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에선 메탄가스가 부글부글, 강위엔 쓰레기더미가 산처럼…
강바닥에선 메탄가스가 부글부글, 강위엔 쓰레기더미가 산처럼…
  • 정수근
  • 승인 2018.09.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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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보내온 편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똥색 황톳물이 흘러내리는 달성보의 모습. 많은 비가 내린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황톳물이 흐르는 것은 보에 강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폭우 내린 지 열흘 지나도 ‘똥색’인 낙동강

지난 9일 일요일 낙동강 달성보에선 누런 황톳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좁은 수문 위를 흘러 넘어오는 강물은 황톳빛을 띠고 있었다. 그 빛깔은 똥색을 닮았다. 지난 8월 이곳을 뒤덮은 ‘녹색 공포’인 녹조라떼 강물은 사라지고, 그 위로 똥색 강물이 세차게 달성보 수문 위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날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운동을 하는 작은 환경단체인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정기 생태조사단과 함께 낙동강을 돌아봤다. 달성보에서 상주보까지 모든 구간에 황톳물이 가득했다.

 

▲ 칠곡보 공도교 위에서 본 낙동강. 똥색 강물이 가득하다. 보에 갇혀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황톳물이 아직도 가득하다.
▲ 강정고령보 아래 화원유원지 낙동강의 똥색 강물 위에 김문오 달성군수가 강행한 뱃놀이사업의 유람선이 떠 있다.

 

이 황톳물 덕분에 지난여름의 심각한 녹조 현상은 사라진 듯 보였다. 올여름 4대강 보 때문에 빚어진 ‘조류 대발생’이란 국가재난사태를 해결한 것은 결국 ‘자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녹조 현상을 완화시켜준 대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비가 내린 지 열흘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낙동강은 흙탕물이다. 낙동강 상류엔 맑은 물이 흐르고 인근 금호강도 황톳빛이 사라지고 이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그런데 유독 낙동강의 강물 색만 그러한 것일까.

 

▲ 김문오 달성군수가 만든, 멸종위기종의 서식처 화원동산 앞의 생태탐방로 옆으로 두 가지 색 강물이 만나고 있다. 낙동강의 똥색 황톳물과 진천천의 검은색 오폐수가 만나 만들어내는 기이한 장면이다.

정체돼 썩은 5억톤의 강물

그랬다. 낙동강이 보로 막혀 흘러가지 못하고 정체되자 빚어지는 현상이다. 과거 보가 없던 시절 큰비가 오면 초기의 거센 황톳물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세차게 흘러 결국 바다로 빠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버려졌던 온갖 쓰레기들도 치워지고 오염된 강물도 씻겨지면서 수질도 맑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낙동강에 느닷없이 촘촘히 보가 들어섰다. 낙동강 700리 약 280킬로미터 구간에 거대한 댐과 같은 보가 8개나 들어서 있다. 대략 40킬로미터마다 하나씩 댐과 같은 보가 들어서 강물을 막고 있는 셈이다.

 

▲ 강물 속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부글부글 올라오는 메탄가스. 강바닥이 썩었다는 결정적 증거다.

 

이러니 폭우가 내리면 초기엔 많은 비가 그대로 흘러 바다로 밀려가겠지만, 강물이 줄어들어 보 관리수위 밑으로 강수위가 줄어들면 그때부터 강물은 고이게 된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5억톤 이상의 강물이 그대로 보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 부유물 입자덩이인 황톳물은 결국 그대로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이것이 켜켜이 쌓이면서 결국 강바닥이 썩게 되는 것이다.

