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지키는 토끼바위 이야기를 아시나요?
금강산 지키는 토끼바위 이야기를 아시나요?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09.14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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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어른을 위한 동화> 토끼바위

금강산 기슭의 토끼바위를 아시는지요?

한때 뱃길이 열려 누구나 갈 수 있었지만 다시 뱃길이 멈추면서 먼 곳이 되어 버렸지요.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두고서도 쉽게 갈 수 없는 땅. 텔레비전이나 신문으로만 보아왔던 금강산을 언제 다시 밟을 수 있을는지요. 근래 들어 남북이 화해 무드로 돌아섰으니 곧 다시 갈 수 있기를 고대해봅니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금강산에는 토끼처럼 생긴 바위 하나가 우뚝 서 있답니다. 이름 하여 토끼바위라 부르지요.

금강산 골짜기를 따라 한참 오르다 보면 벼랑 위, 우묵한 곳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앞으로 달려가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토끼바위가 나타납니다.

지금부터 이 토끼바위에 얽힌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시는 분들도 더러 있겠지만, 모르는 이들을 위해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먼 옛날 하늘나라에서는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일까, 하는 작은 입씨름이 벌어졌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논쟁은 어둠이 내려도 끝날 줄 몰랐습니다.

그 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선녀가 나섰습니다.

“거울 같이 맑은 물이며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금강산이 제일이지요. 내가 한 번 내려갔다 왔는데,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군시렁거렸습니다. 전혀 뜻밖의 말이 나왔기 때문이지요.

“왜 하늘나라에 사는 선녀가 땅이 더 아름답다고 하지?”

“그러게 말이야. 이건 하늘나라를 모독하는 거라구.”

“옥황상제께서도 하늘나라가 가장 살기 좋다고 누누이 말씀하시는데…”

선녀는 그러거나 말거나 금강산이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아름답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선녀는 맑은 물에 목욕을 한 얘기며 사람도 봤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꽃내음에 취해 한참 정신을 잃었던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 토끼 한 마리가 깡충깡충 뛰어 왔습니다.

“이러쿵저러쿵 떠들 게 아니라 제가 한 번 내려갔다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과연 땅이 하늘보다 더 살기 좋은 지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오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찬성합니다.”

토끼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토끼는 며칠 뒤 하늘나라의 명을 받고 금강산에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구름을 탄 토끼는 사뿐히 옥류동 계곡에 내려앉았습니다. 청람빛 물줄기가 굽이굽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물소리는 사방으로 퍼져나가 작은 메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잠을 청하려던 산새들이 토끼의 출몰에 놀라 푸드득 날갯짓을 하고 날아올랐습니다.

토끼가 내려선 곳은 수만 년 동안 흐르는 물에 씻기고 씻겨 움푹 패인 너럭바위였습니다. 토끼는 둥글넙적한 그 바위에 누워 높푸른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구름 속에 숨은 햇살이 막 나오려고 발버둥쳤습니다. 칼로 자른 듯한 절벽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늠름하게 서 있었습니다.

바위 기슭으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자 찬 기운이 온몸으로 번져들었습니다. 저만치 노루 한 마리가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뾰족뾰족한 봉우리며 곧게 뻗어 오른 나무들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온갖 새소리가 들리고 청초한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습니다.

나무숲에서는 사슴, 노루, 산양, 멧돼지 들이 사이좋게 뛰어 놀고 있었습니다. 깃털이 아름다운 황금꾀꼴새와 비둘기도 보였습니다. 맑은 물속에는 칠색송어와 버들치, 열목어, 산천어, 동자개, 금강모치, 어름치들이 꼬리치며 돌아다녔습니다.

어디선가 향기로운 꽃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싸리꽃, 백도라지꽃, 며느리밥풀꽃, 은방울꽃, 금낭화, 산초나무, 천남성, 금강초롱 들이 온 골 안에 향기를 퍼트리고 있었습니다.

“아, 정말 아름답구나. 선녀님의 말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야.”

토끼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오묘한 풍경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노라니 배가 고파왔습니다. 토끼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저만큼 산머루잎을 보고 뛰어갔습니다. 잎을 뜯어 입에 넣자 그 맛이 꿀맛 같았습니다. 배가 부르도록 산머루잎을 따먹은 토끼는 다시 금강산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돌멩이 하나, 바위 하나, 여리디 여린 풀잎조차도 신비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었던 진기한 것들이 여기에서는 수두룩했습니다.

토끼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깡총깡총 뛰어 성처럼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옥류동은 더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토끼는 골짜기를 따라 더 올라갔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펼쳐졌습니다.

어느 순간,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토끼는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달디단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토끼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하늘나라를 잊고 있었습니다. 꿈속에서도 금강산의 모습이 나타는 걸 보아 단단히 홀린 게 틀림없었습니다.

금강산에 내려온 지 한 달째 되던 날 아침. 하늘나라에서 약속된 날자가 다 됐으니 당장 올라오라는 옥황상제님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뭘 꾸물거리고 있는 게냐. 어서 올라오지 못하고…”

토끼는 하늘나라로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금강산에서 아주 눌러 살고 싶었습니다.

토끼는 옥황상제님한테 애원했습니다.

“여기서 살게 해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옥황상제는 화를 내며 빨리 올라오지 아니 하면 천벌을 내리겠다며 겁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토끼는 금강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절대로 올라가지 않을 거야.’

토기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옥황상제님의 말을 거절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번개가 일고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주먹 같은 우박이 쏟아졌습니다. 그 기세는 며칠이고 계속 됐습니다.

토끼는 이를 악물고 견뎠습니다. 그러나 힘이 점점 빠지고 몸이 아파왔습니다. 그렇게 옥황상제가 내린 벌을 받던 토끼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토끼가 죽은 그 자리에 웬 바위가 하나 우뚝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바위는 영락없이 토끼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그 바위를 일러 토끼바위라 불렀습니다.

오늘도 그 토끼바위는 금강산을 지키며 사람들 가슴 속에 고이 남아 있습니다.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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