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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번 까불어보겠습니다

김종현 지음/ 달 이주리 기자ljuyu22@weeklyseoul.netl승인2018.09.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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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어느 오래된 골목길에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있다. 골목길에 뜬금없이 자리한 이곳엔 책이 있고 맥주가 있고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 자리를 지키는 주인장이 있다. 바로 "퇴근길 책 한잔"이라는 이름을 가진 독립책방. 그러나 그 흔한 간판 하나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 편의점도 24시간 주말 없이 여는 이 시대에 일주일에 사흘은 쉬고 하루에 고작 대여섯 시간 열어두는 곳. 게다가 주인장의 마음에 따라 운영시간이 자유자재로 바뀌기도 하는 곳.

이곳 "퇴근길 책 한잔"의 주인장 김종현이, 어차피 자신과 맞지 않는 세상에서 자신답게 살고 싶다는, 열심히 자신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 '한번 까불어보겠습니다'를 펴낸다.

그가 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학창시절 남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학교에 다니고, 취직해 일을 하고, 사업도 해보다가 결국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속았네, 속았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을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 순간 그는 모든 것을 그만두었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까짓것 좋을 것도 없구먼! 부자 되지도 않는구먼!" 그렇게 그가 머물던 세상으로부터 뛰쳐나왔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여차여차 책방을 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제멋대로 라이프를 시작했다.
그 제멋대로 라이프를 '한번 까불어보겠습니다'에 담았다. 이 세상에서 어떻게 그답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결정"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불어 그 고민과 결정들이 나름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퇴근길 책 한잔" 책방에서의 에피소드와, 주인장의 단상을 기록한 일기, 화보로 책방에서 찍은 사진들도 수록했다.

"퇴근길 책 한잔"은 단순히 책과 맥주를 파는 공간은 아니다. 함께 영화도 보고 사회 이슈나 문학과 예술 등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는 책방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하고 질문한다. 사람들과 정확하게 소통하는 법, 취향을 공유하는 기쁨, 일일지기들과 함께 책방 공간을 활용하는 즐거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법 등. 그렇다고 그가 혹은 그의 책방이 세상을 바꾸겠다거나 하는 거창한 포부를 지닌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넓은 세상에서,?소중한 무언가를 찾는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하나쯤이 되면 좋겠는 바람이 깃든 것이다. "돈,?돈,?돈", "빨리,?빨리,?빨리", "비켜,?비켜,?비켜"를 외치는 드넓은 세상 속에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는 영혼들이 모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존재하는 것, 그리고 그곳을 운영하는 것, 이것이 그다지 낭비는 아닐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우리는 매 순간을 얼마나 "나"로서 살아가고 있을까? 선택하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나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가. 부끄럽게도, 어쭙잖게도 "그러지 못한 사람 손?" 하면 저 멀리서 김종현 그가 손을 번쩍 들고 한달음에 뛰어올 것이다.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그렇게 살아온 건 온전히 자신 뜻이 아니었다고, 눈치도 보이고 신경쓰이는 것도 있었고 남들 걸음에 맞추며 걸었던 거라고. 이제는 이 사회에 결코 잘 묻어가며 살고 싶지 않다고, 싫다고, 까불겠다며 마치 절교 선언이라도 하는 듯하다.

그는 항상 "나"로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고 어떤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지 명심한다. "나"의 지금 모습이 스스로 가장 원하는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지금 하는 책방 일이 지금 가장 재미있어서 선택한 것이고, 지금 만나는 애인은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현재"에 집중하며 그는 '한번 까불어보겠습니다'를 펴낸다. 이 책이 누군가의 다가올 "현재"를 조금 더 실감나게 해준다면 그는 그의 흘러간 "현재"들을 기꺼이 바친 의미가 있겠다고 말한다. 그가 세상에 던지는 일침과 생각들에 공감한다면 함께 산뜻하게 까불어보며,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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