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에 찜닭, 고기특수부위…이곳이 천국이로구나
순댓국에 찜닭, 고기특수부위…이곳이 천국이로구나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09.12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시장 탐방> 약수시장


보통 시장∼하면 야채, 과일, 생선, 정육 등을 파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시장보다 그 안의 맛집이 더 유명세를 타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맛집은 시장 전체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맛집을 찾아온 손님들 덕분에 시장까지 활기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다녀온 시장도 이런 경우다. 야채, 생선, 과일 등 판매하는 전형적인 시장의 점포수는 줄었지만 맛집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이다. 바로 중구 신당동에 있는 약수시장이다.

약수시장은 1960년대 신당동 매봉산 북쪽 기슭에 달동네가 형성되면서 함께 생겨나 1968년 정식으로 개설됐다. 시장의 명칭은 버티고개에 몸에 좋은 약수터가 있는데서 유래됐다. 오래전부터 노점에서 상인들이 물건을 팔아왔기 때문에 아직도 60, 70년대 당시의 전통시장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달동네 주민들이 주 고객이던 약수시장은 1990년대 후반 재개발로 인해 쇠퇴하기 시작했다. 원주민들이 떠나면서 단골고객이 끊기고, 1999년 경 시장 이용객의 다수를 차지하던 남산타운아파트의 주민들이 새로 생겨난 인근의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시장상인회가 구성됐고 자구노력이 시작됐다. 그 결과 2011년 3월 이 일대 5798㎡의 면적에 68개 점포를 갖춘 전통시장으로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주요 판매 품목은 농수산물과 공산품, 떡 등이며, 지하철 3·6호선 약수역과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 주변에 식당이 즐비해 먹거리가 많으며, 한때 떡집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약수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입구에 거린 시장 간판을 보며 시장에 들어선다. 순간 당황했다. 늘상 보던 시장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풍경. 그저 식당가 정도라고 할까. 일단 발걸음을 옮겨본다. 전통시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무언가는 있겠지.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식당들은 저마다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막국수집. ‘생활의 달인’에 나온 집이란다. 삼계탕, 닭볶음탕, 찜닭도 함께 파는데 ‘찜닭의 달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만하면 간판으로 막국수보단 찜닭을 내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뭐 간판이 중요하겠냐만.

맞은편엔 강렬한 빨간 색의 간판들이 붙어있다. 닭강정집과 맥주집이다. 테이크아웃 전문인 닭강정 집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맥주집은 가게 전체를 훤하게 열어놨고 바깥에도 앉을 수 있게 탁자를 내놨다. 주변에 회사가 많은 곳이라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한잔하기 딱 좋아 보인다. 아직은 퇴근시간이 되지 않아 한산하다. 조금만 있으면 손님들로 가득할 듯하다. 골뱅이가 메인이다. 골뱅이 1만5000원~2만원, 오뎅탕 1만5000원, 오숙회(오징어 숙회) 1만5000원, 먹태 1만3000원, 아구포 1만3000원, 노가리 1만3000원, 한치 1만3000원, 학꽁치 1만3000원, 쥐포 1만3000원, 황도 8000원, 부대찌개 2만원, 알탕 2만원 등.

 

 

그 옆으론 고기집이 보인다. 특수부위 전문점이다. 이곳 역시 옆에 맥주집과 마찬가지로 가게 전체를 훤히 열어놓고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육회 1만2000원~1만8000원, 갈매기살 1만2000원, 생삼겹살 1만2000원, 뽈살 1만원, 껍데기 1만원, 꼼장어 1만원, 토시살 8000원 등.

고기집 위층에도 또 다른 고기집이 있다. 간판이 하도 요란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출연했던 방송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맛대맛, VJ특공대 등등. 옆으론 해물탕집, 백반집이 이어진다.

좁은 골목길도 놓칠 수 없다. 숨겨진 맛집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족발집에 보리밥집도 있다. 중년의 남자들이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골목 옆에선 복합상가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전에는 이곳 역시 자영업자들이 열심히 장사하는 곳이었을 것이다. 60, 70년대 전통시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쉬웠다. 공사장 때문인지, 날씨가 때문인지 약수시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들어가니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엔 입소문이 난 연탄고기집이 있다. 손님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고기집을 지나 그대로 직진하면 맛집이 이어진다. 오후 6시만 돼도 이 골목은 정장차림의 회사원들로 바글바글해질 것이다.

이제 슬슬 노점이 나올 만도 한데…. 사거리로 돌아와 언덕길로 올라간다. 이전에 떡집으로 명성을 떨쳤던 시장이지만 현재는 이 오르막길에 한곳을 포함해 서너 곳 뿐. 반대편에선 공사가 한창이다.

언덕을 올라가니 마트 몇 곳과 노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녁거리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덕분에 이곳이 시장이구나, 문득 생각이 든다. 닭, 청과물, 정육, 수산물 등 가게들이 많진 않지만 오래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서인지 정이 넘치고 친절하다. 깔끔한 건 당연지사. 노점이 이어지는 골목으로 가본다.

 

 

떡집과 족발집, 반찬가게, 정육점…. 그 뒤로는 또 맛집들이 펼쳐진다. 이젠 떡집으로 유명한 시장이 아니라 맛집으로 유명한 시장이라고 해야 되겠다.

40년 전통 순대국집은 벌써부터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내부엔 유명인들 사인으로 도배돼있다. 이렇게 숨겨진 맛집을 또 하나 발견했다. 떡하니 ‘약수 순대국’이라고 이름을 내건 걸 보니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다음에 꼭 찾아와보기로 한다.

그 옆으론 추어탕, 칼국수집이 보인다. 이곳 역시 이른 저녁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꽤 많다.

전통시장의 형태를 많이 잃은 약수시장. 하지만 맛집들이 많기 때문에 복합상가가 완공되고 나면 다시 활발한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하루 빨리 공사가 끝나고 밀려나있던 상인들이 다시 돌아와 장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