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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 한 시간 뒤 운명이 시작된다!

<연재> 남미여행기-열여섯 번째 이야기 / 강진수 강진수 기자lrkdwlstn96@naver.coml승인2018.09.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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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우유니로 가는 버스는 가장 저렴한 것을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의자도 푹신하고 편안할 뿐만 아니라 버스 내에 와이파이도 가능한 것이었다. 가난한 여행객에게 와이파이는 한 줄기 오아시스 같은 것이다. 휴대폰으로 겨우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우유니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을 때 즘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그 당시에 대통령 탄핵 선고로 시끌벅적했고, 우유니로 가는 버스에 몸을 기울인 그날 밤이 바로 선고일이었던 것이다. 나와 형은 얼른 생방송 TV를 틀었고 마침 뉴스채널에서 중계를 해주고 있었다. 버스 안이 완전히 깜깜해지고 깊은 새벽이 올 때까지 방송을 보며 선고를 기다렸다. 방송이 중간중간 끊겨 속보 기사로 선고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선고를 확인하지 못하고 지쳐버린 나는 잠에 들어버렸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 와서야 눈을 게슴츠레 떴다. 먼저 일어난 형이 내게 말했다. 탄핵 됐다. 끝났어, 드디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버스는 멈춰 섰다. 아직은 한기가 도는 이른 아침, 볼리비아는 온 나라가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선선한 날씨를 조심해야 했다. 대충 외투를 껴입고 형과 나는 내렸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길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걸었다. 우유니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으므로 걷다 보면 중심지가 나오겠지 싶은 마음에서였다. 한참을 걷다보니 우리가 이 작은 마을의 골목골목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이른 시간대라 아직 거리에는 사람도 얼마 없었지만 우리는 청소부 아주머니라도 붙잡고 길을 묻기 시작했다. 길을 모르니 길을 물을 수도 없다. 다만 눈에 보이는 누군가에게 여기 메인 스트리트가 어디냐, 아르마스가 어디냐 짧은 스페인어로 겨우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남미의 대부분 도시들은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페루를 거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어물어 겨우 우유니의 중심가를 찾았다. 이제 문제는 숙소를 잡고 짐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인데, 여전히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숙소가 얼마 없다. 일단 이렇게 되면 눈에 보이는 모든 숙소는 다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미리 숙소를 예약해놓은 상태도 아니었고, 우유니의 호스텔 숙박 가격의 적정선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방법이라곤 마구잡이로 부딪히며 대충 가격대를 알아내는 것뿐이다. 그렇게 계속 떠돌아다니다가 나름 저렴한 숙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버스를 오래 타고 오느라 샤워도 하지 못했고, 몸이 녹초가 되어 있어 우리는 그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얼른 씻었다. 쿠스코에서 버스를 탈 때부터 씻지를 못했으니 온몸이 지저분했다. 내가 먼저 씻고 나와서 눈이나 좀 붙여볼까, 하며 침대에 누웠더니 숙소 와이파이에 연결된 휴대폰으로 누군가 연락이 왔다. 에이미다. 우유니로 오는 버스에서 에이미에게 연락을 해놓았는데, 그것을 보고 에이미가 답장을 보낸 것이다.

 

 

에이미가 우리의 행방을 물었다. 나는 숙소의 위치를 가르쳐주고 당장 만나자고 했다. 에이미도 우리도 숙소를 나서면 와이파이가 끊겨 연락을 할 길이 없으니 어딘가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해야 했다. 우유니 중심가 한가운데에 있는 시계탑에서 만나기로 하고 시간을 정했다. 쿠스코에서 만난 에이미를 이곳 우유니에서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으로 우리는 상당히 들떠 있었다. 에이미가 이곳에 이틀 정도 더 있었으므로 우리가 그녀에게 물어볼 것도 꽤 많았다. 당장 가야할 우유니 투어에 대해서도 물어봐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투어사를 통해서 선라이즈, 선셋 투어를 가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투어 끝나고 돌아올 숙소가 있어야 했으므로 일찍 방도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투어사를 선택하려니 전혀 정보가 없어 어려웠다. 이런 와중에 에이미는 얼마나 감사한 친구인가.

약속한 시간에 시계탑 앞으로 나갔다. 에이미가 먼저 나와 시계탑 바로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우리는 눈을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 나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헤어질 때처럼 다시 만날 때에도 깊은 반가움을 담아 양 볼에 입을 맞췄다. 꼭 오랜 시간 헤어져 있었던 것처럼 반가운 포옹을 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을 다시 또 다른 여행지에서 만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항상 짧게 맺어지고 끊어지는 인연에 안타까워만 하다가 이렇게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과거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면, 그 사람이 단순한 친구가 아닌 가족 같은 끈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에이미와 우리는 시계탑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서로 어떻게 우유니까지 왔는지 묻고 말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32.

에이미와 한참 대화를 하다가 이곳 투어와 투어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에이미는 안 그래도 마침 그 점을 이야기하려 했다며, 자신은 어제 나의 연락을 받기 전에 고심 끝에 알아놓은 투어사에서 투어 예약을 마쳤다고 한다. 4시간 후면 차를 타고 떠나야 하는데 그 전에 투어사에 함께 가서 그 예약에 이름을 넣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무슨 투어냐고 물어봤더니 나와 형이 생각했던 선셋, 선라이즈가 아니라 2박 3일 투어라는 것이다. 2박 3일 동안 지프차를 타고 우유니 곳곳을 돌아다니며 투어를 하고, 투어 비용에는 숙박, 식사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듣다보니 솔깃한 제안이었다. 게다가 겨우 만난 에이미와 다시 헤어지기 싫은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었다. 2박 3일간 같은 지프차를 타고 같이 여행지를 누빈다니 얼마나 즐거운 경험이겠는가.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가 투어를 마치고 나면 국경을 넘어 바로 칠레로 향해야 한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이미 숙소를 잡았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여행사로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여행사는 가까운 곳에 있었고 에이미 역시 우릴 돕겠다고 곁에 있어 주었다. 여행사로 가니 친절한 여자 직원 한 분이 계셨다. 이미 친분이 있는 에이미는 그 직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설명해주었고 내가 보태 설명하곤 했다. 직원의 표정은 아주 유쾌했다. 별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칠레로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했다. 지프차가 국경 검문소까지 데려다줄 것이고, 우유니로 돌아오는 사람과 칠레로 가는 사람은 따로 차를 타고 이동한다고 했다. 어차피 투어에 함께 하는 다른 여행객도 칠레의 아타까마로 가니 같이 이동하면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둘째, 이미 잡은 숙소를 취소하는 일은 직원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에이미를 포함한 우리는 스페인어가 유창하지 않으므로 숙소 사장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길로 곧장 직원이 우리 숙소로 가서 숙박을 취소해주었다. 물론 샤워 비용으로 얼마는 받아야겠다고 사장이 그랬지만 별 대수롭지 않은 금액이었다. 이렇게 문제들이 해결되자 나와 형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에이미는 신나 보이는 얼굴이었다. 여행사에서 투어 예약을 마치고 값을 지불했다.

짐을 싸서 숙소를 나왔고 에이미와 함께 조그만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으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모든 일처리가 이처럼 신속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것은 누군가를 다시 만난 우리의 운명이었고, 겨우 한 시간 뒤 그 눈부신 운명이 시작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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