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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린 연약하고 어여쁜 여성은 가라!

<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스틸 앨리스’(2015년 개봉) 정다은 기자lpanda157@weeklyseoul.netl승인2018.09.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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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틸 앨리스> 포스터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년 개봉)는 미모의 여배우 손예진과 ‘남신’이라 불리는 정우성 주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병에 걸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이를 사랑으로 지켜내는 남자의 얘기를 그려 많은 이들을 눈물바다에 잠기게 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봐도 볼 때마다 눈물 나는 영화”라는 평이 대다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잊히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절망적이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비슷하게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여성 이야기를 다룬 외국 영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이 시대 최고의 여배우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스틸 앨리스>(2015년 개봉)다.

아내, 엄마, 저명한 언어학 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줄리안 무어). 그는 항상 지적인데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희귀성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좌절한다. 하지만 이내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당당히 현실에 맞선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매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진행하며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고 결국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 진행과정에서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동반되며 말기에 이르면 경직,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된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앞서 소개했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차이점은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슬프지도 않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수진이 병에 걸린 연약하고 어여쁜 여자의 이미지라면, <스틸 앨리스>의 앨리스는 병 앞에서도 굳세게 자신을 찾으려 하는 의연함을 보인다. 슬픈 영화라기 보단 희망차고 위로가 돼주는 작품이다.

앨리스 역할을 맡은 줄리안 무어. 섬세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들의 심리를 보여주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온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다. 다섯 번의 노미네이트 끝에 제8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국제 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여배우다. 이 영화로 인해 제72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워싱턴DC 비평가협회, 시카고 비평가협회, 샌프란시스코 비평가협회, 전미 비평가협회 등 30여개에 달하는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미국의 유력 잡지 ‘The Hollywood Reporter’로부터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 영화 <스틸 앨리스> 스틸컷

 

그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앨리스를 가능한 완벽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4개월 동안 방대한 자료조사를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수많은 관련된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를 섭렵했고 뉴욕에 있는 협회와 후원 단체에 직접 찾아가 알츠하이머를 겪는 다양한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인지능력 테스트도 직접 체험했다. 특히 샌디 올츠라는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 있는 여성과 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고 그녀가 연설하는 모습 속에서 영감을 얻으며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그런 노력 덕에 영화에서 줄리안 무어는 존경받는 교수, 사랑스러운 아내, 세 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중 희귀성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앨리스 역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서서히 기억과 함께 말을 잃어가고, 주변 인지를 하지 못하는 등의 행동 장애를 겪으며 두려움을 느끼는 과정과 그 속에서도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꿋꿋하게 삶에 맞서는 모습을 감정의 결이 살아있는 섬세한 연기로 선보인다. 표정 하나, 호흡 하나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을 빨아들였다. 큰 병 앞에서도 굳세고 당당한 모습의 앨리스가 줄리안 무어 본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영화의 공동 각본가이면서 연출을 맡은 고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루게릭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놓지 않았다. 2011년 초 발음장애로 병원을 찾았다가 루게릭병을 선고 받은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이후 리사 제노바의 동명 원작 소설 <스틸 앨리스>를 접하게 됐다.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독을 이해하게 되면서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감독과 함께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손과 팔을 움직일 수 없고, 스스로 먹거나 옷을 입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이 믿기 힘든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늘 현장에 나와 작업에 참여했다. 상태가 악화되어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되자 아이패드 음성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들과 소통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했다. 줄리안 무어의 빼어난 연기력과 리처드 글랫 감독의 그런 노력의 결실이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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