생태학 박사이자 영남자연생태보존회를 이끌며 지난 30여 년간 낙동강 전역을 조사해온 류승원 박사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 왼쪽 구석 오폐수 차집관로 너머 대명천의 강물이 완전히 시궁창 같다. 차집관로의 오폐수가 그대로 흘러넘쳐 대명천을 뒤덮고 있다. 이 강물이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결국 보로 인해서 일어나는 재앙이다. 보가 없었으면 벌써 씻겨 내려갔어야 할 부유물이 아직도 남아 있고 그것이 고여 있으면 결국 가라앉아 바닥을 펄로 만든다. 그 위에 조류 사체들이 쌓이면서 혐기성 분해를 일으키며 산소를 앗아갈 것이고, 강바닥의 저서 생태계는 초토화 되게 된다. 보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이런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고 낙동강이 제대로 살 수 있다.”

홍수는 때론 인간생활에 큰 피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잘만 대비하면 큰 혜택을 준다. 이런 홍수의 유익한 기능을 모조리 앗아간 것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홍수의 순기능을 막고 홍수의 가공할 위험인 역기능을 더해 놓았다.

강의 직강화로 홍수시 유속이 이전의 2배 이상 빨라지면 강은 큰 힘으로 모든 것을 쓸어간다. 유속이 2배 빨라지면 강의 힘은 2의 6승배, 즉 64배로 불어난다는 것이 하천수리학계의 설명이다.

 

▲ 대명천 앞은 오폐수 관로고 그 너머는 낙동강의 지천 대명천이다. 완전히 썩어있다. 차집관로 콘크리트 턱에는 오폐수가 흘러넘친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죽은 쥐도 한 마리가 걸려 있는 참으로 기괴한 풍경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낙동강

조사단 일행이 다음으로 찾은 곳은 대구 달성군의 화원유원지 화원동산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낙동강은 두 가지 물색을 띤다. 낙동강에서 흘러들어오는 똥색 강물과 금호강과 진천천이 만나 만들어내는 검회색 강물.

이런 곳에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정체불명의 이른바 ‘생태탐방로’란 것을 만들어놓았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처인 화원동산 하식애 옆으로 강 속에 강철 파일을 박아 만든 생태탐방로. 멸종위기종의 생태를 교란시키며 들어선 이 100억 원짜리 탐방로 위에서 바라본 강물은 간장색과 같은 검회색빛이었다.

 

▲ 시궁창을 방불케 하는 대명천에 올라온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몰려든 백로떼. 수심 6미터 이상인 낙동강에서 물고기 사냥을 할 수 없는 백로들은 이런 썩은 지천으로 몰려와 먹이사냥을 한다. 4대강사업의 심각한 생태적 부작용이다.

 

그러나 두 가지색을 띠는 강물은 낙동강의 20여 킬로미터 하류에 들어선 달성보에 막혀 더 이상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고여 있는 강물 위로 부글부글 기포가 올라온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 놀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고, 물속에서 산소방울이 올라오는 듯도 보인다.

그러나 이 기포의 정체는 메탄가스다. 강바닥이 썩어 올라오는 메탄가스. 이 메탄가스가 그 넓은 면적의 강 속에서 마구 뿜어져 올라온다. 그 모습을 본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남준기 현장분과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하구수와 같은 대명천에서 백로 한 마리가 물고기 한 마리를 사냥했다. 비극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곳에 생태탐방로라는 이름의 산책로라니,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좋아라 산책을 한다니, 메탄가스 주의보를 내려야 할 판이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아닌가? 어떻게 강을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둘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수도권,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 다 1급수 이상의 물을 식수로 먹는데 영남은 어떻게 이런 강물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 영남사람들 정신 차려야 한다. 낙동강을 살려내라고 들고 일어나서 데모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강바닥이 썩은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 원인을 찾아봐야 했다. 일행은 진천천이 만나는 또 다른 지천인 대명천을 찾았다. 대명천은 성서산단을 거쳐 내려온다. 달서구 진천동의 월성교. 이 작은 교량 아래는 대명천이다. 그런데 아래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곳은 바로 성서산단 폐수종말처리장의 오폐수 차집관로가 놓인 곳. 문제는 이 차집관로에서 비만 오면 1미터 남짓한 관로의 턱을 넘어 오폐수가 대명천으로 흘러든다는 사실이다.

