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태릉시장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태릉시장. 이름은 태릉시장인데 왜 중화동에 있는 걸까. 좀 의아했지만 시장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해 일단 찾아 나섰다.

이곳 역시 형태가 독특하다. 점포들이 인도를 따라 포장마차거리처럼 주욱 이어진 형태. 마치 작은 터널 같다. 통로도 넓지 않은데다 위에 천막을 씌워놔 전체적으로 아늑한 분위기다.

 

 

중랑역에서 내려 걸어가도 되지만 버스를 이용했다. 중화역 사거리 인근 정류장에 버스가 멈춘다. 골목으로 들어가 약 5분을 걸었다. 간판은 없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점포들이 모여 있다. 인터넷 지도에는 시장의 규모 등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단 입구를 향해간다.

그런데 대부분의 점포가 포장마차처럼 이뤄져있다. 마치 반짝 열고 닫는 도깨비시장 느낌도 난다. 인도도 좁고 점포들도 작다. 아기자기하게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발걸음 속도를 늦췄다.

 

 

싱싱한 채소들이 먼저 맞아준다. 채소가게 아주머니가 가게 앞에 나와 앉아 쪽파를 다듬고 있다. 그 옆에선 과일가게 아저씨가 물건정리에 분주하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과일박스들을 하나하나 나르고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닭발, 닭똥집, 조기구이, 번데기 등을 파는 포장마차는 문을 열지 않았다.

옷가게엔 옷이 빼곡하게 걸렸다. 한 장에 고작 2000~8000원 밖에 하지 않는단다. 가게가 좁지만 깔끔하게 잘 정돈돼있다. 매번 시장탐방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옷을 사는 손님은 흔치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찾는 이들이 있으니 가게 문을 여는 거겠지.

 

 

옷가게 옆 떡집 간판이 시선을 강탈한다. ‘대한민국 최초 떡교수’ ‘중랑구 유일 전국대회 대상 수상’ 등 자신감이 넘치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주인과 단골로 보이는 손님이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화기애애한 모습이다.

떡집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 주인들도 대체적으로 손님들과 친근한 사이인 것 같았다. 물건을 사고팔 뿐만 아니라 안부도 꼭 묻는다. 동네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며 반찬가게들이 점점 더 사랑을 받고 있다. 웬만한 반찬들은 물론이고 색다른 메뉴들도 간혹 눈에 띈다. 민물장어구이, 홍어무침, 집에서 만든 식혜, 전, 선지해장국, 집고추장, 조선간장 등. 굳이 외식하지 않고 번잡하게 요리하지 않아도 이렇게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음식들을 사다 먹을 수 있다. 전을 전문으로 하는 반찬가게 주인은 서늘한 날씨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끊임없이 전을 부쳐낸다. 정성이 들어간 만큼 때깔도 좋다. 노릇노릇 잘 익은 전을 보니 자연스레 막걸리 한사발이 떠오른다.

전통시장의 감초, 맛집도 당연히 있다. 족발, 닭발, 곱창, 국수, 분식, 옛날통닭, 붕어빵 등등. 워낙 왕래가 많아서인지 음식점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뜨끈한 어묵국물을 호호 불어 마셔가며 떡볶이와 튀김, 순대, 김밥 등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운다.

 

 

시장 중간 즈음에 작은 카페도 있다. 카페라고 하기엔 소소한 규모지만 시장 속 작은 쉼터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마실 나온 사람들이 카페 앞의 간이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아이스커피, 쌍화차, 마즙, 딸기주스, 키위주스, 오미자주스, 토마토주스, 유자차, 빙수 등 메뉴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만하게 구성돼있다.

시장 끝자락엔 컨테이너 형식의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실내포장마차다. 전어, 새우, 회무침, 해삼, 멍게, 자반구이, 갈치조림, 조기구이, 왕족발, 불족발, 한방족발 등등 주로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메뉴들을 갖춰놓고 있다. 얼큰히 낮술을 즐기신 어르신들이 흥겨운 노래 한자락 뽐내고 있다. 해가 지고 퇴근시간이 되면 간단히 술 한 잔 기울이기에 썩 좋은 분위기다. 시장 건너편에도 회, 삼겹살, 곱창, 치킨 등 맛집이 가득하다.

 

 

굳이 장보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남녀노소 불문,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는 것은 시장의 위치가 좋다는 반증이다. 꽤 큰 규모에 점포도 많고 독특한 형태로 이뤄져 있는데 인근 주민들 말고 타 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이 좀 아쉽다.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 상인회도 만들고 시장 홍보사이트도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는 태릉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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