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열정으로 고난을 극복한 다산
학문의 열정으로 고난을 극복한 다산
  • 박석무
  • 승인 2018.10.22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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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초가을이 되면 세계인들의 관심은 노벨상을 누가 타느냐로 모아집니다. 그중에서도 학자들의 관심은 노벨 학술상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노벨상의 수상자들이 연이어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를 슬프게 만들고 부끄럽게 만드는 보도의 하나는 일본 사람은 올해에도 또 학술상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일본은 24~25명 넘는 학술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한국이라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어느 누가 수상자가 되리라는 가망도 없는 것이 오늘 우리의 학계여서 더욱 우리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뿐입니다.  

엊그제 일입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왜 일본의 학자들은 노벨상을 계속 수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학자는 아무도 수상자가 나오지 않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한자(漢字)가 섞인 글을 읽을 때와 순 한글로만 된 책을 읽는 경우, 그 속도에 큰 차이가 나는데, 일본은 한자를 많이 사용하지만 우리는 한글주의자들의 극성으로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으니 학술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정확한 답변인가는 알 수 없지만 사고 능력이나 사리 판단에 한자가 지닌 우수성을 한글은 갖고 있지 않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 답변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5천년 한자문화에 젖은 우리 민족인데 어느 날 한자가 교과서에서 사라졌으니, 사고 능력이나 사리분별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니 어떻게 학술적 업적이 나와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한 번쯤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 다산 정약용

다산은 18년 유배생활의 참담한 고난 속에서 학문적 대업을 이룩합니다. 한문으로 된 고경을 통해 새롭고 참신한 새로운 논리를 발견하던 과정을 자신이 기술한 글에 나옵니다. “처음 내가 역(易)을 음미하고 예(禮)를 연구하여 다른 경서(經書)를 손에 대면서 한 차례 깨달아 어려운 논리가 풀릴 때마다 마치 신명(神明)이 가만히 깨우쳐주는 것 같아서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점이 많았다. 나의 중형이 흑산도 바다 가운데 계시면서 한 편의 책이 완성될 때마다 읽어보시고 말하기를 ‘네가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른 것은 너 스스로를 알지 못할 거다. 아! 도(道)가 잃어진 천 년에 백 가지로 가리어지고 덮여있었는데 그것을 헤쳐내고 분변하여 그 가린 것을 확 열어젖혔으니 어찌 너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자찬묘지명)라고 했다면서 아우 다산의 학문적 열정과 업적에 대한 형의 극찬을 다산은 사실대로 기록해 놓았습니다. 

큰 학문은 역시 어려운 곤궁 속에서 이뤄지는 것일까요? 도가 잃어진 천년, 오직 주자학에 매몰되어 공맹의 학문이 가려있고 덮여 있었는데, 그것을 열어젖히고 새로운 이론을 확립해낸 다산의 업적을 형님만은 분명하게 알아차렸습니다. 한문이나 한자는 외래어이고 외국문자여서 거기에 열심히 연구하면 사대주의자이고, 한글은 우리글이어서 한글만 전용하고 그것에 대한 연구에 열중하면 애국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학문 세계는 결코 큰 발전이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5천년 사용했던 문자는 우리 것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옹졸한 생각에서 벗어나 학문다운 학문을 위해서 교과서의 한자 병기도 고려해 볼만한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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