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금천교시장


한적한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서촌. 분위기 있는 카페, 아기자기한 가게, 골목골목 숨어있는 맛집, 엽전도시락으로 유명한 통인시장, 대림미술관 등등 사람이 붐빌 수밖에 없는 모든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 주말이면 연인 커플 등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한적할 듯한 평일에도 다르지 않다. 바로 금천교시장(세종마을음식문화의거리) 덕분이다.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첫 번째 골목, 벌써부터 북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골목입구에서 행사를 하고 있다. ‘2018 주민과 고객이 함께 하는 한가위 노래 한마당’이다. 좁은 골목이지만 한쪽에 편히 앉아 즐길 수 있도록 의자를 깔아놓았다. 진행자의 재치 있는 진행이 이어진다. 대부분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가한 시간대라 상인들도 가게 앞에 서서 행사 구경에 한창이다. 초청 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이어졌다. 뒤편에선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며 행사 분위기를 더한다. 음식을 받은 사람들은 골목골목에서 자유롭게 식사를 즐긴다. 이름 그대로 음식과 문화가 공존하는 현장이다.

 

 

행사장을 지나면 맛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이 이어진다. 행사 구경하러 나온 상인은 빈대떡집 쥔장이다. 60년 전통이란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온 집이다. 원조빈대떡, 고기빈대떡, 김치빈대떡, 모듬빈대떡, 굴전, 파전, 두부김치, 조개탕, 어묵탕 등을 판다. 다른 가게 상인들도 빈대떡집 쥔장과 함께 행사 구경을 한다.

건너편 주꾸미 집도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식신로드’ ‘KBS생활경제’ ‘출발모닝뉴스’ 등에 나왔다는 글귀와 사진들이 붙어있다. 쭈삼새우철판, 주꾸미찜, 주꾸미볶음, 주꾸미철판 등을 판매한다.

 

 

주꾸미집 옆으로 신기한 광경이 눈길을 끈다. 가게 앞 수조에 어류가 아닌 고기가 들어있는 것이다. 고기를 워터에이징시키는 것이란다. 워터에이징(water aging)이란, 온도가 2~3도 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물속에서 고기를 숙성시켜 외부 온도와 공기, 중력을 완벽히 차단하는 방법이다.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살리는 방법이란다. 통삼겹살 1만2000원, 항정살 1만2000원, 목살 1만원, 양념소갈비살 1만2000원, 차돌박이 1만원, 우삼겹 1만원, 고등어 숯불구이 1만2000원, 꼼장어 1만6000원, 전어구이 2만원~3만원, 전어회 2만원 등. 고기뿐만 아니라 생선들도 다양하게 팔고 있다. 가게 앞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서촌백년화로 肉(육)원. 1.국내산 암퇘지만을 취급한다. 2.원산지를 속이지 않는다. 3.고기 무게를 속이지 않는다. 4.음식을 재사용하지 않는다. 5.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 6.웃으며 고객을 맞이한다.’ 가게만의 당당함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바비큐집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게 앞 커다란 화로에서는 꼬지에 끼어진 통삼겹살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익혀지고 있다. 기름기를 쫙 빼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삼겹살의 자태. 이미 시선강탈이다. 당당하게 가게 밖에서 조리과정을 보여주며 손님까지 끄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바비큐삼겹살, 바비큐등갈비, 갈매기살, 화로생삼겹 등을 판다.

 

 

육류에 해산물까지 함께 파는 곳이 많다. 술 한 잔 하기 좋게 생긴 이 가게는 조개찜 3만원~4만9000원, 조개탕 3만원, 광어회 2만5000원, 우럭회 2만5000원, 농어회, 도미, 줄돔, 도다리회 시가, 백고동 3만원~5만원, 문어찜, 전복, 회무침, 참소라, 가리비찜, 석화, 해삼 등을 판다.

이 외에도 곱창전골, 칼국수, 쪽갈비, 치킨, 야채곱창, 닭발, 붕장어, 불고기, 냉면, 분식 등 한‧중‧일‧양식 막론하고 다양한 맛집이 이어진다. 다닥다닥 붙어있다 보니 눈이 고생이다. 한 곳만 특정해 들어가는 것도 고민이 될 듯. 하지만 일단 이 시장에만 들어오면 저녁이건 점심이건 메뉴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될 듯하다. 없는 음식이 없는 거리가 바로 이곳이다.

메인 골목에서 갈라지는 작은 골목들도 잘 살펴야한다. 이런 곳에 숨은 맛집들이 많다. 낮에 오니 한적하고 조용한 골목들.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와 편집숍, 일본식 선술집, 맥줏집 등이 보인다.

 

 

맛집들 사이사이 야채와 과일을 파는 점포가 보인다. 시장의 거의 끝자락 즈음이다. 굳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바깥에서 훤히 보이고, 골목 구경을 한 뒤 나오다가 눈에 밟혀 장을 볼 수도 있는 최적의 위치다.

낮 시간임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서촌 구경을 왔다가 들fms 이들이 대부분이다. 좋은 위치조건을 갖춰 식사시간이 아님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꾸준하다. 음식점이 이렇게 다닥다닥 모여 있어도 깔끔하고 돌아다니기에 좋았다.

근처에 회사가 많아 저녁이면 회사원들로 가득하단다. 빡빡한 업무에 찌든 몸과 마음을 술 한 잔 기울이며 재충전할 것이다. 서촌 구경을 온 이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건 물론이다.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언제든 들르라며 서촌 입구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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