 

▲ 쓰레기보가 된 상주보.

 

우오수관로가 분리 시공된 것이 아니라 합류식으로 되어 있어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다. 이 대명천은 바로 옆에서 흘러들어오는 진천천과 만나 결국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낙동강과 만나는 그 거리가 불과 1킬로미터 남짓이다.

이날 우이령사람들 생태조사단과 함께 찾은 대명천은 거의 시궁창이었다. 지난 비에 쏟아져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폐수가 대명천을 뒤덮고 있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했고, 차집관로 콘크리트 끝쪽엔 죽은 쥐 한마리가 있어 더욱 괴기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 시궁창 강물에도 물고기가 살고 있고, 이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백로 떼가 한쪽에 모여 앉아 있다.

이 시궁창 강물은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곳의 썩은 강물과 찌꺼기들이 낙동강 합수부에 켜켜이 쌓여 화원동산 탐방로에서 일행이 목격한 메탄가스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 메탄가스는 결국 성서산단의 폐수와 슬러지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는 심각한 ‘인재’인 것이다.

 

▲ 쓰레기보가 된 낙단보.

쓰레기 섬이 된 4대강

일행은 차를 몰아 강정고령고와 칠곡보, 구미보를 거쳐 상주의 낙단보와 상주보까지 둘러보았다. 이날 둘러본 모든 보엔 똥색 강물이 가득하고, 강물은 보의 닫힌 수문 위를 세차게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보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바로 보의 수문 위에 엄청난 양으로 걸린 쓰레기더미다. 그 모습은 거대한 쓰레기 섬을 방불케 한다.

“도대체 식수원 주변에다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가. 비단 낙동강 본류뿐만 아니다. 낙동강의 수많은 지천마다 버려진 쓰레기들이 결국은 낙동강으로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이건 국민의식 수준 문제다. 언제까지 강에다 쓰레기를 내다 버릴 것인가. 낙동강은 우리 식수원 아닌가?”

 

▲ 똥색 강물 위로 쓰레기더미가 걸려 있는, 쓰레기 보가 된 강정고령보.

 

이날 현장조사에 함께한 대구환경운동연합 물하천분과 이석우 분과장의 탄식이다. 그렇다. 이처럼 인간 스스로가 강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격한 관리라도 필요하다. 강력한 법을 정하고 원칙적으로 집행하는 것 말이다.

“산악인으로서 일본과 미국에 가보고 느낀 바는 그들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다. 일본에선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거의 없다. 일본인 스스로 그런 생활이 일상화 돼있더라. 미국 같은 나라는 산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수질오염 행위를 한 사람이 적발되면 현장에서 바로 수갑을 채워버린다. 수질오염 행위를 한 공장은 더 이상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스스로의 준법정신과 철저한 법집행이 그곳의 대자연을 지키는 비결이더라. 그에 비하면 우리는 한참 멀지 않았나 싶다.”

현장조사에 함께한 우이령사람들 회원 이원만씨의 말이다.

 

▲ 쓰레기 섬은 태평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낙동강에도 이 같은 쓰레기 섬이 둥둥 떠 있다.

 

우리 낙동강에서는 왜 미국에서와 같은 엄격한 하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이곳은 다름 아닌 1300만 국민의 식수원인데도 말이다. 폐수를 무단으로 버려도, 폐수가 낙동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어도, 강에다 쓰레기를 투기해도 그만인 나라.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낯이자 대국민 사기극인 4대강 사업이 강행될 수 있었던 진짜 배경이 아닐까.

자연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도 강에 대한 인식의 시급한 전환, 이것이 진실로 필요해 보인다. 낙동강은 1300만 우리 영남인의 젖줄이자, 달리할 식수원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의 유일한 식수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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