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스웨덴 총선, 사상 첫 극우 연합 정권 들어서나?
격랑 스웨덴 총선, 사상 첫 극우 연합 정권 들어서나?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8.09.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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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통신> 신나치주의 스웨덴민주당, 선거 참여 캐스팅보트 손아귀에

스웨덴의 운명을 가를 총선거가 9일 실시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극우성향의 스웨덴민주당(SD)의 약진이 가장 큰 이슈다.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며, 반난민과 반이민 정서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난 2010년 처음 의회에 진출한 이후 세 번째 선거에서 연정의 핵심 키를 쥐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스웨덴 최대 정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노동당(S)과 사민당의 유일한 경쟁 상대였던 중도우파 보수당(M) 둘 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스웨덴 의회는 지난 2014년 선거처럼 또 다시 헝(Hung) 의회됐다. 스웨덴 정가에서는 사민당과 보수당이 어떤 연정을 통해 집권을 하게 될 지를 9월 25일에서 10월 8일 사이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스웨덴 총선 기간 중 거리에 붙은 각 정당의 홍보물들. (사진 = 이석원)

 

하지만 연정을 구성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민당과 보수당은 이미 스웨덴민주당과의 연정을 거부했다. 사민당의 당수이자 현 총리인 스테판 뢰벤은 “스웨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알코올을 들고 불을 끄겠다는 것과 같다”고 얘기했고, 보수당에서도 공식적으로 “스웨덴민주당이 아무리 많은 득표를 해도 그들과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스웨덴민주당은 어떤 식으로든 정권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그들은 2010년 당시 의회에 처음 진출할 때에 비해 일단 표면상으로는 극우성향을 많이 누그러뜨렸다. 최근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나 남부 말뫼, 심지어는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신나치 그룹의 인종주의 시위와도 자신들은 전혀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39세의 임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당수는 “우리 당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과거 인종주의자들이 당내 요직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들을 모두 축출했다고 주장한다. 스웨덴민주당의 이런 변화는 스웨덴 시민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불러왔다. “더 이상 스웨덴민주당은 인종주의 극우정당이 아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유세에 참여했던 스웨덴민주당 지방의회 출마자 중에서는 공공연히 인종주의를 표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웨덴은 백인들의 나라고, 다른 것들은 쓰레기’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건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반난민 인종주의 극우 정당에 표를 준 것이다.

스웨덴 제2의 정당 자리를 늘 차지해왔고, 그 여세로 지난 2006년부터 8년간 집권하기도 했던 보수당은 자력 집권의 기회를 똘 잃고 말았다. 중도우파 성향이라고는 하지만 당의 이념이 한국의 정의당과 비슷한 보수당은 그나마 보수 진영인 스웨덴민주당과 연합할 가능성이 높기는 해도 이미 뱉어 놓은 말들을 주워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연정의 그림이 어지간해서는 그려지지 않는다. 이번 스웨덴 총선에 임한 정당은 8개. 1, 2, 3위를 차지한 사민당, 보수당, 스웨덴민주당 외에 중앙당(C)과 좌파당(V), 기독민주당(KD), 자유당(L), 환경당(녹색당. MP)이다. 이들이 어떤 연정의 그림을 그릴 지는 알 수 없다.

 

▲ 현 집권 사민당의 선거 홍보 부스. 각 동네마다 정당의 선거 공약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주는 부스가 설치됐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라디오(SR)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민당과 좌파당과 환경당이 연정하는 좌파 연정을 우선 꼽았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연정해도 과반을 넘지 못한다. 우파연정으로 꼽히는 보수당 + 중앙당 + 자유당 + 기독민주당도 과반을 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2위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을 안지 않은 연정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그런데 사민당이 스웨덴민주당을 품을 리는 만무하고, 보수당이 3위 정당이 됨으로써 연정 그림은 더 그려지지 않는 형국이 됐다. 보수당의 비공식 지지를 받은 스웨덴민주당이 집권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렇게 될 경우 스웨덴은 역사상 첫 극우정당이 집권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다. 스웨덴 정가에서는 9월 25일에서 10월 8일 사이 연정의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스웨덴 총선의 평균 투표율은 85%가 넘는다. 우리의 투표율과 비교하면 엄청나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거의 매 선거 때마다 비슷하게 나타나는 일상적인 현상이다. 스웨덴의 이렇게 높은 투표율을 자랑하는 것은, 시민들의 높은 정치 관심도도 있지만 선거 제도도 한 몫을 차지한다.

의원내각제인 스웨덴은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른다. 우리와 같은 지역구 투표는 없다. 각 지역에서 투표를 하지만 개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정당에 투표를 한다. 각 정당은 349개의 국회 의석을 자신들이 얻은 득표율만큼 나눈다. 그러다보니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는 일치한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선택이 정확히 의석수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아키며 제2 정당으로 부상한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의 홍보 부스.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다.

 

스웨덴의 2018년 총선거는 9월 9일에 치러졌지만, 실제 투표는 지난 8월 22일부터 시작했다. 스웨덴 시민들은 무려 19일 동안 투표에 임한 것이다. 각 지역에서는 도서관 등에 간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이 기간 동안 시민들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해외에 체류하거나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신청을 통해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도 있다.

이런 투표 기간 설정에 대해 스웨덴의 정치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모든 시민들에게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정도 시간을 줬는데도 투표를 하지 않는 시민은 정말 투표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또 그 정도 시간은 줘야 자신의 투표 의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도 본다.

투표 기간이 길어서 이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하는 우려는 전혀 없다. 스웨덴 사회는 그렇게 후진적이지 않다는 자신감이다. 실제 아직까지 스웨덴에서는 투표 기간이나 투표 방법으로 인한 부정 투표 논란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사실상 무한한 투표 기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완전하게 피력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재밌는 것은, 한 번 투표를 하고 그 두표를 후회한다면 이를 취소하고 다시 투표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그러니 자신들의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이석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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