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선 지음/ 앨리스

'오늘부터 휴가'는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여행기다. 일상에서 쉼표가 필요한 순간마다 3일이든 일주일이든 짬을 내어 파리, 도쿄, 치앙마이, 교토 네 군데 도시를 5년에 걸쳐 틈틈이 다녀온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눈이 휘둥그레질 자연경관이나 포복절도의 에피소드,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길지 않은 휴가 동안 몸을 누이고 마음이 쉬어가는 여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전한다. 가령 교토의 한 카페를 서로 다른 계절에 다른 동행인과 다녀오기도 하고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기도 한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책장을 넘기면 색연필의 포근한 질감이 살아 있는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들이 지은이의 발길과 눈길이 닿은 여행지의 풍경이 이러했노라고 속삭이듯 전하고 있다. 때로는 친구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 때로는 내 이야기를 옮긴 듯 읽다 보면 슬며시 미소 짓게 되는 그런 다정한 여행기다.  

소소한 일상과 디자인 스튜디오 ‘3MONTHS’의 작업을 꾸준히 인스타그램(@baehyunseon)에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선’은 색연필 그림으로 여행지에서 느끼는 행복을 그대로 이 책에 담았다.

스물다섯이 되던 해, 작업한 그림 값을 받고 떠난 첫 여행지 도쿄. 소울메이트와 동행한 사랑과 낭만이 묻어나는 파리. 혼자서 또 가족과, 친구와 다녀온 마음의 안식처 교토. 계절의 틈새를 뛰어넘는 이색적인 치앙마이 등 지은이는 각기 다른 네 도시의 색깔을 고유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도시별로 구성된 각 챕터 마지막에는 여행지에서 즐겨들었던 노래를 소개해 여행의 여운을 안긴다.

개성 넘치는 네 도시 이야기는 꾸준히 ‘여행이 내게 남긴 것들’에 대해 묻는다. 같은 여행지라도 홀로 혹은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느냐에 따라 그곳에서의 감정과 기억은 크게 달라지며 또 그렇게 떠난 여행지에서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부드러운 색채와 원화의 결이 살아 있는 그림은 지은이의 느긋한 여행법과 닮아 있다. ‘오늘부터 휴가’라는 제목이 주는 설렘 그대로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로 떠나듯 가벼운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