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유경, 그림 최선영 지음/ 문학동네어린이

정유경 시인이 5년 만에 내보이는 세 번째 동시집이 나왔다.

'파랑의 여행'에 담긴 시 둘레, 둘레에서 우리는 저쪽에서 살짝 흘린 초록의 단추를 발견한다. 검은 숲 그늘에서 고양이를, 하늘에 뜬 낮달에서 거대한 용을 덮은 비늘 한 조각을, 나무 한 그루의 윤곽을 숨긴 나뭇잎 한 장을 만나, 작은 것 속에 들어 있는 커다란 우주와 한 존재에게 깃든 이야기와 어딘가 분명히 있을 신비한 세계 속으로 성큼 들어가게 된다.

드넓은 바다, 파란 물방울이 찰싹 튀어 오른다. 달개비꽃으로도, 고양이 눈동자로도, 저 먼 하늘로도. 파랑의 길을 따라 우리의 시선이 움직인다. 시선은 파랑이 앉은 곳곳을 옮겨 다니며 우리 바깥에 있던 무채색 대상을 안으로 불러들인다. 김륭 시인은 정유경의 언어의 힘과 마음의 힘이 함께 닿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말한다. 세상 모든 생명들을 깨우고 싶은 시인의 마음과 사랑이 우리의 마음까지 파랑으로 물들이며 우주로까지 확장하고, 서정적 세계관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파랑의 여행'이라고 짚는다.

도시 변두리에서 자란 정유경 시인은 강원도 산골의 작은 학교 교사로 일하며,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그 속에서 커 가는 아이들의 생명력을 더 넓은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2007년 '창비어린이'에 '정신통일'과 '산뽕나무 식구들'을 실으며 활동을 시작했으니 꼬박 10년이다. 그사이 학교와 가정의 살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까불고 싶은 날', 자기 내면과 자연으로 파고 들어간 '까만 밤' 등 두 권의 동시집을 통해, 그의 바람대로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만만하고 든든한 친구” 같은 동시를 써 왔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동시집 '파랑의 여행'에서 시인은 멀리 모험을 떠난다. “넓은 초원의 한가운데에 서서 키 작은 풀들과 인사하고 들어가는 초승달을 보기도 했고,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러 가는 배를 타기도 했고, 속눈썹이 아주 기다란 사막의 낙타를 만나고 오기도” 하며,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모은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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