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지원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3회

강지원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前 검사·변호사)는 5년 전부터 통곡물을 먹기 시작했다.

“전에는 라면과 피자 등을 많이 먹어서 살이 쪘었는데 1년 만에 체중이 13kg 빠지고 기미가 사라졌다. 주변에서 얼굴이 훤해졌다는 인사말을 많이 듣는다. 통곡물을 너무 늦게 안 것이 후회스럽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와 말하기, 활동을 좋아한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법조인이 됐지만, 애초부터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23년의 검사생활을 과감히 접었다. 그리고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서울보호관찰소장 등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 강지원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

 

- 적성, 어떻게 찾아야 하나.

▲ 검사시절부터 청소년과 관련한 상담학이나 정신분석학 공부가 내 적성에 아주 잘 맞았다. 그때부터 이 분야에 몰입했다. 공부를 하면 신이 났다. 안타까운 것은 똑똑하고 재주 많은 요즘 청소년들이 자신의 적성을 못 찾고 있다는 점이다. 죽은 교육이 아이들의 재능을 망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청소년은 일찍부터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 일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사회도 개인도 행복해진다. 적성이란 두 가지다. 첫째 하고 싶은 것, 둘째 잘하는 것이다. 두 가지가 합친 것이 엡티튜드(Eptitude)다. 아이들이 직장을 구할 때도 ‘세상 사람들이 알아줄까, 누가 돈을 더 많이 주나, 어느 직업이 안정적인가, 공무원을 할까’ 망설인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처음부터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 하고 싶고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찾아라. 돈이 안 생기더라도 끝까지 해라. 하다보면 너무 행복해진다. 왜 행복할까.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 ‘덕’(德) 교육은 어떤가.

▲ ‘덕’은 나눔과 봉사다. 지금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인성교육, 덕성교육이 남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사랑을 베풀어라, 나누어라, 봉사해라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모두 덕성에서 나온 말이다. 체·지·덕을 놓고 말하면 ‘덕’이 최후의 목표다. ‘덕’은 실천하기 가장 어렵다. 지식적으로 공부만 한다고 얻어지지도 않는다. ‘지’는 공부하면 얻어지지만, ‘덕’은 순전히 가슴으로 해야 하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 물질주의 사회에서 ‘덕심’(德心)이 통할까.

▲ ‘체’는 몸이다. ‘지’는 머리고 ‘덕’은 가슴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인과 관계에서도 피해를 주지 말라, 정직해야 한다, 베풀어야 한다는 등등 도덕적인 덕목교육이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이런 덕목들은 지식처럼 외워서 될 일이 아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기애타(愛己愛他)다. 나를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라는 뜻이다.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내 몸을 사랑하고 내 머리도 사랑하고 내 눈도 사랑하고 내 덕성도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 애타(愛他)로 나가야 한다. 팍팍한 물질만능사회일지라도 남도 나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 선진국은 기술노동사회에서 매너사회로 바뀐 지 오래다. 우린 아직도 물질 만능인 사회에 머물고 있다.

▲ 이기심 때문이다. 자기의 이익만 좇는 애기(愛己)만 있고, 남을 존중하는 애타(愛他)가 없어서다. 애타가 점점 더 커지고 범위가 넓어지면 홍익(弘益)이 된다. 홍익인간 정신이다. 인간을 넓고 이롭게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애타가 넓어질수록 홍익에 가까워진다. 우리가 남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를 모른다. 봉사도 좋고 나눔도 좋지만, 그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하나가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남에게 봉사하고 기부하는 일보다 먼저 이런 마음이 바로서야 가능하다. 장사를 하면서 고객 모르게 1000원의 부당이익을 더 남겼다면 폭리를 취한 거다. 속였기 때문에 피해를 준 거다. 아무리 내가 살기위한 일일지라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 양심적 행위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재벌이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벌도 폭리를 취한 게 있을 것이다. 노동자 임금착취나 하도급업체 가격 후려치기로 돈을 벌었다. 그것이 합법적이라 해도 피해를 끼쳤다면 죄악이다.

 

-일명 ‘김영란법’을 만든 그 김영란 전 대법관이 부인이다.

