에 있는 나라, 즉 중국(中國)이라고 부르는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글 「송한교리치응사연서(送韓校理致應使燕序)」라는 곳에 “동서남북의 중앙에 처음부터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라면 가는 곳마다 중국이 아닌 곳이 없다”라고 말하여 지구는 둥그니, 한 곳에 자리 잡은 나라는 그 나라가 있는 곳이 세계의 중앙이 된다고 하여, 중국만이 중앙에 있는 높고 훌륭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부터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은 문제 될 것이 없고, 요·순·우·탕의 다스림과 공자·안자·자사·맹자의 학문이 있었기에 딴은 중국이라고 높일 수 있었지만, 지금이야 성인(聖人)들의 다스림이나 성인들의 학문이 우리나라에서 이미 다 얻어내어 옮겨 놓아버렸는데, 중국이라고 치켜세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당시의 청나라는 서양과의 교류로 이용후생에 이로운 기술과 과학이 발달했으니 그것을 배워오는 데는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를 짓는 경우에도 중국의 고사(故事)만 인용하는 일은 절대로 안 되고 

“『삼국사기』·『고려사』·『국조보감』·『여지승람』·『징비록』·『연려실기술』 및 우리나라의 다른 글 속에서 그 사실을 뽑아내고 그 지방을 고찰하여 시에 인용한 뒤에야 후세에 전할 수 있는 시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하여 우리의 고사를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수십 년 이래로 한 가지 괴이한 논의가 있어 우리 문학을 아주 배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옛 문헌이나 문집에는 눈도 주지 않으려하니 큰 병통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사대부들이 우리의 옛일을 모르고 선배들이 논의했던 것을 읽지 않는다면 그 학문이 고금을 꿰뚫어도 그저 엉터리일 뿐이다”라고 말하여 우리 것, 내 것을 무시하고서는 학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고사, 우리의 풍속을 글에 인용하고 시어로 사용해야 참다운 문학이고 학문이라니, 다산은 분명 내 것 우리 것을 한없이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