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휘 지음/ 창비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이었나? 영원한 이웃 일본과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작업은 언제나 이 질문에서 시작하게 마련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한다’(맹자·주자)고 여기던 조선 문인들은 ‘호전적’이며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무사의 나라, 에도시대 일본과 마주해 이곳을 살아가는 이들의 눈빛과 표정, 몸짓·태도에서 무엇을 읽어냈을까?

이 책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는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부터 1764년까지 170여년간의 일본 견문기 35종을 바탕으로 조선의 일본에 대한 인식 변화를 추적해 조일관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 박상휘는 문학교류에 치중해온 기존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딛고 이념·제도·풍습·종교·문화·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일본사회를 이루는 총체적 기반을 당대 조선의 눈을 빌려 탐험한다. 전란을 겪으며 적대와 혐오, 반감을 품고 시작한 교류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애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이해와 공감의 장으로 들어선다. 조선 문인들은 한편으로 경탄하고 한편으로 경계하는 가운데 문명세계의 일원으로서 이웃 사회와 함께 살아가기를 꿈꾼다. 이 책은 ‘우월한 유교문명의 전파자’ 조선 대 ‘선진문물의 수용자’인 낙후한 일본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이해와 교류의 상대로서 조선과 일본을 발견하도록 독자를 이끈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과 한국에서 수학하고 현재 중국 중산(中山)대학에 몸담으며 동아시아인들의 교류상을 연구해온 저자는, 정밀한 통찰력으로 170여년에 걸친 시대의 기록을 솜씨 있게 엮어 일방적 전파가 아닌 상호 교감과 교류의 파노라마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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