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1998년 개봉)

▲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포스터

각박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색안경을 낀 채 저마다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본다.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 판단한다. 다름이 아니고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해하려하지 않고 그런 자신을 고치려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도 사랑은 피어나고 변화는 잉태된다. 이런 얘기를 다룬 영화 한편이 있다.

강박증을 가진 남자, 조급함에 시달리는 여자, 동성을 좋아하는 남자. 남들과는 좀 다른 성격을 가진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물론, 달달한 로맨스, 브로맨스까지 보여준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8년 3월 개봉)다.

멜빈 유달(잭 니콜슨)은 강박증 증세가 있는 로맨스 소설 작가다. 뒤틀리고 냉소적인 성격의 멜빈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며, 신랄하고 비열한 독설로 그들을 비꼰다. 그의 강박증 역시 유별나다. 길을 걸을 땐 보도블럭의 틈을 밟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뒤뚱뒤뚱 거린다. 식당에 가면 언제나 똑같은 테이블에 앉고, 가지고 온 플라스틱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를 한다. 이러한 신경질적인 성격 탓에 모두들 그를 꺼려한다.

그러나 식당의 웨이트레스로 일하는 캐롤 코넬리(헬렌 헌트)만은 예외다. 언제나 인내심 있는 태도로 멜빈을 대하는 그녀는, 그의 신경질적인 행동을 참고 식사 시중을 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천식으로 괴로워하는 어린 아들이 있지만, 변변한 치료도 못할 정도의 빠듯한 살림을 남편 없이 혼자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멜빈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는 이웃에 사는 게이 화가인 사이먼(그렉 키니어). 사이먼은 멜빈이 자신의 생활 방식을 싫어하며 또한 그의 작고 귀여운 개 버델도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한다. 사이먼이 강도들로부터 구타를 당하자 멜빈이 사이먼의 애견 버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온다. 처음에는 버델을 싫어했지만, 이 작은 강아지로 인해 그의 얼음 같은 심장이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버델을 잘 돌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이먼과 캐롤의 개인적인 곤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어느덧 자신 안의 인간미를 느끼게 된 멜빈. 사이먼과 우정을 가꾸고, 따뜻하게 마음을 열어준 캐롤과도 로맨스를 시도한다.

영화 첫 장면, 이웃 할머니가 기분 좋게 장을 보러 나왔다가 멜빈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외면이다. 신경질적인 멜빈을 상대해주는 사람은 캐롤뿐이다. 멜빈 역시 그런 캐롤에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있었다. 분명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지만 마음을 여니 관심을 갖게 되고 이해가 된다. 감정이 생긴다.

정신과에 다닐 정도로 강박증이 심했지만 약은 절대 복용 안하던 멜빈. 캐롤을 만난 이후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캐롤의 관심이 멜빈을 변화시킨 것이다.

 

▲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틸컷

 

감독 제임스 L. 브룩스는 1940년 미국 뉴저지 노스버겐 출신으로 TV시리즈물과 영화 제작으로 명성이 높은 인물이다. 70년대 TV 인기 시리즈물 <매리 타일러 무어 쇼>와 80년대 <트레이시 울먼 쇼> <심슨 가족> 같은 작품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영화 역시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직접 제작했다. <빅> <장미의 전쟁> 등이 대표작이다. 작품 활동은 뜸했지만, 뛰어난 각본과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완성도 높은 영화를 선보인다는 평가다.

멜빈 역의 잭 니콜슨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배우다.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50여년 동안 배우로서 꾸준히 인기를 누려오면서 10년 단위로 꼭 한 번씩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로 일곱 번째 후보에 오르면서 로렌스 올리비에를 제치고 최다 후보 배우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 불후의 스타는 지금도 감독들의 출연 요청을 받고 있고 박스오피스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확실한 열쇠다.

영화는 사랑과 관심의 의미를 다양한 시선에서 생각하게 한다. 시선을 조금만 바꾸고, 마음을 조금만 연다면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아질 수 있다. 험악한 세상, 사람들의 감정은 갈수록 무뎌진다. 당신 자신에게 뿐 아니라 주변에도 마음을 열지 못해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오래된 영화인만큼 약간은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메시지만큼은 명확하다. 명성이 있는 영화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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