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하고 나타났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그래서 도깨비다
반짝하고 나타났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그래서 도깨비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10.19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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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숭인동도깨비시장

서울 중구 황학동과 종로구 숭인동, 동대문구 신설동엔 시장이 많다. 황학동 중앙시장부터 중고품의 메카 황학동 도깨비시장, 구제의 메카 동묘벼룩시장이 있고, 골동품의 메카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찾지만 요즘엔 구제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 또 연예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평일에도 바글바글 하지만 주말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이동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런 곳에 숨겨진 또 다른 시장이 있다. 뭐라 특정해서 부르긴 애매하고 휴일만 되면 반짝 열고 사라지는 프리마켓 정도라 보면 되겠다. 평일을 제외한 공휴일, 휴일에만 동묘에서 신설동 일대에 걸쳐 열린다. 점포가 있는 게 아니다. 공휴일이라 문이 닫힌 가게 앞 도로변에서 보따리를 풀어놓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요상한 물건부터 구하기 어려웠던 물건들까지 없는 게 없는 숭인동도깨비시장(기자가 임의로 지은 것임)을 찾았다.

시장 탐방을 가야하는데 때마침 공휴일이다. 평상시 눈여겨 보아두었던 숭인동 일대를 찾았다. 가죽공방과 의류부자재 가게가 몰린 골목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평일에는 의류부자재 등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공휴일엔 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중년과 노년층들 사이로 젊은 사람들도 꽤 보인다. 아마 구제시장을 왔다가 겸사겸사 둘러보는 듯 했다.

재밌고 다양한 물건들이 많아 특히 할아버지와 중년 아저씨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곳마다 둥그렇게 몰려 구경하시는 할아버지, 아저씨들의 모습이 꼭 어린 아이 같다. 너무 많이 몰린 곳은 무슨 상품을 파는지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주로 시계, 기능성 신발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 하나. 피규어와 장난감, 인형 등을 파는 곳 앞에서 뒷짐을 진채 구경하고 있는 아주 어린아이. 그 모습이 어르신 같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는지 신경도 안 쓰고 떠날 줄 모른 채 구경 삼매경이다. 장난감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흔들흔들 춤도 춘다. 귀여운 재롱잔치였다. 보는 사람들마다 함박웃음을 짓는다.

양말이 1묶음에(5켤레 정도) 3000원, 장갑 1켤레 4000원, 핸드폰 터치 장갑 5000원, 벨트 5000원, 신발, 가방 1만원, 재킷 3000원 등. 부르는 게 값인 시장. 프리마켓은 이런 게 매력이다. 브랜드 추리닝도 새 제품인데 고작 1~2만원 밖에 안한다.

겨울패딩도 무더기로 쌓아놓고 판다. 한 벌에 3000원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리저리 파헤치며 맘에 드는 옷을 고른다. 한 젊은 커플은 운좋게 마음에 쏙드는 겨울코트 한 벌을 건진 모양이다. 웃음꽃이 넘친다.

노래가 들어있는 USB, 오래된 LP판, 목각인형, 돋보기, 속옷, 하모니카, 선글라스, 치약, 스패너, 무릎보호대, 그릇 등 정말 없는 게 없다. 도대체 어디서 다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다.

곳곳에 먹거리도 넘쳐난다. 한 할머니는 김 모락모락 나는 번데기와 고동을 파는 수레를 끌고 있다. 고소한 냄새가 골목에 가득하다. 아이들을 위한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티, 커피를 파는 곳도 있다. 어묵과 붕어빵은 물론이다. 한 가족이 작은 간이 테이블에 앉아 붕어빵을 나눠먹고 있다.

문득 고기 굽는 냄새가 침을 삼키게 한다. 냄새에 이끌려 가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닭꼬치다. 한 개에 2000원. 소시지와 떡꼬치, 옥수수도 판다. 그 옆에선 식혜와 동동주를 한잔에 1000원씩 팔고 있다. 줄이 계속 길어지자 꼬치를 굽는 손길이 더 분주해진다. 맛있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숭인동도깨비시장은 동묘벼룩시장에서 서울풍물시장까지 주욱 이어진다. 서울풍물시장쪽에는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미운 우리 새끼’란 프로그램에서 배우 임원희가 다녀가 더 유명해진 ‘서서막걸리’ 집도 여기 있다. 말 그대로 선 채 한잔씩 마실 수 있는 막걸리집이다. 막걸 리가 한 잔에 1000원, 어묵 500원, 삶은 계란 500원, 순두부 1000원, 제육볶음 1000원, 껍데기 1000원. 엄청나게 저렴하다. 서서 마셔야 하니 불편할 법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르신들은 산책 겸 시장 구경 겸 나오셨다가 이곳에서 기분 좋게 낮술 한잔씩을 걸치신다. 어린 학생들도 시장을 구경 왔다가 허기진 배를 채운다. 어린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먹거리도 많다. 팥빙수, 소떡소떡, 꽈배기, 도넛, 핫바, 토스트, 화채 등. 가격이 1000~3000원 밖에 안 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공휴일이어서인지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찾은 이들이 많이 보인다.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먹거리도 많은 시장. 굳이 비싼 돈 들여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가성비 좋은 곳에서 한나절을 보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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