▲ 김영란법과 관련 우리 부부가 밥상 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사무실에서 검토한 것을 집에 갖고 와서 매일 토론을 했는데, 처음에는 세 가지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나중에 국회에서 두 가지 밖에 통과하지 못했다. 처음에 구상한 ‘밥상 앞 법안’에 비하면 반에 반도 안 된다. 작은 틀의 법안만 통과됐다. 그나마 통과된 것도 기적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사실 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집사람도 통과 안 되는 줄로 알았었다. 언론들이 연일 김영란법에 대해 보도를 하면서 국회에 압력을 가한 것이 가능케 했다.

 

- 정착되기까지 여러 불만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 여러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큰 토대에서 보면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기적으로 여기고 있다. 처음 시행할 때만해도 미진했지만, 여기서 조금씩 더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처음에 우리 부부가 밥상머리 앞에서 법안을 놓고 토론할 때, 모든 민간영역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청탁금지법을 만들자고 했다. 웬만큼 큰 회사들도 모두 걸려들 수 있는 슈퍼법이었다. 명절날 기업들이 선물을 함부로 받을 수도 없다. 사회적 파장도 크고 범위가 너무 광대해 일단 공직사회부터 적용했다. 그런데 국회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를 하는 중에 엉뚱하게도 언론을 청탁금지법 대상에 집어넣었다. 그동안 국회에 법안 통과 압력을 넣었던 언론이 다음날부터 조용해졌다.(웃음) 농담이지만 집사람이 ‘우리가 오래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왜냐고 하니까 ‘하도 욕을 먹어서’라고 할 정도였다.

 

- 법조인 김영란, 남편으로서 평가한다면.

▲ 법조인들 사이에서 갑설을설(甲說乙說)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갑론을론과 비슷한 말이다. 두 사람 모두 법률가라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포용하는 자세가 생겼다. 그런 면에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판사라는 직업을 오래하다 보면 자기만의 고집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선지 법정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판사가 드물다. 편애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사람은 재판과정에서 의견경청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좀 지난 일이지만 한 번은 퇴근하고 법원에 일이 있어 들렀다가 끝나고 나서 택시에 합승했다. 그때는 합승이 가능했다. 택시에 탔는데 승객들이 법원에서 재판받았던 얘기를 하는 거였다. 가만히 듣고 보니 집사람 얘기였다. 집사람에게 재판받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여자판사였는데 우리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더라’며 감동하는 것을 봤다. 그때 집사람이 참 고맙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 자녀교육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 딸만 둘인데 대학 가라고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다. 공부하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 첫째 딸은 수능시험도 거부하고 대학을 가지 않았다.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1년 후에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더니 미국의 대학으로 심리학 공부를 하러 갔다. 나중에는 일본에 가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해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둔다. 엄마가 판사고 아빠가 검사인 집안인데 아이에게 법과대학에 가라고 하지도 않았다. 둘째 딸도 대학 영화과에 들어갔다. 지금은 철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너무나 예상 밖이다. 그것은 우리 부부가 간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들 스스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존중을 했다.

 

- 우리사회는 세대간, 계층간 갈등의 골이 깊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지금 한국사회는 끝없는 갈등과 분열, 가진 자들의 잘못된 악습으로 인해 국민들이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보수-진보 정치뿐만 아니라,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이 서로 상충하면서 깊은 상처를 주었던 역사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진정한 의미에서 볼 때, 완전한 정당이라 보기 어렵다. 어느 특정지역에 속한 보수당이거나 진보당에 불과하다. 진정한 진보-보수라면 절대 싸우지 않는다. 독일이 그렇다. 보수인 기독민주당 수반인 메르켈 총리와 함께 연정을 시도한 사회민주당은 진보당이다. 독일은 제1당과 제2당 즉, 보수당과 진보당이 연정하는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 서로 싸우지 않는다. 한국은 서로 헐뜯고 싸우는데 세월을 허송한다. 나는 싸움을 아주 싫어한다. 물론 정책적 싸움은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판에 들어가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정권을 잡은 측은 편하겠지만, 정권을 빼앗긴 측은 상처가 크다. 그런데 정권을 잡으면 계속 승승장구하는가. 그렇지 않다. 영원하지 않다. 다시 바뀐다. 그러면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나를 비롯해서 모든 국민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받은 상처가 있다면 이겨내며 극복하자고 말하고 싶다.

 

강지원 대표는

서울대 정치학과 
사시 수석합격 / 검사, 변호사
전 서울보호관찰소장
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푸르매재단 이사장
노르딕워킹 IK 총재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
타고난적성찾기국민실천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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