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첫사랑이 떠오른다
이 가을 첫사랑이 떠오른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9.06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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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너의 결혼식’(2018년 8월 개봉)
▲ 영화 <너의 결혼식> 포스터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추억이 있다. 남자는 특히 첫사랑에 약하고 잊지 못한다고 한다. 환상이 있거나 아픔이 있거나. 그래서인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첫사랑은 자주 등장한다. 2012년 수지를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시켰던 영화 <건축학개론>이 대표적이다. 첫사랑의 공감대와 건축이라는 이색적 소재를 접목시켜 410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로부터 6년 뒤 또 다른 첫사랑 영화 하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등학생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이어지는 두 남녀의 연대기를 유쾌한 터치로 그려낸 <너의 결혼식>(2018년 8월 22일 개봉)이다.

영화는 첫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현실적 남녀 캐릭터와 여기서 비롯된 생생한 사건, 그리고 에피소드로 차별화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첫사랑이 곧 끝사랑인 우연(김영광)은 10년 동안을 오직 첫사랑 승희(박보영)에게 직진하기만 한 순정남이다. 고교시절 전학 온 승희에게 첫눈에 반한 후, 그녀와 같은 대학에 가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다. 승희를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쌍코피를 흘려가며 공부한 뒤 같은 대학에 가까스로 입학하지만 이미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그녀의 말. 충격을 받는 우연. 내가 그렇듯 상대방의 사랑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굳게 믿었던 순정이 보는 이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승희 곁을 맴돌며 유치한 질투를 하고, 그녀와 남자친구 사이를 어설프게 훼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찾아온 둘만의 시간을 술에 취해 날려버리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하는 우연. 사랑에 빠져 앞뒤 재지 않고 돌진했지만, 그래서 자다가 이불킥할 만큼 후회도 많았던 현실의 연애담과 오버랩되며 유쾌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이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시간은 3초”라고 믿으며 첫사랑은 첫사랑일 뿐이라는 승희는 현재의 사랑과 감정에 충실한 캐릭터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는 우연이 싫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전학으로 연락이 끊기게 되고, 대학에서 3초 만에 빠져든 운명적 상대를 만난 승희. 하지만 자신을 오랫동안 지켜본 우연이 못내 눈에 밟히며 두 사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떤 게 진짜 사랑인지 흔들리고 고민했던 각자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사회 초년생까지 끊임없이 꿈을 좇아 노력하는 승희와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성장하는 우연, 각각의 시기에 경험할 수 있는 리얼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두 사람의 첫사랑 연대기는 공감 지수를 최고조로 높인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며 브라운관을 접수한 박보영. <너의 결혼식>을 통해 자신의 전공 장르인 로맨스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늑대소년에 연민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소녀 ‘순이’, 처녀 귀신이 빙의된 소심한 주방 보조 ‘나봉선’,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 등 판타지적인 매력의 캐릭터로 사랑받아 온 그녀는 ‘환승희’ 역을 통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까칠한 성격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3초 만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승희를 거침없는 매력과 성숙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냈다. 통통 튀는 매력과 사랑스러움으로 ‘국민 첫사랑’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드라마 <파수꾼>에서 미스터리한 검사 캐릭터를 입체적인 연기로 소화해내며 실력을 입증한 김영광. <너의 결혼식>에서 승희만을 바라보는 직진남 황우연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알린다. “매 순간이 ‘우연’이었다. 더 귀엽고, 더 사랑스럽고, 더 공감 가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며 박보영이 극찬할 만큼 그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쿨하지 못한 우연 역을 능청스럽고 순수한 매력으로 소화해냈다. 빈틈마저 사랑스러운 리얼한 ‘현실 남친’의 모습을 우연 캐릭터에 고스란히 담아낸 김영광은 내 주변에 존재할 법한 생동감 있는 매력을 발산하며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한국 로맨스 장르의 영화의 핵심은 적절한 공감대인 것 같다. 어느 정도의 현실감과 적당한 환상을 넣어준다면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하는 로맨스 영화가 탄생한다. 더욱 중요한 건 역시 캐스팅. 특히나 ‘첫사랑’을 주제로 한 만큼 캐릭터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건축학개론>에서의 여주인공이 청순하고 수수한 이미지였다면 <너의 결혼식>에서의 승희는 통통 튀면서도 현실적인, 굳세지만 한편으론 여린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요즘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다. 우연의 역할 역시 여성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캐릭터다. 한 여자밖에 모르는 순정남, 거침없이 달리는 직진남, 게다가 큰 키에 활짝 웃는 미소까지. 이 작품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런 포인트와 공감대를 제대로 저격해서이지 않을까. 덕분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설레며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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